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인사

결과적으로, 그리고 전체적으로 봤을때 올해의 나는 좋았습니다. 그러나 시간을 세로로 얇게 슬라이스해 쭉 늘어놓고, 각각의 불연속하는 단편에 점수를 달아 이건 좋고 저건 나쁘고 하는 식으로 분류한 다음, 좋은 것들과 나쁜 것들을 서로 묶어 편집해 상영한다면, 어쩐지 기억에 남는 것은 나쁜 것들 뿐입니다. 제목을 달아 영상자료원 같은데서 상영한다면 그럭저럭 관객을 모을 수도 있을지 모르겠고요.

그러니까 저는 한번도 삶에게 속아보지 않은 해가 없다는 것이죠. 삶은 항상 그럴듯한 말을 건내며 다가오는데, 그게 분명 거짓이란걸 알면서도 매번 속고 말아요. 대체 어느 순간에 내가 속게 되는지도 모르겠어요.

그러나 수많은 배신 속에서 얻은 교훈은 이렇습니다.

나는 다음 해에도 속아 넘어갈 것이다.

나는 속을 것이고 패배할겁니다. 실망하고, 또 어떤 날은 상심이 너무 커 다 큰 어른이면서도 그만 사람들 앞에서 엉엉 소리내 울 것입니다. 그렇지만 나는 당연히 그렇게 될 것을 알고 있으니 크게 걱정되진 않는다고요. 자신이 분명히 이길 것이라는걸 알고 있는 도박의 결과 만큼이나 분명히 질 것을 알고 있는 도박의 결과도 저에게는 충분히 만족스럽거든요.

마흔을 헐떡이며 넘어가다보니 건강만큼 지키려 노력하지 않았던 것이 후회되는 것이 없습니다. 조금 더 이른 나이에 조금 더 건강해지려 애쓰는 2019년 되시길 바라겠습니다.

여전히 이 기척 없는 블로그에 종종 들려주시는 여러분들께 감사드립니다.

결혼

결혼했습니다. 오래전에 어렴풋이, 독신주의자는 아니지만 아마도 내게 결혼이란건 좀 무리일 것 같아, 그렇게 예감했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러나, 했습니다. 이렇게 될 수 밖에 없었던 것 같습니다.

결혼식에 와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축하해주셔서 정말 기뻤습니다. 앞으로 나와 동거인이 행복한 것만을 생각하겠습니다.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기본소득 블로그 선언


기본
소득 블로그 선언

이 도시에 남은 것은 성장주의 체제와 그를 보호하기 위한 과시적 통치
뿐이다. 이 나라의 모든 도시는 외환위기와 금융자본주의의 과도기를 지나며 저마다 상표가 붙여졌고, 모든 공기업은 공공성이 아닌
매출액으로 평가받고 있다. 모든 개인의 주거권, 사회권, 참정권은 물론이고 목숨 그 자체마저도 손익률에 기준해 평가되는 지금,
모든 도시민 역시 성장연합의 상업적 소유품일 뿐이다.

신자유주의 수탈 체제는 모든 사회공공성을 파괴하고 개인의
삶마저 갉아먹는 지경에 이르렀다. 수탈당하는 것은 현재와 과거 뿐만이 아니다. 고작 1년 동안, 100만명에 달하는 사람이
금융채무자라는 굴레를 덮어썼다. 우리의 미래는 점점 더 빠르게 수탈당하고 있다. 아비규환의 땅 위에서 정권은 이 나라가 선진국의
국격을 이룩했다며 축배를 들고, 우리가 쌓아올린 것은 언제나 우리의 것이 아니다. 가당치 않게도 민주공화국이란 상표로 포장된 이
나라에서, 우리는 정치경제의 주체로 인정받지 못한다. 모두는 오로지 자산이고, 자원이며, 상품일 뿐이다.

생계를
잇지 못해 죽어가는 사람들이 쌓여가는데도 지배자들은 우리에게 더 양보할 것을 요구한다. 파업하지 말고, 투쟁하지 말고,
노동조합조차 만들지 말고, 눈을 낮추고, 일하라고 외친다. 그러나 우리에겐 일할 자리도 없다.

그들은 이제 우리에게
어떠한 공공재도, 어떠한 자연적 유산도 허락하지 않는다. 교통과 역사를 자본에게 넘겨주고, 강과 산을 개발산업에게 제물로
바치고, 급기야 사람마저도 생산하려 든다. 자녀를 생산하지 않은 게으른 부모에겐 복지를 제한하고, 지하철 역사에는 자녀를 많이
생산하지 않은 자를 죄인으로 묘사하는 광고를 붙이고 있다. 우리에겐 사회권도, 주권도, 생존권도, 그 어떠한 인격도 없다.
경제적으로 배제된 모든 이들은 인간사회로부터도 배제되었다.

봉쇄된 권리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모든 의무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배제된 인격에게는 등가교환의 시장적 권리마저도 주어지지 않는다. 그들은 우리에게 ‘법과 원칙’이라는 칼날을 들이대지만,
있는 자는 법으로부터도 자유롭다. 지난해 정권에 의해 단행된 이건희의 단독특별사면은 만인이 법 앞에 불평등하다는 새삼스럽지도 않은
사실을 역사에 각인했다. 만민의 자유를 탈취한 자들은 스스로에게 자유주의라는 기만적 명분을 휘장 삼아 두른다. 그 휘장 아래에서
빈민의 자유는 거래의 대상으로 전락하고, 사상의 자유는 법적으로도 통제당한다. 그들은 심지어 자유를 위해 국가보안법을 지키자고
주장한다. 그들이 지키고자 하는 자유는 지배할 자유이며, 착취할 자유이고, 수탈할 자유다. 피지배자의 자유가 원천적으로 통제당하는
그들만의 사회에서, 물질적으로 독립되지 않은 그 어떤 누구도 법의 주인이, 국가의 주인이, 사회의 주인이, 자신의 주인이
아니다. 그러나 우리 모두는 법의 주인, 국가의 주인, 사회의 주인, 자신의 주인이어야 한다. 우리 모두가 같은 공화국의
국민이기에.

공화적 자유는 타인의 지배와 간섭 위에서는 보편적으로 성립할 수 없다. 사회의 오랜 역사가 이를 실증해
왔고, 오늘날 정권이 노골적으로 입증하고 있다. 용산 남일당에 몽둥이와 방패를 들고 난입한 경찰과 용역들은 지배자들 본인이었던가?
아니다. 쌍용자동차의 노동자들과 맞서 싸운 구사대는 자본가들 본인이었던가? 아니다. 침략전쟁에 나선 파병군인들은 관료들이었던가?
아니다. 모두가 빈민, 부자유한 자, 그리고 노동자였다. 상처를 주는 역할도, 상처를 받는 역할도 부자유한 자들의 몫이다.
부자유한 우리는 점점 더 악하고, 신경질적으로 변해가고 있다. 이것은 우리의 본질적 모습이 아니다. 사회가 우리에게 요구하는
모습일 뿐이다. 물질적으로 독립하지 못한 자들에게 지배와 간섭은 일상이다.

수탈당한 자유와 권리는 구걸로 돌려받을 수
없다. 그렇다고 흥정으로 돌려받을 수도 없다. 애시당초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모두 수탈당한 우리가 흥정할 자산이 어디에
남아있는가? 수탈당한 모든 것을 돌려받을 방법은 역수탈 뿐이다. 이윤으로 전환된 모든 개인의 삶, 기여 없이 증식하는 자본가치, 이
모든 것은 보편적 개인이 돌려받아야 한다. 모든 불로소득과 투기소득은 강제적 환수를 통해 모든 국민에게 기본소득으로 지급되어야
한다. 사회는 모든 사회구성원에게 삶에 필요한 제반요건을 보장해야 하며, 이를 위해 필요한 부자유는 오직 ‘탈취의 부자유’
뿐이다. 오직 우리가 같은 공화국의 국민이라는 이유만으로.

헌법1조는 이 나라를 ‘민주공화국’이라 규정하고 있다.
민주공화국은 모든 국민이 주권을 가지는 나라이며, 모든 국민이 주권을 행사할 실질적 자유를 가지는 나라이다. 국민주권은 국민
모두의 복지라는 사회경제적인 기본 조건이 충족된 경우에만 비로소 실현될 수 있다. 보편적이고 충분한 복지는 민주공화국의 기초적
토대이며, 국가는 이를 보장할 모든 의무와 책임을 가진다. 노동이나 자산, 가족관계나 그 어떤 것도 민주공화국의 복지를 위한
거래대상이 될 수 없다. 민주공화국의 복지는 보편적이며, 조건이 없어야 한다. 민주공화국의 모든 국민은 그들이 실질적인 주권자가
되기 위하여 물질적 독립을 보장받아야 한다. 기본소득은 모두의 억류된 자유와 권리에 대한 요구이며, 민주주의 그 자체에 대한
요구이다. 억류된 자유를 해방하라. 모두에게 기본소득을 지급하라.

2010년 4월 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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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