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인사

결과적으로, 그리고 전체적으로 봤을때 올해의 나는 좋았습니다. 그러나 시간을 세로로 얇게 슬라이스해 쭉 늘어놓고, 각각의 불연속하는 단편에 점수를 달아 이건 좋고 저건 나쁘고 하는 식으로 분류한 다음, 좋은 것들과 나쁜 것들을 서로 묶어 편집해 상영한다면, 어쩐지 기억에 남는 것은 나쁜 것들 뿐입니다. 제목을 달아 영상자료원 같은데서 상영한다면 그럭저럭 관객을 모을 수도 있을지 모르겠고요.

그러니까 저는 한번도 삶에게 속아보지 않은 해가 없다는 것이죠. 삶은 항상 그럴듯한 말을 건내며 다가오는데, 그게 분명 거짓이란걸 알면서도 매번 속고 말아요. 대체 어느 순간에 내가 속게 되는지도 모르겠어요.

그러나 수많은 배신 속에서 얻은 교훈은 이렇습니다.

나는 다음 해에도 속아 넘어갈 것이다.

나는 속을 것이고 패배할겁니다. 실망하고, 또 어떤 날은 상심이 너무 커 다 큰 어른이면서도 그만 사람들 앞에서 엉엉 소리내 울 것입니다. 그렇지만 나는 당연히 그렇게 될 것을 알고 있으니 크게 걱정되진 않는다고요. 자신이 분명히 이길 것이라는걸 알고 있는 도박의 결과 만큼이나 분명히 질 것을 알고 있는 도박의 결과도 저에게는 충분히 만족스럽거든요.

마흔을 헐떡이며 넘어가다보니 건강만큼 지키려 노력하지 않았던 것이 후회되는 것이 없습니다. 조금 더 이른 나이에 조금 더 건강해지려 애쓰는 2019년 되시길 바라겠습니다.

여전히 이 기척 없는 블로그에 종종 들려주시는 여러분들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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