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보건실이란델 처음 가봤다. 증상을 설명하니 액티피드 두 알을 건내주었다. 내 과, 이름, 학번 등등을 묻길래 대답하다가 그만 학번이 생각 안나서 대충 대답해버렸다. 약을 받고 나오면서 다시 학번이 생각났으나, 다시 되돌아가서 학번 잘못 불러드렸다고 말하는 것도 좀 우스워서 그냥 나와버렸다.
어디선가 들어 본 이름이다, 액티피드. 자판기에서 뽑은 음료수와 함께 알약 하나를 넘긴다.
그나마 교양 수업 하나 있는게 오늘 세시간 연강이라 도저히 마지막 시간까지 버티질 못할 것 같아서 한시간 듣고는 (사정 설명하고) 나와버렸다. 낮에 먹은 감기약이 바야흐로 효과를 내고 있는 중이었다. 노오란 구름이 동쪽에서 서쪽으로 흘러갔다. 나는 (육체적으로) 깊은 단절감을 느꼈다.
집으로 돌아 오면서 갑자기 영화가 보고 싶었다. 아무것도 먹지 못해서 속이 허한대도 뭘 먹고 싶다는 생각보다는 앙겔로풀로스가 보고 싶었다. “학의 멈춰진 걸음걸이.” 노오란 작업복(우비)의 이미지. 도처에 드러나는 구원의 실마리. 찐득하게 의자에 앉아서 그 영화가 보고 싶었다. (그렇죠, 형?) 그러니까 먼저 그 노오란 작업복이 생각났던거다. 감기약때문에, “영원과 하루”에서 자전거타고 잠깐 지나가는 노오란 우비까지. 완전히 자기 것이 된 이미지를 태연하게 구사할 수 있는 감독, 정말 대가다. 너무너무 보고싶으나, 아마 다시는 쉽게 볼 수 없을 것 같다. (혹시라도 이 작품을 가지고 계신 분은 연락주세요..)
그러나 영화를 보는 대신에 집에 오자마자 밥먹고 약먹고 그냥 자버렸다. (지금 막 깨서 잠깐 일하고 글 씀)
저도 감기 걸렸어요 -_ㅠ
축하!
엑티피드는요, 군대에서 아프다면 무조건 주는 약이예요.
나는 수많은 영화들 사이에서 나와 닮은 영화를 찾는다. 나와 닮은 여럿의 영화 가운데서 나를 찾는다. 노란 옷을 입은 성부 성자 성령도 좋고 다르덴 형제의 노동같은 핸드헬드도 좋고 아. 그렇지 요즘은 아피찻퐁의 정글이 좋다. 아피찻퐁의 정글이란 세상을 가리키는것이 아니고 세상으로 부터 도망칠수 있는 어떤 장소다. 세상의 질서와 계급을 위해 정해놓은 가치와 선으로 부터 자유로운곳. (그래. 나는 선의 이중성이 너무 싫다) 소주집에 가서 맥주를 마시고 왔지. 아. 등갈비집. 너도 알지. 그다음 이차는 피쉬 앤 그릴 이라고 퓨전 포장마차인데 내가 아주 좋아한다. 바글바글 갈곳 없는 사람들이 휘청이다 가는곳. 꽁치구이가 두마리에 4500원. 맥주에 꽁치구이라니 그야말로 나는 잠이 깨니 우주에서 마지막 남은 도마뱀이 아니고 무엇이랴. 친구에게 "난 너를 만나면 거짓말만 한다. 왜 그럴까" 했더니 택시가 내 앞에 섰다. 이제 씻고 자야지. 주헌군. 해피해피 해에에피~
satii//아니 이런 낯뜨거운 사랑고백을 공개적인 장소에서.. 나는 오늘 서울대입구에서 지독한 감기에도 불구하고 소주를 마셨죠. 차가 끊겨서 택시를 타야하는데 화장실을 찾으려고 조금 걸었어요. 오줌이 마려웠거든요. 한참 걷다보니, 화장실을 찾는것보다 걷는게 더 좋아서 좀 더 걸었어요. one quiet night를 들으면서. 한참을 걷다보니 신림인가 대림인가… 대체 몇시간을 걸어온거야, 하다가 지쳐서 택시를 탔어요.
우연히, 샤오시엔의 연연풍진을 구해서 주말에 볼까하고 준비중이에요. 오즈의, 하하하하하 그야말로 "꽁치의 맛"도 구했죠. 물론 형한테 부탁하면 쉽게 얻을 수 있는거지만.
아, 인천. 그립다. 왠지 그때 등갈비집도 좋았고.. 것보다 형집에서 자는 것도 좋았고.. 엄청 비싼 바이올린 막 만져본 것도 좋았고.. 냉동 소세지랑 하이네켄도 좋았고.. 그 다음날 아침 인스턴트 된장국도 좋았고.. 그게 언제였더라. 우리가 막 즐겁게 빛나던 날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