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ce
10월 1st, 2007 by kirrie, under 원맨쇼/영화. 7 Comments
두어 평 방 안에서 창문 밖으로 보이는 손바닥만 한 하늘을 보는 것도 지친 모양이다. 가끔 나는 일을 만들어 외출을 하게 되었다. 시간이 많으면 줄여 갈 길도 돌아가고 걷다 말고 아무 곳에나 앉아 쉬는 일도 잦다. 거리에서 시를 쓴다, 던 형도형의 메모처럼 살아 움직이는 사람들을 보는 일은 매우 신비롭다.
혼자서 먹는 싱거운 테이크 아웃 아이스 커피나 자장면, 담배, 재잘대는 여자아이들, 땀을 훔치며 바지런히 걷는 노인과 버스와 빌딩들, 그 옆의 노랗게 삭은 집들 그리고 혼자 보는 영화에도 나는 익숙해졌다. 귀에 소음으로만 들리던 것들도 이제는 조금 낯익다. 가을은 조금씩 더 많은 비를 뿌리게 되었다.
앞으로 당분간 이 영화의 OST를 들으며 나는 숨을 쉬듯이 아일랜드의 거리를, 그 거리에서 꽃을 팔던 처녀를, 10센트를 받고도 목청껏 자신이 쓴 곡을 부르는 거리의 악사를 떠올릴 것이다. 그리고 그 시각적 기억들은 다시 청각으로, 스피커를 통하지 않아도 울리는 마음으로 남을 것이다. Once의 가장 훌륭한 점은 (모든 훌륭한 영화들이 그렇듯이) 자신에게 적대적이었던 세계를 허물고, 또 그 세계와 대립하는 우리 마음의 울타리를 허물어 다시금 낯익게 만든다는 점이다. 얼어붙은 몸에 손끝으로부터 전해지는 안온한 온기 같은 것 말이다.
7 Comments
준 on 10월 5th, 2007
나는 왜, 아직도, 영화를 혼자 보러 가지 못하는가.
kirrie on 10월 5th, 2007
ㅎㅎ 돌아서면 항상 네가 있구나.
kirrie on 10월 5th, 2007
을남아.. 가을남아.. 가을타는구나. ㅋㅋ
규화목 on 10월 6th, 2007
if you want me…
마지막에 여자가 피아노 치고 있는 장면, 좋았어요.
kirrie on 10월 6th, 2007
네 블로그에 그 음악 듣고서 Once 보러간거였어.
대만이 on 10월 9th, 2007
오랜만에 형 블로그 들어왔는데 여기도 낯익은 노래가 들리네.
나도 귀에 달고 살아.
렌 on 10월 2nd, 2007
역시 형도 봤군요. 저도 요즘에 귀에 달고살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