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렬한 허기

발을 씻어도 씻어도 무좀인가 습진은 계속 퍼진다. (네 알아요 알아. 왜 이러는지. 그러니까 그럴땐 어떻게.. 하는 조언은 노땡큐)

얼마전부터 카메라에 광각렌즈 대신 망원렌즈를 물려 놓고 물끄러미 쳐다본다. 좁은 시야만큼 깊숙하게 찌른다. 내가 카메라를 다루기 시작하면서 가장 기뻤던 일은, 뷰파인더나 LCD, 혹은 그 이상의 렌즈를 통해 들어오는 모든 상이 육안과는 다르게 왜곡된다는 점이었다. 이것은 마치 한번 발 담근 강물에 다시 발 담글 수 없다는 격언같았다. 너희는 결코 누구와도 친해지지 못할 것이다. 하나님은 바벨탑을 무너뜨리고 처음으로 이런 저주를 인간에게 내렸다. 나는 그게 아주 멋진 저주라고 생각한다. (이놈의 빌어먹을 영어식 말투, I think…) 혹은 그건 아주 멋진 저주였다. 모든게 미묘하게 다르다. 나는 평생동안 영어를 공부해도 영어를 모를 것이며, 태국어도 그렇다. 심지어 내가 보는 것조차도 다르다. 아무튼 카메라를 다루며 그런 생각을 했다. 광각은, 누군가 그랬듯이 인간의 판단 가능함을 뛰어 넘은 세계라고. 육안의 시야율은 의외로 굉장히 좁다. 어안(Fish-Eye)쪽으로 가면 더욱 점입가경이다. 그리고 내게 냉정히 묻는다. 너는 무엇을 보느냐고.

망원은 이와는 반대로 인간 감정을 극단으로 몰고간다. 작은 것들이 더 작은 것들로 균열한다. 그것이 몇차례 반복되다 보면 한동안 이런 미시세계와 내가 살고 있다고 믿는 이 세계 사이에 어떤 연관성이 있기나 한걸까 하면서 심란해진다. 그리고 내게 냉정히 말한다. 웃기지 말라고.

그래 웃기지 말아야지. 웃기게 살지 말아야지. 한다.

언제나 그랬다. 나는 한참 모자라고, 내게 핀잔을 주는 것들은 모두 나의 좋은 스승들이다.

주말

토요일 아침부터 지금까지 줄곧 잠을 잤다. 잠이 오지 않아도 억지로 잠을 자려고 했다. 비행기가 날아가는 저녁. 일요일이다. 검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잎들이 모두 검게 물든다. 이제 조금씩 여름이 된다. 매년 그랬듯이 몇달간 지옥이 계속 될 것이다. 번호표를 쥐고 자기 차례가 되기를 기다리는 아주 긴 지옥. 케르베로스가 땀을 뻘뻘 흘리고 이곳저곳을 뛰어다니며 말한다, “아저씨 거기 새치기 하지 마세요. 조금만 기다리면 아저씨 차례가 온다니까요!”

아, 조금씩 물에 녹는 계절.
조금씩 부어오르는 계절.

…2

어제는 일이 좀 일찍 끝나서 나오려다가 어떻게 저떻게 해서 비교적 가깝게 된 과장님 한분이 맥주 한 잔 하고 가는게 어떻겠냐고 했다. 그렇게 해서 맥주를 한 참 마시다가 학교에 가서 학회 후배들을 만나 소주를 또 먹고 가까스로 집에 왔었다. 덕분에 오늘 아침에 일어났을 땐 몸이 쇳덩이처럼 무거워서 너무 힘들었다. 점심을 먹고 노곤해지려는 정신을 꼬집느라 세수도 하고 담배도 피우고 커피도 무려 석잔씩이나 마셨는데도 퇴근시간은 여전히 멀었다. 그런데 신기한건 퇴근시간이 가까워지면 가까워질수록 서서히 잠이 깨어서 정신이 초롱초롱해지는 것이다.

멀리 돌아가는, 그러나 답답한 지하철보다는 훨씬 아늑한 버스를 타고 방배동 근처를 지날 즈음에 내가 앉아 있던 자리 옆에 서 있는 어느 커플 가운데, 여자가 내 어깨를 두드린다.

“저기, 어디까지 가세요?”

짐작으로, 그녀는 매우 피곤한듯 보였고 내 목적지가 멀다고 판단되면 다른 자리 옆으로 옮기려는 것 같았다.

“봉천동까지 갑니다.” (봉천 사거리에서 다시 한 번 버스를 갈아탄다.)

남자친구가 함께 있는 여자를 동정할 여유가 내게는 없다. 그리고 나는 냉담하게 읽던 신문에 코를 묻고 마음 속에선 여러가지 핑계가 떠오른다. 저도 피곤하고 지쳤습니다. 그리고 (언젠가부터) 저는 대중교통수단에서 장애인을 제외한 그 어떤 사람에게도 자리를 양보하지 않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그러니까 이건 형평성의 문제지요. 만약 지금 당신에게 자리를 양보한다면, 내게 있어서 그 동안 양보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미안한 것이 되거든요. 물론 이상한 생각이지요. 그럴듯한 자기합리화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당신이 알아야 할 것이 하나 있습니다. 내게 있어서 세계는 타인과 공유가 가능한 간섭적인 것이 아닙니다. 오직 내 속에서만 살아서 자기의 꼬리를 물고 돌아가는 뱀이지요. 이것에 관해서 나는… 여기까지 생각하고 있는데 마침 자리가 하나 비어서 커플은 냉큼 그 곳으로 옮겨갔다.
갑자기 맥이 풀려서 읽던 신문을 접고 ‘문학은 어디로 가고 있는가’를 꺼낸다. 꽤나 얇은 책이어서 한번 읽고 이번이 두번짼데, 여전히 프랑스인들은 난해한 문장을 즐기는구나 하는 생각밖에 안들었다. 그래서 그것도 몇 장 읽다 말고 가방에 집어 넣고 말았다. 나는

창 밖을 내다본다. 하루가 서서히 착륙하는 저녁. 그 어느때 보다도 길게 늘어진 차량의 빨간 후미등들이 명료하게 빛난다. 다들 돌아가고 있다.
엠피쓰리가 없어도 이제는 어느 정도 견딜만하다. 언젠가 누가 한 말처럼 정말 좋아하는 음악은 듣고 있지 않아도 잘 들린다. 머리 속에 저장된 수 많은 음원들 가운데 몇 개를 골라 되살린다. 매우 낡아서 가끔 원하지도 않는 구간반복이 되는 그런 음원들이다. 그래도 그것으로 만족하기로 하고 나는

서서히 공기에 융해되기 시작했다.

돈 빌려주기

오늘 집에 오면서 뜬금없이 ‘이녀석이 나한테 현재 가용한 돈은 전부 빌려달라면 나는 과연 얼마까지 흔쾌히 빌려 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공개해봅니다. 처음엔 별명을 적을까 하다가 이런저런 문제가 생길 것 같아 이니셜로 적기로 합니다. (그래도 설명 보면 대충 이게 나구나 싶기도 할 것임.) 또한 아는 사람이 많긴 해도 제 블로그에 종종 들리는 분들로 한정.
사족하자면, 빌려 줄 수 있는 한계액수와 친분이 있는 정도는 전혀 관련 없습니다. 빌려주고 싶지 않아도 친구는 친구, 친한 사이는 친한 사이!
마지막으로 빌려준다는 표현을 쓰기는 했지만, 말하자면 ‘그냥 주고 잊어버릴 수 있을만한 액수’ 입니다. 받는 다는 보장만 있다면야 얼마건 못빌려주겠습니까. 단위는 만원 단위.

먼저, 나보다 나이 많은 사람들.
TH형 : 절대로 이분은 내게 돈을 빌려달라고 말 할 분이 아니기에 빌려줄 수 있는 액수도 상상 안됨.
HG형님 : 이분도 이런 말 할 분이 아니긴 하지만, 상상은 되기에 액수를 밝힘. 이천오백.
JH님 : 사백오십.
ST형 : 이 사람도 절대 내게 그런 말 안할 사람. 고로 상상 불가.
SW누나 : 백이십. 그리고 그럴만한 사정이 있어도 이 이상으로는 말 안할 것 같음.

내 또래
00 : 삼천. 친해서라기 보다 이 녀석이 내게 부탁할 상황이면 가히 그 상황의 급박함을 미루어 짐작 할 수 있기에. (잊어버릴 수 있다고는 해도 삼천 정도면 언젠간 받아야겠지?)
MH : 오십.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액수와 친분의 정도는 관계없음. -_-;;
SS : 오백. SS야. 오백까진 빌려줄께. 나도 아직까지 못만져본 돈이다만..
HJ : 칠백. 사실은 이건 내가 이 녀석에게 빌리고 싶은 액수…
JY : 천. 이유는 잘 모르겠다. 그냥 천.

나보다 어린
BJ : 오천. 그냥 있는거 다 주고 싶다. 왠지 불쌍한 녀석.
IK : 육백. 이 녀석 생각했을때 제일 먼저 머리에 떠오른 액수.
KR : 백이십. 이유 없음.

좀 더 생각하고 적고 싶은데 졸려서 이만…
돈 빌리고 싶은 사람은 코멘트로 알려주세요. 얼마까지 가능한지 즉시 감정해드림. ㅎㅎ

구스타프 홀스트라고 알아? 정말 알아?
나는 잘 몰라. 언젠가 우연히 ‘슈만과 클라라’에서 다운받은 그의 ‘행성’이라는 교향곡을 듣고 있어. 어떠냐구? 더도 덜도 말고 딱 영화음악같아.

나는 오늘 정말 멍청하게 사고를 치고 말았어.
일정이 대박 급하게 당겨져서 오늘 저녁 열시까지 끝마쳐야 하는 부분이 있었는데, 빡시게 하다보니 얼추 시간을 맞출 수 있겠더라구.
일단 한 파트를 다 끝내놓고 (서너시간 걸려서) 서버에 업로드 하려고 Ftp를 켰지. 그런데 내가 정신이 없는건지 정신이 내가 없는건지, 멍하니 있다가 그만 서버에 있던 파일들을 로컬로 내려받았지 뭐야. 아 젠장. 서너시간 걸려서 한 일이 완전 사라져버렸어. 덕분에 팀장님 얼굴은 울그락불그락.

시간 없고 바쁘다는 핑계로 버젼관리 시스템 같은거 적용 안하고 무대뽀로 Ftp업로드 다운로드를 반복했었는데, 아 정말 이런 일이 생기고야 만거야.

아무튼 구스타프 홀스트를 들어.
어제 많이 들어서 오늘은 좀 지겹다.
오늘은 뭘 들을까.
오늘은 라벨의 ‘거울’을 들어야지.
전에 외숙모가 준 와그너(바그너?) 씨디는 아직 뜯지도 않았어.
뜯어서 들었다가 맘에 안들면 참 그렇잖아.

518 그리고 야한새끼들

1년만이다. 나는 잊지 않았다. 다만, 매일의 날짜가 어떻게 되는지 가늠할 수 없었을 뿐이다.

많은 일이 (항상 그랬듯이) 있었고 내게 있는 칠백팔십만가지 가운데서 절반쯤을 버렸다. 남은 절반의 절반은 잃어버렸다. 절반의 절반을 잃고 남은 절반의 절반은 일년 동안 단 한번도 꺼내보지 않았다. (마지막 남은 한 개피 담배를 피운다.)

이십주년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스물 여섯해가 지났다. 한때 체가 그렇게 되었듯이, 광주도 어느덧 상품처럼 정치인들에 의해 팔리게 되었다. 이를테면 독재의 주역들이 광주에서 정권의 심판을 이야기한다. 이제는 우리도 말 할 수 있다 운운, 뭐 그런 것 같다. 그리고 그 이면에서, 스물 여섯해나 지났으면 이제 좀 잊고 편히 사셔도 좋을텐데, 마음 속 깊은 상처가 성에가 자라듯 자라나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람도 있다. 우리는 여전히 반대편 사람들이고 사과도 없고 부끄러워함도 없이 항해중이다.

오늘 개발중인 프로그램의 소스를 백업하면서 날짜를 붙인다. Entra_518.zip.

조선일보는 상당히 야한새끼들이다. 그들은 여전히 기사를 이따구로 쓴다. 내가 아는 한 그새끼들은 한결같이 이런 식이었고, 아마도 입사와 동시에 육개월간 사상교육을 받는 것 같다. 니들이 아무리 진보가 없다고 해도, 세상은 꾸준히 진보한다. 그게 한걸음이던 열걸음이던.

수십년을 일군 땅이 한순간에 포크레인이 뒤집혀지고 아이들의 학교가 수십분만에 철거되고 여럿이 다치고 울고 불고 짜고, 심지어 군대가 투입되어 역사가 역전되는데도 우리는 이런 것에만 분노한다.

미안하고 항상 감사하며, 한편으로는 불쌍한 한 후배가 말한다.

형, 아마도 올해가 마지막일 것 같아.

아냐, 아니다.
그래도 지구는 돈다. 돌아야 한다. 하루가 사십년이 되어도 지구는 돌아야 한다. 어느 날 태양이 팽창해서 폭발하며 태양계를 휩쓸어버리는게, 그게 바로 내일이 되더라도 지구는 돌아야한다.

우리 어디에서 무슨 일을 하더라도 정신은 살아 있는 사람이 됩시다.

이천육년 오월 십팔일, 하고 싶은 말의 오퍼센트도 다 못했지만 피곤해서 이만 줄이며.

간만에 고래 얘기

이재훈의 고래사랑 사이트 운영자인 재훈님이 요즘 바쁘신지 통 게시판에 신경 못쓰시는 가운데, 얼마전에 리울이란 분이 글을 남겼다. 리울님은 현재 일본에서 돌핀 트레이너 공부를 하고 계시단다. 내가 whale watching에 관한 내용을 물어봤더니 친절하게 여러가지를 알려주었다.

다음은 whale watching에 관한 답변 내용

제  목   whale watching
작성자   리울
작성일   2006-05-16 [21:51:24]  조회수   15

안녕 하세요
다시 리울 입니다,,,,  ㅋㅋㅋ
답글 감사합니다,,,,,
일본에 whale watching 포인트가 있습니다,,,,
꽤 많은 곳이 있죠,,,,
한국에서도 일본관련 whale watching책자를 구할수 있는데.,…
아마 그린피스한국 지부회 사무실에 전화 하시면 일본 한국 대만의 whale watching정보를 얻을수 있습니다,,,
에릭 하이트인가? 누군가? whale watching계에서는 세계에서 알아주는 할아버지의.
그 책자에는 한국에서도 울산에서는 whale watching가 가능 하다고 나와 있는데…
한번 구해서 읽어 보십시오….
그리구 만지기 까지는,,,  힘든 걸로 알고 있습니다,,,
돌고래야 dolphin watching을 할 경우 같이 수영 하며 만지고 놀수는 있지만
고래의 경우는 힘든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리구 일본에서는 dolphin watching이라 하지 않고 dolphin swim이라고 합니다,
dolphin swim도 크게 2가지로 나뉘어 지는데..
하나는 수족관이나 잇케이스 에서 사육되는 돌고래들과 같이 수영하며 먹이를 주며 만지는것, 또하나는 정말로 야생의 돌고래들과 바다에서 만나 같이 수영하면 노는 경우 인데…
야생의 돌고래와 같이 수영한다는것,,,,,
정말 꿈만 같은 일입니다,,,
돌고래도 호기심이 많고 노는걸 조아해 사람과 잘 어울려서 같이 수영을 하죠,,
운이 조으면 돌고래에거 업혀다닐수도 있다는…  ㅋㅋㅋ
저도 이번 여름에는 dolphin swim할 계획인데 괜찬으 시다면 같이 가시죠?  ㅋㅋ
항상 고래를 생각 하면 흥분 하는 저라 이번에도 뒤죽박죽인 글이 되어 버렸습니다,,,

혹시 whale watching에 관한 자료가 더울 필요 하시면 말씀하세요,.,,
있는 힘껏 자료를 밀어 드릴께용~~~~~

정말 가능하면 이번 여름에 꼭 해보고 싶다. 함께 하고 싶은 분은 코멘트 남겨주시라. 서로 열심히 여행 계획을 상의하는 기쁨을 누려보도록 하자.

방문자 카운팅

이런건 아니어도, 블로그에 로봇의 방문자 카운팅을 무효화하는 플러그인을 달았더니 하루 방문자 숫자가 거의 1/7, 1/8로 뚝 떨어졌다. 전에 원영이와 술먹으면서 ‘대체 설명이 불가능한 내 블로그의 방문자 카운팅 (하루에 거의 80~100명 가까운) 의 원인이 무얼까’에 대해서 이야기 한 적이 있었는데, 아무튼 원인이 밝혀진 것이다.

부동산 거품도 걷히는 세월이니, 방문자 카운팅의 거품도 걷혀야 하리라.

몰아서

1. 촛불집회 & 정태춘, 박은옥 선생님
연이어 두개의, 대추리와 관련된 글을 옮기고 나니까 돌멩이 형님으로부터 전화가 딸깍 왔다. 주말 저녁 멍하니 보내지 말고 광화문에 나가보자는 얘기였다. (양심상) 갈 수 밖에 없었고 또 가려고도 했었고 평택까지야 힘들더라도 광화문에 못나가겠냐 싶은 마음에 그러겠노라고 답하곤 집을 나섰다.
정말 몇년만에 집회에 나가본 것이어서 기분이 묘했다. 그리고 낯익은 얼굴도 몇몇 보여서 정말 이바닥이 좁긴 좁구나 싶기도 했고…

다닥다닥 붙어 앉아 영상물을 보고 노래패 공연을 보고 연사의 절절한 사연을 듣고 하며 시간이 흘렀다. 주제넘게 얇은 반팔 티 하나만 입고 가서 저녁이 되고 바람이 심하게 불자 무척 추웠는데, ‘마음에 평화에 대한 열망이 꺼지지 않는 이상 내 체온은 언제나 36.5도!’를 연신 외우며 견뎌냈다.

그런데 사실 대추리에 대한 생각보다는, 오래간만이다 라는 마음이 더 깊었다. 차가운 아스팔트 바닥에 피(유인물)를 깔고 앉아 보는 것, 팔뚝질 하며 쨍가를 불러 보는 것, 힘차게 구호를 외쳐 보는 것이 마치 처음 해보는 일인양 생경했다. (아마도) 노찾사가 부른 ‘그날이 오면’도 참 오랫만이었고…

그날이 오면

한밤의 꿈은 아니리 오랜 고통 다한 후에
내 형제 빛나는 두눈에 뜨거운 눈물들

한줄기 강물로 흘러
고된 땀방울 함께 흘러
드넓은 평화의 바다에
정의의 물결 넘치는 꿈

그날이 오면
그날이 오면
내 형제 그리운 얼굴들 그 아픈 추억도
아아 짧았던 내 젊음도 헛된 꿈이 아니었으리
그날이 오면, 그날이 오면

그날이 오면
그날이 오면
내 형제 그리운 얼굴들 그 아픈 추억도
아아 피맺힌 그 기다림도 헛된 꿈이 아니었으리
그날이 오면, 그날이 오면

민중가요 스트리밍 서비스 Plsong.com

그렇게 집회가 끝나고 일행과 저녁 겸 술을 마시러 인근 국밥집에 들어갔다. 한참을 난상토론(?) 중이다가, 갑자기 문이 열리고 들어서는 정태춘, 박은옥 선생님! 집회의 마지막에 노래를 부르셔서 아마 집회가 끝나자 행사 관계자분들과 함께 식사를 하러 오신 것 같았다.

아무튼 나는 계속 기회를 엿봤다. 꼭 인사를 드려야 해, 인사를… 그러다가 식사를 다 마치시 나가려 하시길래 기회를 노려서 성큼성큼 다가가 인사를 드렸다. “선생님 오늘 노래 잘 들었습니다. 선생님 노래 좋아하는 사람입니다.” 했더니 정태춘 선생님이 슬쩍 웃으시며 내게 악수를 청했다. 손을 씻지 말아야지 했는데, 그 다음날 무심결에 씻어버리고 말았고…

아무튼 그렇게 끝난 주말.

2. 은행여직원
이건 지난주 중에 일어났던 일. 조금 늦게 퇴근해서 귀가하는 중에, 동네 은행 앞을 지나가 매우 얼굴이 익은 여자 하나가 바쁜듯이 걸어가는게 보였다. 내가 동네에서 그렇게 낯을 알아 볼만한 여자가 없을텐데, 아무튼 기억에 있는걸 보니 서로 아는 사이겠다 싶어서 일단 아는척이라도 하려고 손을 반쯤 들었다.

그런데 반쯤 들다말고 번쩍 그 여자가 누군지 떠올랐다. 내 주거래 은행인 우리은행의 창구여직원이었던거다. 창구직원 가운데 가장 젊었고 얼굴 생김도 서글서글해서 사실은 내가 약간 좋아했었던 (-_-;;) 사람이었다.

물론 공적인 일 외에 말을 걸어본 적은 없다. 게다가 가능한 모든 은행업무는 집에서 인터넷뱅킹으로 해결하니까 은행에 갈 일도 별로 없었다. 그래도 간혹 은행에 갈 일이 생기면, 타이밍을 잘 조절해서 그 여직원이 담당하는 창구에 가곤 했었던거다.

그래, 정말 우리는 모르는 사이다. 내가 아는척하면 이 쪽팔림을 어찌 감당하리오. 해서 반쯤 든 손을 어색하게 기지개 펴는 시늉으로 바꾸고 그 여자 옆을 지나쳤다.

그런데 정말 멋져보였다. 유니폼만 입고 있는 그녀와는 차원이 다른, 나보다 나이가 많지는 않겠지만서도 왠지 모르게 어른스러운 그런 느낌.

당신을 공개 수배합니다! 내 맘을 빼앗아간 당신! 우리은행 신월동지점, 이름도 모르는 그대여! (아니 사실은 외웠었는데, 까먹었다.) 이 글을 보면 제게 연락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