kirrie's life

어느 룸펜의 서울나기

그러니까

4월 26th, 2005 by kirrie, under 서울나기. 4 Comments

사실 돌아왔다, 라는 말도 우습다. 왜냐하면 난 한번도 여기에 있었던 적이 없기 때문이다. 이곳은 새로운 장소인데도, 자꾸만 돌아왔다, 는 느낌이 들게 한다. 어깨가 아파서 그런 것 같다.

한 한달간을 공식적인 글만 쓰고 다녔다. 뭘 묻거나, 일때문에 보내는 메일을 쓰거나, 뭘 팔거나 등등. 그래서 그게 그렇게 편했냐고 하면, (혹시 싸이코 남치렉이라고 아세요? 몽골리언 싱어입니다. 그녀는 몽고, 였던가 어쨌든, 의 민요를 토대로 한 노래를 작곡해서 부르는데, 몽고 민요 들어보셨는지요. 두마디도 필요 없고, 단 한마디로 귀곡성 입니다. 근데 왜 이런 이야길 하냐구요? 그냥요.) 편했다고 대답할 수 밖에 없다. 왜냐하면 편함이란 그다지 하는 일 없음과 비슷한 의미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린 공무원들이 편하겠다, 고 한다.
나는 그간 머리를 비웠고 몸도 많이 비웠고, 그래서 체력은 바닥이고, 불안과 초초함을 비웠고 집착과 분노도 버렸다. 그랬더니 완전히 병신이 되고 말았다. 이제 슬슬, 하며 무슨 일을 해보려고 해도 아무것도 잘 되질 않는다. 병신이란 이런 의미다. 매일 게임을 하고 매일 잠을 자고 매일 멍하니 누워 티븨를 보다가 매일 천장을 보며 숫자를 센다. 게다가, 휴학도 했다. 누구보다 내 자신이 깜짝 놀랐다. 부모님은 비교적 놀라지 않았다. 휴학을 했다, 니.

앞으로 내가 어떻게 될지 잘 모르겠다. 지금 중언부언하는건, 이 글쓰기 폼에 아직 적응이 되지 않아서 그런 것 같다. 십년쯤 걸리겠지.
지금은 다른 도수의 안경을 낀 것처럼 사물이 멀리 있는 것 같다. 사람도 그렇고.
누구 말마따나 연애를 해야 할지도 모르겠는데, 연애란게 필요에 의해서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해서 그냥 있으련다.
아침 여섯시 이십 삼분.

네 시작이 미약하였듯이
끝도 심히 미약하리라.

4 Comments

kirrie  on 4월 26th, 2005

코멘트 한번 쓰면 못지웁니다. 왜냐? 그냥!

nak  on 4월 27th, 2005

회귀.

bolli  on 4월 27th, 2005

어제 점심을 먹고 나오면서 식당어귀에 붙여있던 ‘네 시작은 미약하였으나…’를 보며 네 글의 마지막 어구를 또렷하게 생각하며 히죽거렸는데…신기하군…

naldjor  on 4월 27th, 2005

어색하게 심히 반갑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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