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의결혼

중학교때 가장 친하게 지냈던 패거리들 가운데 한 놈이 2월에 결혼한다고 한다. 미리부터 집들이를 한다 뭐한다 전화가 와서 다음주 월요일에 만나기로 약속을 하고 가만히 생각을 하다보니, 이 놈 좀 바뀐 것 같다.

중학교 애들이 다 그렇듯, 당시에 우리는 입도 상당히 걸어서 항상 씨발조팔을 붙이고 살았으며 서로 머리가 크니 (희안하게 패거리들 전부 다가 머리가 컸다. -_-;;) 어쩌니, 요즘 식대로 말하자면 ‘비난개그’의 달인들이었던 것이다. 그런 놈이 오늘 전화를 끊으면서,

“오늘 전화 끊고 나서도 좋은 일만 가득하기를 바랄께.”

-_-;;

나는 당장 끊으려던 전화를 붙들고,

“아, 씨발 좀 닥쳐줄래? 너 어째 결혼한다더니 사람이 확 바뀐거 같다? 야, 너 ‘평소에 안하던 짓 하면 곧 죽을 징조’라는 오래된 속담도 모르니?” 어쩌구 저쩌구…

연애하는 사람은 없냐는 둥… 없으면 소개시켜 주겠다는 둥… 내가 옛날 기억을 되살려 ‘비난개그’를 ‘작렬’해도 녀석은 뭐가 좋은지 허허 웃기만 한다.

무협지를 좋아해서 당시 국어시간마다 서로 김용의 영웅문 시리즈를 돌려 읽었고 (여전히 우리들의 영웅문 가운데 최고의 시리즈는 ‘신조협려’다.), 거기에 실린 협사들의 이야기들이 역사적 사실이라고 믿었고, 신조협려의 주인공인 양과가 사실은 한반도로 넘어와 성을 ‘배’씨로 바꿨으며 자신이야말로 선조 양과의 적통을 잇는 후예라고 자처하던 녀석이었다. (그 녀석의 성씨는 ‘배’가고, 신조협려에서 양과의 노년시절 이야기는 자세히 나와있지 않아서 우리는 여러가지 상상을 하곤 했다.) 또한 만화도 좋아했고, 녀석도 만화를 잘 그려서 무슨무슨 만화신인상에 내가 스토리를 쓰고 녀석이 그림을 그려서 응모해보자고 하기도 했었다.

녀석은 그 뒤로 만화에 대한 꿈을 잃지 않고 꾸준히 노력해… 훌륭한 만화가가 되었다면, 난 참 좋았을 것이다. 난 만화를 좋아하니까. 아무튼 녀석은 만화가 대신에 미술가가 되었다. 언젠가 개인전도 열었다는데, 물론 가보지는 않았다. -_-;; 현재 중대 대학원에 들어가 공부를 더 하고 있다고 하니, 앞으로 만날 일은 많겠다는 생각이 든다.사용자 삽입 이미지녀석의 싸이월드에 들어가 작품들을 감상(?)하다가 강렬한 붉은 색이 인상적이어서 퍼온 그림. 친구 사이니까 저작권이고 뭐 그런거 없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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