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 말자

우체국 다녀오면서
엠피쓰리를 들었다.
거대한 빌딩이나
철골 구조물들이 보였다.
모두 다 하늘로 치솟고 있었다.
이를 악 물고,
저런 것들에게 져서는 안되겠다 하고 다짐했다.
강해져서 지지 말자.

I shot the sheriff

내가 이걸 처음 들은게 어디였더라.. 태양 가득히 내리쪼는 세종문화회관 앞이였던가, 항상 백열등으로 ‘살인의 추억’의 지하 취조실같은 분위기를 풍기는 내 방이었던가, 그것도 아니면 무슨 바였던가. 뭐 그게 중요한건 아니고.

아 몰라. 닥치고 듣자. 주저리주저리, 명곡 앞에서 말도 참 많구나.

일단 우리 반 만리(Bob Marley)형님 버젼의 원곡, I shot the sheriff.

알흠답구나! 구절구절 녹아나는 저 절절한 표정과 목소리와, 그리고 리듬.
한 몇 년간 No, Woman, No Cry.를 “여자가 없으면 울 일도 없다.”로 잘못 이해하고 있던 내 자신이 정말 부끄러워진다.

그 담은.. 말이 필요 없는 블루스의 살아 있는 신화, 에릭 (이거 분명히 검색엔진에서 그룹 ‘신화’의 에릭 검색하는 애들이 찾아보고 들어온다. 장담하건데..) 클립튼 횽아!

.. 정말 미안하다. 원래 이 뒤의 기타 솔로 부분이 압권인데, 아무리 뒤져봐도 풀 버젼의 동영상은 찾질 못했다. 나중에 찾으면 동영상 바꿔달께. 없음 말고..
원곡은 반 만리형아의 것이지만, 나는 뭐니뭐니해도 클립튼 횽아의, 그 중에서도 이 하이드 파크 공연실황이 것이 제일 좋다. 의외로 유튜브 살펴보면 하이드 파크의 것을 제일로 치는 사람이 많은걸 보면 나의 미감이라는 것이 (나의) 예상외로 보편적인 것 같다.

아무튼, 아무리 짜증나고 불쾌한 일이 있더라도 이 노래만 들으면 분노가 가신다. 일종의 감정이입이라고 할까…

반 만리형아의 말을 빌자면, 이 곡에는 이런 일화도 있었다고.

“I want to say ‘I shot the police’ but the government would have made a fuss so I said ‘I shot the sheriff’ instead… but it’s the same idea: justice.”

“원래 제목을 ‘난 경찰을 쐈어’라고 지으려고 했어요. 그런데 나라에서 그 일로 시끄럽게 굴더군요. 할 수 없이 ‘난 보안관을 쐈어’라고 바꿔 달았어요… 뭐 그래도 하고 싶은 말은 같죠, 정의로움.”

한국으로 치자면 경찰은 공무원이지만, 보안관은 방범대 대장 정도 된다. 즉, 경찰을 까대는건 반국가적이지만, 보안관은 법적으로 민간인이기 때문에 괜찮다고나 할까?

마지막으로 가사 전문.

I shot the sheriff
-Bob Marley

I shot the sheriff, but I did not shoot the deputy.
I shot the sheriff, but I did not shoot the deputy.
내가 보안관을 쐈다. 하지만 보안관 대리는 정말 건드리지도 않았어.

All around in my home town
They’re trying to track me down.
They say they want to bring me in guilty
For the killing of a deputy,
For the life of a deputy.
But I say:
내 고향에서
사람들은 날 잡아들이려고 안달이었지.
보안관 대리를 죽인 죄로,
보안관 대리의 목숨을 앗아간 죄로,
날 체포하려고 했지.
하지만 난 말도 안된다고 했어.

I shot the sheriff, but I swear it was in self-defense.
I shot the sheriff, and they say it is a capital offense.
내가 보안관을 쏘긴 쐈지만, 그건 맹세코 정당방위였어.
내가 보안관을 쏘긴 쐈지만, 사람들은 그게 중범죄라고 했지.

Sheriff john brown always hated me;
For what I dont know.
Every time that I plant a seed
He said, kill it before it grows.
He said, kill it before it grows.
I say:
보안관 존 브라운은 항상 날 싫어했어.
왜 그랬는지는 나도 몰라.
매번 내가 씨를 뿌릴때마다,
그가 다가와, “싹수가 노란 것들은 싹부터 밟아버려야해.”
이런 씨팔!

I shot the sheriff, but I swear it was in self-defense.
I shot the sheriff, but I swear it was in self-defense.
내가 보안관을 쏘긴 했지만 맹세코 그건 정당방위였어.

Freedom came my way one day
And I started out of town.
All of a sudden I see sheriff john brown
Aiming to shoot me down.
So I shot, I shot him down.
I say:
어느 날 자유가 찾아왔지.
난 마을을 떠나기로 결심했어.
그런데 갑자기 존 브라운이 나타나서
내게 총을 겨눴지.
그래서 내가 먼저 그를 쏴 죽였어.
에라 모르겠다!

I shot the sheriff, but I did not shoot the deputy.
I shot the sheriff, but I did not shoot the deputy.
내가 보안관을 쏘긴 했지만, 보안관 대리는 건드리지도 않았어.

Reflexes got the better of me
And what is to be must be.
Every day the bucket goes to the well,
But one day the bottom will drop out,
Yes, one day the bottom will drop out.
But I say:
반성 할 필요가 있다는건 알아.
내가 정말 반성해야만 한다는 것도 알고.
매일매일 우물에 두레박이 내려지지만,
언젠간 우물도 그 바닥이 보일꺼야.
그래, 언젠간 우물도 말라버릴꺼야.

I shot the sheriff, but I did not shoot the deputy, oh no.
I shot the sheriff, but I did not shoot the deputy, oh no.
그래, 내가 보안관을 쐈어. 근데 그게 뭐가 어때서?
그게 정말 뭐가 어때서?

–>

언제나처럼 애매한 부분은 슬쩍 의역.

만리형아. 잘했어. 세상에 항상 순응하고 사는게 착한건 아니지. 그런 존 브라운 새끼같은 놈은 죽어도 싸.

일기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발면 하나에 훈제 계란 3개를 사서 퇴근을 한다. 거의 매번, 집의 불은 꺼져 있다. (불은 꺼져 있다, 하니 삼사년 전에 네이버 블로그 시절에 썼던 ‘헤이, 택시’란 글이 떠올라 말미에 덧붙인다.)

부리나케 씻고, 사발면에 물을 붓고 밥을 한 공기 떠서 상에 놓고… 반쯤 삭아서 신맛만 나는 김치를 꺼내 티븨를 틀고 먹기 시작한다. 오늘은 거침없이 하이킥이 안하는가부다. 사실 나는 이런 류의 드라마를 오래도록 진득히 본 경험이 없다. 그냥 퇴근하고 밥먹고 나면 갑자기 진이 빠져서, 상을 치울 생각도 못하고 그대로 드러누워 한 삼십분 동안을 빈둥거리는데, 빈둥거리다가 거침없이 하이킥을 보게 되었던 것이다. 그러던 것이 이제는 하이킥을 보지 않으면 그 다음 일 (예를 들면 상을 치우고 컴퓨터를 켜고 음악을 듣고 책을 읽고 하는 등등) 이 안되게 되었다. 그런데 밝혔다시피 이런 드라마들에 흥미가 없으므로, 이게 몇시에 하는건지, 무슨 요일에만 하는건지는 잘 모른다.

그렇게, 오늘은 하이킥이 안나오고 나쁜여자인가 착한남자인가가 해서 그냥 티븨를 끄고 상을 치웠다. 냉기가 찐득하게 묻어나는 부엌에서 설겆이를 하며, 문득 너무 심란하다고 생각했다. 어제는 무슨 일인가로 눈만 감고 밤을 샜다. 오늘 오전, 오후 내내 나는 멍한 정신에서 일을 했다. 오늘 밤은 푹 잘 수 있었으면 좋겠다.

마치 축제가 열리는 날 같다. 그 축제는 이웃마을인가, 혹은 시내인가에서 열리는 축제다. 다들, 심지어 가족도 축제의 열기에 들떠서 벌써부터 집을 비우고 동네고 뭐고 할 것 없이 한산하다. 나도 왠지 가야 할 것 같지만, 가고 싶지는 않고, 가지 않기로 하자니 안가면 뭐가 안될 것 같은, 이런 개똥같은 기분이다.

나는 정말 이런 삶을 원했었다. 요동없이 고요한 삶. 타인에 의해서 뜨거워지지 않는 삶. 이 미친 것이 너무나도 그런 삶을 원한 나머지 여자친구와도 헤어졌던 것이다. 그런데 정말 춥다. 사실 그다지 춥지는 않지만, 느끼기에 울음이 나올 정도로 서늘한 기분 같은거 말이다.

물론 가끔 짜릿하게 행복한 시간도 있다. 출퇴근하면서 틈틈이 읽는 ‘시간의 역사’라던가, 다섯달째 듣고 있는 골드베르크 변주곡이라던가 하는 것들. 그러나 그 외에 나는 대부분 정체상태에 있다.

[#M_’헤이, 택시’ 보기|’헤이, 택시’ 접기| 

술을 좀 먹어줬다. 왜 먹었고, 누구와 먹었고, 어디서 먹었으며, 무엇을 먹었는지 여기에 세세히 기억해서 적고 고쳐서 다듬고 하는 짓은 좀 멍청이 같은 것이리라. 술을 먹을 때, 그러니까 마실 때, 가장 중요한 플롯은 ‘술을 먹었다.’ 라는 건조한 묘사 뿐이다. 이게 기본적인 구조이며, 알파이자 오메가다. 그리고 딸깍, 하면서 끝난다. 그러니까,

술을 좀 먹어줬다. 사실 좀이 아니라 좀 많이 먹어줬다.

그리고 선배가 택비시로, 아니 택시비로 이만원을 쥐어준다. 아니 뭘 이런걸 다, 하면서 나는 받는다. 어째 분위기가 촌지 받는 초등학교 교사 같다. 아니 뭘 이런걸 다, 국가의 백년지대계를 위해 귀중하게 쓰겠습니다, 운운. 그리고 택시를 탔다. 좀 머리가 멍해있는데 아저씨가 남부순환도로 쪽으로 가자고 한다. 왠지 택시기사의 이런 제안은 쉽게 승락하기가 어렵다. 팔팔로 가요, 라는 말이 목까지 치밀어 오르다가, 팔팔이나 남부순환도로나 거기서 거기고 택비시, 아니 택시비도 내 돈이 아닌데 좀 돌아가면 어떠랴 싶어서, 아니 정말 사실은 그런 세세한 일로 아저씨랑 알콩달콩 말싸움하기 싫어서, 아니 정말정말 사실은 정작 어디로 가야 빨리 갈 수 있는지 몰라서 그냥 가만히 있었다. 네, 남부순환도로로 가죠. 안막히겠죠? 그럼요, 지금 시간이 몇신데. (결국 안막혔다. 역시.)

그리고 강남대로였나 어디쯤인가를 달릴때 아저씨랑 이바구를 까기 시작했다. 처음에 뭔 일로 이바구를 까기 시작했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 아마 팔팔이냐 남부순환도로냐 하면서 이야기를 시작했던 것 같다. 그러니까 전말은 이랬다. 팔팔… 은…, 아 팔팔로 가려면 돌아가야 하는데, 아 그래요? 역시 그럼 남부순환도로쪽으로 가요. 그러면서 이바구가 시작된다.

“뭐 하시는 분이세요?”

“학생이에요.”

아, 그러면서 난 이 아저씨가 누구하고 많이 닮았다는 생각을 했다. 누구냐면, 렌스 헨릭슨. 내가 아주아주 좋아하는 배우다. 에일리언 2인가 3에서 인조인간 비숍으로 나오기도 했고, 엑파의 크리스 카터가 의욕적으로 제작했던, 그러나 불운하게도 실패했던 외화 시리즈 ‘밀레니엄’의 주인공으로 열연했던, 어딘가 모르게 엑스트라오디너리한 곳을 바라보는 눈빛을 한, 서글픈 중년, 아니 노년의 배우.

“피곤하시겠어요?”

“피곤하더라도 이렇게 해야 입금을 하죠.”

“아, 정말. 입금은 보통 얼마나 해요?”

“하루에 십일만원 정도 넣어야 해요.”

“그렇게나 많이요? 그럼, 죄송하지만, 그렇게 해서 한달에 어느 정도 받으세요?”

“하루에 열여섯시간 정도 운전하고 해야 잘하면 백오십 정도?”

“어휴.. 택시비 오른다고 사람들 맨날 욕하는데, 그래도 운전하시는 분들한테는 그게 안돌아가나봐요?”

“택시비 오르면 뭐합니까. 입금도 그만큼 늘어나는데. 그나마 올해 또 택시비 오른다고 하는데, 그땐 입금은 그대로 한다니까 그 말만 믿어봐야죠.”

“근데 그것도 확실한 이야기는 아니잖아요.”

“그렇죠. 허허.”

미터기가 촤르르륵 올라간다. 신림동 어림쯤을 지나고 있었다. 술 기운 때문에 감각이 제대로 돌아오지 않아서 마치 뇌만 고무로 된 몸체에 넣어 둔 것 같았다. 날이 갈 수록, 불치병에 걸린 것처럼 뭔가 제대로 되질 않는다. 감각이 없다.

“어디 학생이에요?

“숭실대학교 다녀요.”

“우리 아들은 이번에 건대 졸업했어요.”

“아니, 마흔 아홉이시라더니 벌써 아드님이 대학을 졸업했어요?”

“허허, 제가 좀 일찍 결혼했죠.”

“젊었을 땐 뭐 하셨어요?”

“제가 한 십오년 일식요리를 했어요. 그땐 식당도 좀 크게 했었고. 그러다가 처가랑 좀 싸움이 생겨서… 칼부림도 좀 나고 그랬죠.”

“아.. 그럼?”

“이혼한지 꽤 됐어요. 애들한텐 이 일하면서 한달에 백만원씩 부쳐줬는데, 졸업하면서 이젠 너희들도 성인이니까 돈은 더 이상 못부쳐준다 했더니 그 다음부턴 찾아오질 않더라구요, 허허.”

“아직도 혼자세요?”

“그렇죠 뭐.”

“어디 사시는데요?”

“… 살아요.”

“혼자 사시면 쓸쓸하시겠어요.”

“그렇죠 뭐. 그래서 퇴근하면서 집에 들어가기 전에 쏘주 한 병 사들도 그거 먹고 자고 그래요.”

그리고 서부트럭터미널쯤을 지난다. 벌컥 ‘렌스 헨릭슨’의 불꺼진 방이 떠올랐다. 그는 고단한 몸을 가누며 구멍가게에 들러 쏘주 한 병을 산다. 덜컹, 덜컹 두번 잠긴 골목길 옆 반지하 방의 문을 열고 들어서면, 싸늘한 냉기가 건조하게 그를 반긴다. 여전히 아침에 아무렇게나 해놓고 나간 그대로다. 이부자리에선 희미하게 곰팡이 냄새가 난다. 티븨를 틀면, 치지지직 하는, out of service 상태. 대충 김치를 꺼내 소주를 마신다. 몇 번이나 핸드폰을 열어 아들에게 전화를 해볼까 생각하지만, 하지 않기로 한다. 너무나도 누추하기 때문이다. 내일은 또 어떤 손님을 태우게 될까, 장거리였으면 좋겠다. 그 손님을 내려주며, 또 장거리 손님을 태웠으면 좋겠다. 거기서 또 장거리 손님을 태우고… 그리고 불을 끄고 자리에 눕는다. 눕고 나니 씻는걸 잊었다. 하지만 다시 씻으러 일어나지 않기로 한다. 너무나도 누추하기 때문이다. 커다란 고래가 삼킨 것처럼 벌컥 의식의 불이 꺼진다. 잠깐, 어디선가 희미하게 비냄새가 난다. 한 여름 지나치게 마른 땅에 내리던 소나기의 냄새.

“아저씨, 저… 이만원 드릴께요. 어차피 이 돈 선배가 택시비 하라고 준거고…”

미터기는 만 육천원쯤에 멎어있다.

“아니, 이러지 않아도 되는데, 괜찮아요 학생.”

“아뇨, 정말 저 이거 제 돈 아니에요. 선배가 준거에요. 괜찮아요, 받으세요.”

렌스 헨릭슨은, 그러니까 그 노년의 배우와 어느 홀아비 택시 운전수는 웃는 모습까지도 닮았다. 웃는 건지 얼굴을 찌푸리는 건지 알 수가 없다.

“학생, 고맙습니다. 열심히 살아요, 학생도.”

“아저씨도 열심히 사세요.”

열심히 살아요, 가 그 날 마지막 ‘렌스 헨릭슨’에게서 들은 말이었다. 길을 건너기 위해 육교를 올라, 난간에 팔을 대고 그의 택시가 사라져가는 모습을 오래동안 지켜보았다. 진심으로 그가 행복하기를 바랬다. 장거리 손님을 많이 태우는 것도 행복이고 그의 아들에게 연락이 오는 것도 행복이며 택시회사들이 버스회사와 마찬가지로 서울시로 편입되는 것도 행복이다. 그것들 중 어느 것이라도 좋으니 그가 행복하기를 바랬다. 그렇게 생각하니까 왈칵 눈물이 났다. 육교 저쪽에서 고삐리로 보이는 두 남녀가 술에 취해 비틀거리며 씨발이라던지 조까를 외치며 지나가서, 나도모르게 얼굴을 닦고 아무렇지도 않은 척 집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_M#]

coding therapy

한 1년 전인가.. 모 리눅스 커뮤니티에 올렸던 글.
오늘 무슨 일인가로 오랫만에 커뮤니티에 다시 들렀다가, 예전에 썼던 글을 찾아 읽던 중에 다시 보게 되어서 블로그로 옮겼습니다. 아마 기억에 당시 너무 고된 노동에 지쳐서 이런 망상(?)을 하지 않았던가 싶은데..

—->

이런 사업을 구상중입니다.


일단 타겟은 20대 중후반에서 30대 중후반까지의 현역 프로그래머를 목표로 합니다. 이들은 매주 강도높은 업무를 강요당하며, 심지어 주말에도 상사의 호출 한 통이면 사무실로 달려나와 에디터와 씨름을 해야 합니다.
월급이 많냐? 아닙니다. 연봉이라곤 정말 쥐꼬리만합니다. 그나마 절반은 일을 하다가 생긴 여러가지 사무 증후군을 치료하는데 쓰입니다. 이들은 몸과 마음이 모두 지쳤습니다. 쉬고 싶지만, 그럴 여유가 없습니다. 하루에도 열두번 작업용 테스트 서버와 파일 서버를 깨끗하게 포맷해버리고 사직서에 “배째”, 단 한 마디 적고는 홀가분하게 사무실을 나오고 싶지만 그건 언제나 꿈일 뿐입니다.
그는 자신이 가슴에 벅찬 희망을 안고 이 일에 뛰어들었을 당시를 떠올려봅니다. 한 줄 한 줄 어설픈 소스라도 매우 멋져보였던 그때를…


이런 이들을 위해서 짧은 시간이나마 자기 자신을 위로하고 요양하게 하기 위한 과정으로써 코딩을 즐기도록 여건을 마련해줍니다.


먼저 적당한 조명.. 말끔한 실내 분위기… 자신에 취향에 맞는 고급 듀오백부터, luxus, aeron 의자 완비.. 가벼운 잡담을 원하는 이들을 위한 그룹 코딩실, 밀폐된 은밀한(?)공간을 원하는 이들을 위한 개인 코딩실… hhk 키보드 기본 채용, 20인치 dell lcd 모니터 + 펜4 3.0 2기가 듀얼채널 램을 장착한 저소음 본체.. 원하는 음악을 깨끗한 음질로 들려주는 오디오 시스템…


코딩실에 입장하면 먼저 단계별로 지적 호기심을 유발하는 여러가지 코딩 문제가 주어집니다. 여기서 당신은 문제를 풀어도 좋고 풀지 못해도 좋습니다. 누구도 강요하지 않습니다. 심지어 자기 멋대로 원하는 코딩을 해도 좋습니다… (그것이 단지 끊임없이 자기 자신을 복제하는 웜이라고 할지라도..)


그리고.. 코딩 테라피의 하일라이트.. 코딩 어시스턴트가 여러분을 돕습니다..
코딩하다가 막히는 부분이 있다면 주저말고 전용 메신저로 어시스턴트를 불러주세요. 남성일 경우엔 아름다운 여성이.. 여성일 경우엔 멋진 남성이 여러분의 코딩실을 찾아갑니다. (원하는 경우에 동성 어시스턴트 입장 가능합니다.)


“저.. 이 근처에 버그가 있는 것 같은데 도무지 찾을 수가 없네요…”


당신은 멋적게, 그리고 야릇한(?) 흥분으로 발개진 얼굴을 감추며 어시스턴트에게 질문합니다. 어시스턴트는 모니터 옆에 팔을 괴고 물끄러미 모니터를 바라보다가 빙긋이 웃습니다.


“이 부분 변수명에 오자가 있어요 😉 .. 그리고 여긴 이런 로직 보다는…”


진지하고 열심히 설명하는 그(녀)의 조언에 당신의 스트레스는 이미 눈녹듯이 사라지고…


차가운 하드웨어 가운데서 발견한 인간미 넘치는 오아시스! 코딩 테라피, 여러분의 지친 몸과 마음을 어루만져줍니다..


[코딩 어시스턴트 대모집. 성별, 학력, 경력 무관. 기본급 + 실적제. 4대보험. 주 5일 근무. 법률에 근거한 연월차, 휴가 있음. 보너스 1200%..]


… 😳 물론 전부 다 농담인거 아시죠?
일하다가 집중이 안돼서 이런저런 생각 해봤습니다. 그냥 왠지 나를 위한 취미로써의 프로그래밍을 해본게 오래되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런데 이런게 정말 생기면 장사가 잘 될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