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
4월 20th, 2008 by kirrie, under 서울나기. 3 Comments
마지막으로 짐을 정리하며, 어머니는 내게 다시 한 번 생각을 해 보는 것이 어떻겠냐고 처연한 표정으로 만류했지만, 이미 내 마음의 절반은 우주에 가 있었다.
발사대로 향하기 전에 카메라 샾에 들러 카드로 300mm짜리 망원 렌즈를 구입했다.
예상 외로 발사대 근처는 한산했다. 군인들이 분주하게 이리저리 돌아다녔다. 발사 책임자가 나와 내 동료에게 다가와서 이상한 이야기를 했다.
“자, 결정을 내리세요. 오해가 있었는데, 당신들은 우주에 일주일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삼년을 머물게 됩니다. 원치 않으면 지금 그만 두셔도 괜찮습니다.”
내 동료는 그 말에 기겁하며 자기는 가지 않겠다고 했다. 나는, 상관없었다. 가겠다고 했다.
니콘 본사에서 내게 프로토 타입의 초망원 렌즈를 선물했다. 이거면 우주에서도 지표면을 상세히 볼 수 있다고 했다. 괜히 300mm짜리 렌즈를 샀나보다 하고 후회했다.
로켓이 진동하며 중력을 뿌리치고 대기권을 벗어나자, 갑자기 사방이 어두워졌다. 지구의 동쪽, 그러나 우주에서 방향은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에서 갑자기 태양이 떠올랐다. 평생 그렇게 밝은 태양은 처음이었다.
우주 정거장에 로켓이 도킹하고, 무중력 상태에서 정거장 안으로 들어갔다. 정거장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소리도 없고, 진동도 없는 우주. 나는 초속 몇 킬로미터 인가로 지구 정지 궤도를 돌고 있었지만, 움직이고 있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오랫동안 누구와도 이야기하지 않았다. 외로울 때마다 카메라로 지구를 관찰했다.
정거장은 지구의 밤 쪽에 떠 있었으므로, 내가 볼 수 있는 것은 지구의 야경 뿐이었다.
차들이 길게 늘어 서 있고, 아파트는 이빨 빠진 옥수수처럼 곳곳에 불이 꺼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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