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2월 11th, 2008 by kirrie, under 서울나기. 6 Comments
긴 연휴였지만, 내게는 거의 의미가 없는 연휴였다. 오랫만에 뵌 할머니는 여전히 정정하셨고 (하지만 세월의 화살을 누가 피할 수 있으랴), 아이들은 점점 더 자라서 이제는 쉽게 볼 수 있는 나이가 지나게 되었다. 한 주 내내 술을 입에서 떼지 못할 정도였다가 급기야 토요일에 귀국한 친구의 환송회(?) 자리에서 오버한 나머지 다음 날인 일요일 내내 누워서 지낼 수 밖에 없었다. 이를테면 ‘복구모드’로 몸이 전환되는 것이다. 복구모드가 되면 나는 일체의 행동을 할 수 없게 되고 계속 잠을 자거나 뭔가를 먹어야 한다. 정말 많이 먹었다. 간신히 몸을 움직여 밥에 물을 넣고 끓여 먹기도 했고 야채국에 밥을 말아 먹기도 하고… 그렇게 한나절을 보내야 정상.
‘정상’이란 말이 참 우습게 들린다. 패치에 패치를 거듭해서 원래 모습이 조금도 남아 있지 않은 어떤 프로그램이 떠오른다. 내게는 어떤 상태가 정상인가.
이제는 밤에 자고 낮에는 깨어 있을 수 있다. 이런게 정상이겠지. 가끔 자려고 누으면 너무 흥분을 해서 (성적인거 말고) 생각이 많아져 잠이 오질 않는다. 내 안에 묵은 상처들이 얼마나 깊은지, 검고 무서운, 무거운 분노들이 거품일듯이 치밀어 오르는 것이다. 다시 약으로 억지로 잠들려고 해도 또 꿈은 얼마나 리얼한지, 한번도 편안히 잠든 적이 없다. 자도 현실이고 깨도 현실이고… 무슨 이토 준지 공포만화도 아니고 왜 내게 이런 일이 일어나야 하는지 잘 이해 할 수가 없다.
끊임없이 부풀어 오르는 자아를 억누른다. 평범하자, 아무 것도 아니다. 이것도 꿈이다. 깨고 나면 또 다른 세상이 나타날 것이다.
핑크 플로이드의 wish you were here를 연습하기 시작했다. 의외로 코드가 담백해서 조금만 더 연습하면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 외엔 어제와 같다. 어제는 어제의 어제와 같고, 어제의 어제는 어제의 어제의 어제와 같다.
6 Comments
souon on 2월 12th, 2008
안부인사에 답변도 못했네 그려
올 한해 내내 평안하시길..난 이사한다네
seongsu on 2월 12th, 2008
주헌아,
연휴때 바빴구나!!
그때 연락을 못해서 미안하다!!
요즘에 계속 이것 저것 정리하느라 나도 바빠.
좀 정리가 되면 한번 보장~ ㅋㅋ
그럼~~~~~~~~~~~~~!!!! ^^
kirrie on 2월 13th, 2008
아니, 뭐 대단한거 아니에요. 2중주 하자니까 갑자기 기가 팍 죽음. ㅋㅋㅋ
kirrie on 2월 13th, 2008
바쁜가봐요? 어디로 이사해요? 이사하면 집들이 할꺼?
kirrie on 2월 13th, 2008
그래. 월요일날 문득, ‘왜 성수 녀석이랑 만나질 못했지’ 하고 생각했다. ㅎㅎ
멀리 가는 것도 아닌데, 천천히 보지 뭐 ^^
satii on 2월 11th, 2008
언제 기타와 바이올린으로 2중주 한번 해볼까. 열심히 연습하그라~~
그리고 뭔 노래인지 악보한번 메일로 보내줘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