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파일

‘엑스파일 극장판 2탄, 나는 믿고 싶다’가 8월 중으로 개봉한다고 한다. 나이살 감출 길 없는 멀더와 긴 머리의 스컬리는 트레일러를 통해 아무리 봐도 도무지 믿기지 않는 풍경이긴 하다만, 그래도 나는 보러 갈 것이다.

얼마 전에 사티형이 그랬다.

“정성일 선생님 무슨 글에서 나온 얘긴데, 엑스파일에는 항상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이 있데.”

“뭔데요?”

“좋은 소식은 진실은 항상 저 너머에 있다는 것.”

“나쁜 소식은?”

“나쁜 소식은… 진실은 항상 저 너머에 있을 뿐이란 것.”

“하하하!”

나는 이 사람이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교육감 투표

오늘 니들 투표는 다들 했니?

1. 무슨 투표?
2. 회사 가야해서…
3. 찍을 사람 없어!
4. 당연 투표 했지~
5. 투표권 없어요~ (지역 외 거주자이거나 선거권이 없는 나이)

4번, 5번 제외하고 다들 대가리 박아라. 이런 씨뮬라시옹! 투표율 15%가 올 해 실질 물가상승율이냐? 촛불집회 나왔던 녀석들 친구 하나씩만 잡고 투표장 가도 30%는 넘겠다! 특히 애 있는 엄마 아빠들! 니들 내가 팜플렛 돌리니까 관심 없다고 쌩까더라? 결혼 안 한 총각도 아이들 한 번 맘껏 웃는 세상 만들어 보겠다고 교육감 선거에 뛰어드는판국에 이제 당장 학부모 될 니들이 관심 없다면 어쩌란거냐? 걍 닥치고 학원, 과외? 앞으로 티븨에 교육관련 뉴스 나오면 샷 다 마우스 하고 지내라.

아직도 늦진 않았다. 8시까지니까 이 글 본 서울시 거주 선거권 있는 성인남녀, 특히 애 있는 엄마 아빠들! 초고속으로 선거 관련 팜플렛, 인터넷 검색 해보고 과연 누가 우리 애들을 위해서 좋은 교육감인지 판단해라. 형 오늘 더워서 인내심 앵꼬다. 존말 할 때 어서 가서 투표해라.

홍콩

솔직히… 홍콩이 화성(Mars)도 아니고 한 번 다녀오는데 수십억씩 드는 것도 아닌데 나만 다녀 온 것처럼 멋드러지게 홍콩 여행에 대한 감상을 적는 것은 조금 우스워 보인다. 그리고 잘 쓸 자신도 없다. 검색해 보면 홍콩 여행에 관한 아름다운 추억이나 실속 있는 정보, 멋진 사진들을 찾아 볼 수 있을 것이다. 거기다 내 이야기 한 꼭지를 또 걸어 둘 필요는 없는 것이다.

어쨌든 나는 무사히 다녀 왔고, 한 나흘을 빡시게 걸어 다녔더니 배도 조금 들어 간 것 같다. (돌아 온 지 이틀만에 다시 원상복귀) ‘여행에서 만난…’ 운운 하는 낭만적인 해프닝은, 당연히 없다. 아, 마지막 날에 춤추는 술집에 들어가 신나게 춤을 추다가 네델란드에서 왔다는 어떤 사내와 이야기를 했다. 걔는 영어를 곧 잘 했지만, 나는 잘 하지 못하고 게다가 술집 안이 너무 시끄러워서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야 몇 마디 나누고 뭐 그런 식이었다. 너무 신나게 춤을 췄던지 술집 안 사람들이 다 한번씩 인사를 해서, 그 도중에 코리안이라고 말한 걸 옆에서 들었나보다. 한국 축구를 좋아한단다. 오, 그래? 넌 어디서 왔는데? 홀란드. 뭐 그렇게 이야기가 시작됐다. 어라? 홀란드? 그럼 히딩크 어쩌구 저쩌구, 솔직히 축구 별로 좋아하지도 않는데 분위기 때문에 우리는 서로 얼싸 안고 마치 오래 전에 헤어진 형제를 만난 것처럼 기뻐했다. 이정도가 해프닝이라면 해프닝.

돌아 오는 비행기 안, 무슨 교회에서 단체로 여행이라도 온건지, 아니면 사박 오일 선교봉사 하고 돌아가는 모양인지 이집사님 김권사님, 시끌벅적 하다. 애새끼들도 마치 관광버스라도 탄 것처럼 의자 위에 올라가 난리를 친다. 그러다가 창가 쪽에 앉아 있던 어떤 꼬마 여자애가 ‘아저씨 저랑 자리 좀 바꿔주세요. 친구랑 앉게요.’ 한다. 어이쿠 이렇게 감사할데가. 그래서 처음으로 1만미터 상공에서 지상(과 해상)을 감상할 수 있었다.

구름이 기묘한 모양으로 비틀리고 휘몰아 흘러간다. 고개를 돌려 뒤쪽을 보니 서쪽으로 해가 지고 있다. 비행기는 열심히 동쪽으로 도망가며, 석양을 피해 날아간다. 수평선 끝은 어느 순간 사라졌다가 하늘로 이어졌다. 천지 만물이 무아지경으로 녹아든다. 그 순간에 내가 인간인걸 정말 저주했다. 새로 태어났다면 내게 나날은 이런 감격이었을 것이다. 이런 압도적인 광경 앞에서 주저리주저리 감탄사를 연발하는 인간이 있다면 신나게 패줄테다. 닥치고 감동. 닥치고 감격.

그리고 기내식을 먹고 한 숨 잠들었다가 서해 근처에 와서 잠이 깬다. 또 다시 창문을 본다. 서쪽의 끝은 이미 밤이었다. 나는 오후였고, 오른편으로는 아직 오전의 하늘이 펼쳐졌다. 구름이 또 다시 몰려든다. 아이고 맙소사! 사람들이 천국을 이야기하며 하늘을 올려다보는 이유가 다 있었구나!

아 더워2

선풍기를 거의 24시간 틀어 놓는 것 같다. 내 방 선풍기에게 너무 미안해서 낮에는 안방 선풍기를 켠다. 그러니까 2교대다. 이거 참 월급도 안주고 여름만 되면 이렇게 노동력을 착취해대는게 내 계급적 신념에 어울리지 않는 노릇이지만, ‘우리 다 힘들 시기인데, 조금씩만 양보해야 하지 않겠니, 선풍기야?’
아이고, 주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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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컨은 나오는데 계속 땀이 흘렀다. 왜 이렇게 사람이 많은걸까 하고, 핸드폰을 꺼내 시간을 보니 퇴근 시간도 한참 지났는데 2호선 강남 어림쯤의 구간은 항상 이렇다. 자꾸 머리가 흘러내린다. 머리가 기니까 너무 간지럽다. 자꾸만 머리를 뒤로 쓸어 넘긴다. 그런데도 머리를 잘라야 하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존나게, 죽어도 안잘라야지. 하도 머리가지고 뭐라 하는 인간들이 많아서 짜증이 나니까 오히려 오기가 생기는거다. 왜들 이렇게 책임지지도 사실은 관심도 없는 남 머리 모양가지고 저 지랄들인지. 이럴땐 차라리 내 머리를 보고 노골적으로 비웃고 지나가는 사람들이 더 반갑다. 존나게, 평생 남 머리 모양가지고 왈가왈부하고 살아라.

아 더워

선풍기는 하루 종일 돌아간다. 미지근한 바람에 세수를 하고 다시 컴퓨터 앞에 앉아서 포토샵을 만진다. 불러 온 이미지들의 용량이 너무 크고 많아서 하나씩 선택하는데 컴퓨터 화면은 툭툭 끊긴다. 다시 부팅을 하면 좀 나아지겠지만, 다운로드 받고 있는 것들이 있어서 잠시 대기중이다. 그리고 나의 생활도, 대기중이다.

지난 한 달 간 집회에서 나는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오랫동안 보지 못했던 사람도 새로 만난 사람도 있다. 오랫만에 만난 사람들은 대개가 뜨악한 표정들이다. 어딘지 모르게 다들 조금씩 부끄러워 하는 것 같기도 했다. 그래, 사실 별로 친한 사람들도 아닌데 장소가 장소고 때가 때인 만큼 억지로 친한 척을 했던 것 같다. 어쨌든 그 동안 만나지 못했던 기간들을 압축하고 압축해서 5초나 10초 정도 인사로 나누고 그리고 또 인파들 사이로 우리는 헤어졌다. 언제 또 만날까, 거리에서. 아무래도 나는 집회를 빙자해서 그냥 거리를 걷고 싶었던 건지도 모르겠다. 통제 불가능한 폭도(?)들 사이에서, 언제 전경이 날 선 방패를 들고 쫓아올지도 모른다는 두려움과 함께 불안했을 것이다. 그건 그것대로 좋다. 나는 불안과 친구하기로 했으니까. 뭐, 다들 조금씩 그렇게 하고 사는거 아닌가.

참, 러브레터 이야기를 하기로 생각했었는데. 한달쯤 전에 러브레터를 다시 봤다. 사실 첫번째 봤던 때의 기억은 거의 남아 있지 않으니 처음 본거나 마찬가지. 러브레터, 이거 대단한 영화다. 솔직히 베로니카의 이중생활 보다야 훨씬 나은게 아닌가 싶다. 그렇게 생각한다면, 아마도 나는 뭔가 거대 담론들에 대해서 실증을 느끼게 되었다거나 한거고. 사랑하고 싶은 사람들은 무지하게 모여 있는데, 도무지 뭔가 안풀리는 그런 영화. 어, 그러니까 무슨 얘기냐면, 진짜 좋아하는 사람을 맘 속에 묻고 새로운 사람과 사랑하기 시작했는데, 그 사랑이 깨지고 나서 예전 좋아하던 사람을 만나고 나니 이번엔 다시 헤어진 사람이 그리워지는거. 애초에 사랑 따위 불가능하다는 이야기지. 다 허상이고, 봄 되면 녹는 눈 같은거.

에고 아침이네.
혼자 쓸쓸하게 있는 블로그 불쌍해서 말도 안되는 이야기 좀 쓰다 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