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개 – 그는 드디어 외톨이가 되었다.

파이(∏)에 가능한 모든 수열이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을 아니? 무지개엔 모든 색깔이 숨어있지. 천년도 더 된 이야기야. 어느 날 검은 현무암이 내게 전해준 이야기지. 옛날 이야기 하나 해줄까, 하면서.

그 현무암을 만난건 내가 오백살이 되어 기념으로 친구들이 보내 준 세계여행에서였어. 거기는 아마 스코틀랜드, 였던가 오슬로였지. 나는 유럽을 잘 몰라. 다 거기서 거기인가 싶은거지. 어쨌든 그 날은 매우 흐렸고 비나 눈이 올 것처럼 기어가는 날씨였어. 금방이라도 터질 것 같이 폭음을 내는 엔진소리가 신경을 긁어대는, 삼만년된 낡은 관광버스를 타고 야트막한 사랑을 하나 넘어가던 때였는데 결국 버스는 사랑의 정점에서 엔진과열로 멈추고 말았지. 두더지 운전수는 땀을 뻘뻘 흘리며 십분간 정차하겠다는 말만 남기고 지저세계로 수리공을 부르러 떠났고 관광객들은 투덜대며 버스에서 내려 잠시 머리를 식혔어. 나는 사랑을 헤매였다.

“관광객. 여길 좀 봐. 내 얘길 들어보겠나? 절대 기념품 같은걸 팔려는게 아냐.”

처음엔 그게 현무암이 한 말인지도 몰랐어. 너도 알다시피 현무암들은 눈에 잘 띄지 않잖아. 딱히 말을 하는 현무암인지 명찰을 달고 있는 것도 아니고 말야. 나는 한참을 어리둥절했지.

“네가 서 있는 곳에서 앞으로 두 걸음, 왼쪽으로 세 걸음 걷고 보이는 나무를 왼손으로 잡은 뒤에 270도를 시계방향으로 돌아봐. 그럼 내가 보일꺼야.”

그래, 거기 그 녀석이 있었어. 꽤나 몸집이 큰 녀석이더군. 나는 무의식적으로 현무암의 머리를 쓰다듬었어.

“매끈하지? 칠천만년동안 비와 바람이 날 쓰다듬었더니 이렇게 되었어. 칠천만년이라… 어때, 너는 그 시간을 상상할 수 있어?”

“아니.”

천만년 이상의 시간을 생각해야 할 때, 나는 웰즈의 ‘타임머신’을 떠올려. 물론 거기엔 80만년밖엔 안나오지만, 그 어느 소설보다 리얼하게 시간을 묘사하지. 시간의 끝엔 뭐가 있는지 알아? 자주색 하늘과 보이지 않는 바람, 물질의 시체들이 있어. 그리고 영원동안 매직아워지.
현무암한테 웰즈의 이야길 하진 않았어. 어차피 그는 읽어보지도 못했을테니까.

“담배 가진거 좀 있나?”

“운이 좋네 너. 딱 두 대 남았는데.”

“그럼 한대씩 피우자.”

나는 담배에 불을 붙여서 현무암의 얼굴에 난 구멍 가운데 적당한 크기의 구멍에 꼽아줬지. 나도 그 옆에 앉아서 담배를 피워 물었어.

“옛날 이야기 하나 해줄까?”

슬쩍 버스 쪽을 쳐다보니까 두더쥐 운전사가 수리공과 함께 연신 버스 밑을 오락가락 하더라고. 금방 고쳐질 것 같지 않아서 현무암에게 그러라고 했지.

“나는 사실 강물이었다. 어두운 지하수로를 한참이나 굽이 돌다가 지상으로 스며 나왔을 때, 감격하고 말았지. 햇빛과 꽃과 바람, 때로는 물장구치는 아이들의 발목을 휘감아 흘러가기도 했고 무거운 배를 밑으로부터 밀어 올려 수면에 띄우는 장난을 치기도 하면서 계속 하류로 밀려갔어. 밀려갔다, 고 해야 옳을꺼야. 당시에 나는 어떠한 목적을 갖고 그랬던건 아니었거든. 뭐랄까, 이 언덕에 가만히 앉아 일년 가운데 칠천팔백삼십일쯤 흐린 저 하늘을 응시하고 있으면 이따금씩 홍수가 나는 것처럼 햇빛이 쏟아져 내리는걸 볼 수 있어. 구름이 반으로 갈리면서 말이지. 그런거였어. 오월의 빛, 장마처럼 내리는 빛.”

그런 광경을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어 흘끔 하늘을 올려다봤지. 잠자리가 낮게 날았어, 잠자리가.

“강물의 끝엔 뭐가 있는지 아니? 노을이 있다. 검지만 완전히 검지는 않지. 도무지 그 빛깔이 생각나지 않아, 분명히 나는 그걸 봤는데 말야. 사람들은 정오의 태양을 찬미해, 그 강렬함, 그 아둔함을 좋아하지. 오 솔레 미오, 어쩌구 라는거야. 오 솔레 미오? 아, 언젠가 바람이 전해 준 노래야. 바람은 우체통에게서 배웠다더군.
하지만 노을은 완전한 빛깔이야. 그 어떤 것도 아니면서 모든 색이지. 무지개를 봤니? 무지개는 노을의 사촌쯤 되는 녀석이야. 녀석은 비가 내린 뒤에 내키면 나타나지. 나는 그 모든 것을 사랑했어. 비록 내가 담을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사랑이란 그런게 아니겠어? 사랑하는 자는 언제나 동경할 수 밖에 없어. 그래서 현무암이 되기로 했지.”

“왜 하필 현무암이?”

“현무암이 되면 영원히 동경할 수 있으니까. 그리고 내키지 않으면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아도 돼. 가끔 바람이 놀러 와 세상 일을 전해주지. 나는 그냥 응, 응, 그렇구나 하며 시간을 보내는거야. 그 외에는 누구도 내게 어떻게 하라는 식으로 강요하지 않아.”

“너 오늘 현무암치고는 말이 많은 것 같은데.”

“그런가.”

“외롭지는 않았어?”

“어떤게 외로운거니. 나는 항상 외로웠어. 하지만 그 어느때에도 행복했지.”

“그럼 이 구멍이 네 눈물이 솟는 자국이란 말야?”

“응. 마치 네 두 눈이 항상 충열되어 있는 것처럼.”

“… 나는 말야, 가끔 아무렇지도 않은 상태에서 몸이나 마음이 몹시 허탈해져. 꼭 뭔가 엄청나게 서러운 일이 있어서 두세시간동안 온 기력을 쏟아 울고 난 다음처럼. 하지만 난 전혀 슬프지 않았는걸.”

“나는 너보다 구십오억년이나 더 살았어. 시간은 진실의 알을 품고 있지. 너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

“고마워. 힘이 난다.”

“고맙다면, 이제 담배를 빼 주겠어? 아까부터 필터까지 다 타들어간 바람에 몹시 맵다.”

“엇, 미안해.”

하고 나는 담배를 조심스럽게 빼 주었지. 우리는 한동안 하늘을 올려다봤어. 혹시나 빛이 내리지 않을까 하고. 대신 노오란 나비가 날아와 현무암 머리에 앉았다.

“현무암씨. 너는 언젠가 사라지니?”

“아니. 희미한 웃음이 될꺼야.”

“나는?”

“너는 바람이 되겠지.”

“나도 누군갈 사랑할 수 있을까?”

“미안하지만, 넌 그럴 수 없어. 이미 네 안에서 모든 세계가 죽어버렸어.”

“너무 아프다…”

“미안. 하지만 내 잘못이 아냐. 모두 네 잘못이야.

“난 바람이 되지 않을거야. 대신 현무암이 될래. 아, 그렇구나! 이제 알았어. 너도 이미 네 안의 모든 세계를 죽여버렸구나!”

순간 현무암은 희미한 웃음이 되었지.

취중농담

나는 쏘오 왓, 이렇게 말해보고 싶다, 지금 당장. 쏘오 왓. 물론 이 경우엔 문장기호로 물음표를 써야 적절하겠지만, 나는 그 개놈의 물음표가 지금은 상당히 쓰기 싫다. 그래서 마침표를, 쏘오 왓, 여기다가 붙인다. 그러니까 여러분은, 쏘오 왓, 요 뒤에 붙은게 마침표가 아니라 사실은 물음표라고 생각하시면 되겠다. 쏘오 왓. 그래서 어쩔까나, 썅. 뭐 이런 뜻이다.

아시는 분은 아시는 것인데, 이 쏘오 왓, 은 미국말이다. 영국에서도 쓰이나 모르겠다. 마아일스 데이비스의 앨범 가운데 쏘오 왓, 이라는게 있다. 그때가 스딴 겟츤가 뭔가 하는 애들이랑 연주할땐가 그런데, 뭔 일인가로 마일스가 화딱지가 나버려서 무대에서 그냥 내려와 버렸단다. 그 일을 계기로, 누군가 곡을 (아니 사실은 마일스가 썼는지도 모르고) 썼고 그 제목을 ‘쏘오 왓’ 이라고 정했던거다. 그래 썅, 콘서트고 프로고 자시고 간에 자기가 하기 싫다는데 내려오면 되는거지 뭘 토달고 그러나 싶다. 그러니까 쏘오 왓이다. 어쩌라고, 라는 얘기다.

아시다시피, 혹은 모르시다시피 나는 오늘 술을 좀 마셨다. 나는 의식적으로 술을 많이 마셔서 키보드도 제대로 못칠 정도가 되어도 그냥 “쫌 마셨다” 라고 얘기한다. 내가 쫌 마셨다면 쫌 마신거지 어쩌라고, 다. 누군가 듣고 있나 근데. 아무도 안듣는다고. 그럼 뭐 어쩌라고, 다. 하하하하하하하하하, 기분 좋네 이거.

쏘오오오오 왓. 쏘 왓. so what. 그래서 무엇인가.

뜬금없이 군대로 떠버린 놈한테서 온 편지를 오늘 우연히 봤고 말이다, 뜬금없이 휴가 나온 군바리랑 술을 조금 마셨다. 세상사 오백팔십프로가 다 뜬금없는거다. 나머지 이십프로 정도는 뜬금이 있다. 뜬금이 뭐냐, 하면 나도 잘 모른다. 사람들이 그렇게 사용하니까 나도 “뜬금”없다고 한다. 흉내내기.

오늘 데깔트 수업을 잠깐 들어줬는데, 이놈이 또 하릴 없는 놈이다. 이놈은 분명 할 일이 졸라 없었다. 아니면 그런 생각을 할 수가 없다. 아.. 술먹고 싶다.

나도 술먹고 싶다. 너는 내 운명. 나는 술 먹고 싶다. 내가 싶은 건 술먹고, 다. 우헤헤헤헤헤헤헷.

나는 잘란다 이제. 야비한 야비군 가야지. 야아아아아비군. 나는 오늘만 야아비군.

어어억, 그들이 온다!!

나는 내 돈주고 콘서트장에 가본 적이 없다. 초대권을 받아서 가본적도 (아마) 없을 것이다. 그런데 이번엔 꼭 갈꺼다. 가야한다.

토마스 스탠코 콰르텟이 11월 3일 성남에서 내한공연 한다. 평생 이런데 가본 적이 없어서 R석(6만원)이니 S석(4만원)이니 잘 몰랐는데, 젠장 S석은 완전 구석이고 R석이 그나마 괜찮아 보인다. 하지만 좀 부담도 되고.. 질러버릴까.. 우아앙.. ㅜ.ㅜ

새벽 네시에 이게 왠 흥분이란 말인가. 우아앙.. 갈까.. 가버릴까.. 질러버릴까..

그런데 같은 날 같은 시간에 같은 회관에서 히사이시 조도 나온다는데..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같은 불멸의 명곡을 라이브로 들을 수 있다면 이것도 괜찮은 선택일 것 같고..

토마스나 히사이시냐.. 아니면 그냥 집에서 mp3를 들을 것이냐.. 굳은 6만원으로 맥주나 사마시면서.

일단 잠시 대기. 생각 좀 해봅시다. 우아앗!!

가뭄에 단비

가을인데도 많은 비가 내린다. 어딘가 모르게 검은 음모의 냄새가 나는 비다.

오늘 말하기도 부끄러운 일이 있었고 다행이라고 생각하면 다행스럽게도 틈틈히 전에 사 두었던 2005 현장비평가가 뽑은 올해의 소설을 다 읽었다. 학교 서점에 교재를 사러 갔을때 서가에 이 책이 즐비했던 기억이 나는데, 아마도 이 책을 교재로 쓰는 수업이 있는 것 같다. 애써 찾아볼까 하다가 의미가 없어서 그만두었다.

이 책이 중대하냐, 고 하면 별로 그런 책은 아니다. 스포트 라이트를 받을 만큼 문제작들이 실린 것도 아니고 2005년 올해의 소설이긴 해도 2008년이나 2010년에 읽어도 무방할 것들이다.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매우 중대한 책이다.

전에 언급했다시피 나는 지난 몇 달, 혹은 몇 년간 글다운 글을 읽지 못했다. 습기를 갈무리 하지 못해서 퍽퍽 터져나가는 고목과도 같았다. 그러나 그것은 나름대로 괜찮았다. 일단 머리가 맑아졌고 (한쪽으로만) 아침에 일어나 쓸데없이 우는 일도 많이 줄었다. 어제 후배들과 술을 마시면서 어떤 녀석이 “자화상을 썼을때의 서정주 나이가 스물 셋이더라.”는 말을 꺼냈는데, 그러면서 나는 “나를 키운건 팔할이 바람이다.”는 문장을 아무런 고통없이도 상기할 수 있었다. 나름대로 괜찮았다는 것은 그런 뜻이다.

그런데 막상 뚝이 터지고 사막에 홍수가 나자 모래는 미친듯이 물을 머금는다. 정신없이, 혼란스럽게. 아아, 이 좋은걸 왜 마다하고 있었을까, 싶을 정도로. 챙피한 표현이지만, 질질 쌀 정도로. 아 그렇구나. 그건 오르가즘이었다. 몇년을 참아왔던 사정(射精) 같은 것.

박완서, 구효서, 윤대녕 이 세 고수들은 정말로 훌륭했다. 특히나 윤대녕의 탱자는 믿을 수 없을 만큼 섬세했다. 내가 그 동안 윤대녕에게 바래왔던 것이 바로 거기에 있었다. 오직 그 작품 하나만으로도 이 책을 산 것은 의의가 있다, 할 정도로. (그래서 읽을 작품들은 내가 그 동안 뒤에서 호박씨를 까대던 윤대녕에 대한 속죄의 의미로, 그의 모든 작품을 샅샅이 찾아 읽기로 했다.) 박완서는 이 사람이 아직도, 할 정도였고 구효서는 나름대로 기품이 있었다.

이름을 잘 모르는 젊은 작가 가운데에선, 이기호의 누구나 손쉽게 만들어 먹을 수 있는 가정식 야채볶음흙이 매우 즐거웠다. 그는 분명히 조만간 사고를 칠 것 같다. 김중혁의 무용지물 박물관은 매끄러웠지만 너무 정직했다.

이혜경의 피아간, 은 너무 뻔한 얘기 같아서 읽다가 말았고 하성란의 웨하스로 만든 집은 단편소설이 가지는 힘을 십분 발휘해내는 힘이 있었다. 정이현 (아 정이현!) 의 작품은 이번이 처음이었는데 (뭐 대개가 그랬지만) 그냥 노코멘트 할란다. 다 읽고 난 다음에 “혹시 서울예대 출신 아닐까?” 했는데 이력을 찾아보니 역시나 그랬다. 까닭없이 화가 나는 서울예대 출신들. (혹시나 상처받는 분이 없기를 바랍니다.)

김애란의 달려라, 아비 는 아직 읽는 중.

마지막으로.. 조성기의 작은 인간이 남았는데, 정말 미안하게도 나는 왜 이게 좋은 소설에 뽑혔는지 도무지 이해가 되질 않는다. 작품평을 읽어봐도 뭔가 두리뭉실하고 확연하지가 않다. 미안하지만, 이 선집에 실린 작품중에 제일 재미없었다.

사실 오늘 대학생활 7년 가운데 최악으로 짜증나는 일이 있었는데, 오며가며 책을 읽다보니 짜증이 싹 사라졌다.

여러분 책을 읽으면 재밌습니다! 하하하.

[Dolphin spectacle baffles experts]에 대해

한달쯤 전에 번역해둔건데, 고래사랑 사이트에 올리면서 문득 내 블로그에 올리지 않았다는걸 깨닫고 함께 올려둔다.

우리는 여남은 마리나, 수십마리의 돌고래가 뛰어 논다는 것에 대해선 상상할 수 있다. 수백마리를 상상하는 것은 힘들고, 수천마리가 동시에 뛰어 논다는 것을 상상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마이클 더글라스는 과연 이런 모습을 언젠가 한 번 보았던 것일까?

[#M_ more.. | less.. |
Dolphin spectacle baffles experts
돌고래의 장관이 전문가들을 어리둥절하게 하다.

Some of the dolphins swimming off the west Wales coast.
돌고래떼가 웨일즈 서쪽 해안에서 유영하는 모습이 포착되었다.

A group of up to 2,000 common dolphins has been spotted off the coast of west Wales.
Marine experts said it was “massively unusual” to see so many off the Pembrokeshire coast, and the reason remained a mystery.
2천여마리에 가까운 돌고래떼가 웨일즈 서쪽 해안에서 유영하는 모습이 포착되었다.
해양 전문가들은 펨브루크셔(남서 웨일즈 지방의 주(州) 이름, 지금은 다이페드(Dyfed) 주의 일부) 해안에서 엄청난 숫자의 돌고래떼를 볼 수 있었던 것은 “매우 희귀한” 일이었다고 전한다. 그러나 그렇게 많은 수의 돌고래들이 출현했던 이유는 여전히 미스테리로 남아 있다.

Cliff Benson, who runs Sea Trust, the marine branch of the Wildlife Trust of South and West Wales, said it had been an incredible sight.
Sea Trust(웨일즈 지방의 지역 해양 생태 보호 단체)의 클리프 벤슨은 그 광경이 믿을 수 없을만큼 멋진 장관이었다고 말했다.

“It’s fairly normal to see a hundred or so, but not thousands.”
“지금까지는 대략 백마리 정도의 돌고래들이 관찰되는 것이 보통이었습니다. 수천마리를 한번에 관찰한 적은 이번이 처음이었죠.”

Mr Benson, who carries out regular survey work on cetaceans – dolphins, whales, and porpoises – was on his boat when he saw the dolphins approaching.
지속적으로 고래류의(돌고래, 고래, 작은 고래류 등의) 관찰을 계속 해 온 벤슨은 자신의 보트로 돌고래떼에 접근했다.

“It was like a volcanic eruption,” he said. “There were dolphins of all ages – adults and mothers with their babies – and they were leaping out of the water.
“모든 나이대의 돌고래들이(다 자란 돌고래들과 새끼들과 함께 있는 어미 돌고래 등) 모여 있었고 한꺼번에 수면 위로 뛰어 오르는데, 그 모습이 완전히 화산폭발 같았습니다.”

“It’s a mystery as to why there were so many. It could be because the waters are so rich in food, and that there aren’t many predators.
“왜 그렇게 돌고래들이 모였는지는 아직 알 수 없습니다. 어쩌면 먹이가 매우 풍부해져서 그랬거나, (돌고래들을 먹이로 삼는) 포식자들이 감소했기 때문에 그랬을 수도 있습니다.”

“They could be coming here specifically to breed because the conditions are so right.”
“(웨일즈 지방의 해안의) 지금 상태가 새끼를 낳기에 매우 좋은 환경이기 때문에 돌고래들이 모인 것일 수도 있습니다.”

Mr Benson, who lives in Llanwnda, near Fishguard, is keen to get the Pembrokeshire coast marketed to tourists who enjoy seeing marine life.
벤슨은 (펨브루크셔의) 피셔가드 근처의 라눈다(?)에 살고 있는데, 해양 생태계를 경험하기 위해 펨브루크셔를 찾는 관광객들을 돕는데 매우 열심이다.

“People think they have to go to Florida to see dolphins leaping out of the water, but it’s all right here,” he said.
“사람들은 돌고래가 수면 위로 뛰어오르는 광경을 보기 위해선 플로리다에 가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여기서도 그런 멋진 광경을 볼 수 있습니다.”

“We should be marketing this area as ‘The Dolphin Coast’, and encouraging tourists to come here and spend their money to boost the local economy.
“우리는 이 곳을 ‘돌고래 해안’으로 이름 짓고, (돌고래를 보기 위해 이곳을 찾는) 관광객들을 통해 지역 경제를 활성화 시키려고 합니다.”

“There’s a small coastal village in Ireland that has a particularly friendly dolphin, and people travel hundreds of miles to see him. He’s worth £5m a year to that village.”
(이곳은) 돌고래들에 대해서 매우 우호적인 아일랜드의 작은 해안 마을입니다. 사람들은 돌고래를 보려고 수백마일을 달려와 이 마을에 매년 오백만 파운드를 안겨다 주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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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d you see the dolphins?
돌고래를 본 적이 있나요?

We were at Tintagel Castle in Cornwall on 9th August and from the cliff we could clearly see dolphins leaping out of the water, they were very close to the shore and swimming South. I’m not an expert but both adults and calves seemed to be happy, playful and enjoying the glorious weather as I was.
Lynn Smith, Liverpool, England
8월 9일 경에 콘월의 틴테이글 성에 놀러 갔었습니다. 그 곳 절벽에서 수면 위로 뛰어오르는 돌고래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돌고래들이 해안에 매우 가까이 접근하더군요. 돌고래 전문가는 아니지만, 적어도 돌고래들이 (저처럼) 행복하고 즐겁게 노는 것 같아서 매우 기뻤습니다.
린 스미스, 리버풀, 영국

Whilst doing a porpoise survey in July off Oxwich, Gower, we were delighted to observe a group of 250+ common dolphin. Not quite the thousands, but still a fairly unusual occurrence for this part of the coast. It was wonderful to watch them feeding and breaching for over 45 minutes before they headed offshore.
Rhian Jenkins, Swansea, UK
옥스위치에서 칠월에 돌고래 조사가 실시되는 동안, 우리는 대략 250마리 이상의 돌고래떼를 관찰 할 수 있어서 매우 기뻤습니다. 물론 지금처럼 수천마리까진 되지 않았지만, 아직까지도 이 해안에서 종종 이런 놀라운 일들이 일어납니다. 돌고래들에게 먹이를 주고 그들이 돌아가기 전 45분동안 계속 물 위로 뛰어오르는 모습을 지켜 본 것은 정말로 감동적이었습니다.
리안 젠킨스, 스완시, 영국

In 1992 whilst serving in the RN, I was off the coast of Spain when I saw a similar spectacle of over 2,000 dolphins. I called in to report my sighting to the survey team who were studying dolphins, and they didn’t believe that I had seen so many. It’s taken 13 years but I’m feeling vindicated.
Anna Sutcliffe, Halifax
1992년에 저는 스페인의 어느 해안으로 휴가를 갔었습니다. 그때에도 거의 2천마리에 가까운 돌고래들을 볼 수 있었죠. 이 사실을 알리려고 돌고래 연구가들에게 연락을 취했을때, 그들은 제가 말한 사실을 믿지 않더군요. 제 말이 사실이었다는게 밝혀지기까지 13년이나 걸린 셈이군요. ^^
안나 서클리프, 할리팩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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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서재

먼저 기호를 숫자로 치환하는 임의의 표를 만든다. 길게 한번 숨을 쉬고 근처에 있는 아무 책이나 집어 들어서, 치환된 숫자에 따라 책의 기호들을 숫자로 바꾼다.
지금 당신 앞에는 굉장히 거대한 수, 이를테면 수억에서 수십억 자리 숫자가 놓여 있을 것이다. 절대로 수억이나 수십억이 아니라, 수억에서 수십억 자리 숫자다.
여기에서 아무런 감흥이 없다면 좀 더 깊게 생각해보길 바란다.

의미있는 (여기서 의미가 있다는 말은 소설 내에 포함된 각각의 문장들이 어떠한 추상적인 개념들과 대응한다는 것을 뜻한다.) 소설 한 권에 대응하는 숫자 메타 데이터가, 바로 아무런 의미없는 난수 사이에 숨겨져 있는 것이다.

바로 이렇게 지극히 환원적인 역설때문에 나는 한때 아무것도 읽을 수가 없었다. 아름다운 문학적 산물들이 창조된 것이 아니라 발견 되었을 뿐이라는 것, 어쩌면 우리는 누군가의 기억일 뿐이라는 것.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역설일 뿐이다. 왜 이러한 명제가 현실이 될 수 없는지는 각자 따져보시라.

어쨌든, 나의 서재.

1. 집에 있는 책은 몇 권 정도?

수십권. 책을 자주 선물해서 얼마 없다. (이나마도 절반 이상이 교재 -_-;;)

2. 가장 좋아하는 작가가 있다면 누구?

박상우. 개인적으로는 신XX 작가님. 훗~

3. 가장 최근에 본 책의 제목은?

보고 있는건 "2005 현장비평가가 뽑은 올해의 좋은 소설"인데, 이것보다는 신작가님이 선물해준 천명관의 "고래"가 더 기억에 남음.

4. 가장 감동적이었던 책은?

박상우, ‘독산동 천사의 시’.

5. 앞으로 책을 쓰게 된다면?

개인적인 얘기만 할 것 같다.

6. 이 바통을 이어받을 사람은?

이어받아 줄 사람? ^^

7. 근처에 있는 책 23p. 5번째 문장은?

"정치권력의 분점은 영국에서 의회주의를 싹트게 했고, 자본의 축적으로 형성된 경제력은 전유럽에 자본주의를 빠른 속도로 확산시켰다." – 서양근대철학, 서양근대철학회 엮음

이겨내자

지금은 새벽 세시 반이고 나는 내일 열시에 서양근대철학사 수업이 있으며 모든 수업이 끝나고도 불이나게 집으로 되돌아와 해야 할 일이 산더미처럼 쌓여있다. 뭐라고 해도 주말엔 일을 할 수가 없다. 어젠 술을 먹느라 (정말 간만에!) 하루를 보냈고 오늘은 게시판의 download를 위한 스크립트를 몇 줄 작성하다가 그만 시들해져버렸다. 정말 뭘 할 수가 없다, 라.

토요일. 계획은 있었지만 매물이 올라오지 않아서 벼르고 있던 바이저 프리즘이 마침내 팜사용자그룹에 올라와서 뒤도 안돌아보고 문자를 보내 직거래 약속을 잡았다. 2시에 교대역에서 만나자고 약속했는데, 지난밤에 철야로 일을 하는 바람에 1시 반에 일어나 그 사람에게 미안하다는 문자를 보내고 약속을 3시로 조정했다. 만나서 물건을 확인하고 돈을 건내고 계속 늦어서 정말 미안했다고 고개를 숙였다. 어차피 이 사람은 다신 보지 않을 것이다. 미안했다는 말이 의미가 있을까? 이건 너무 냉정한 일인가?

사당동 야밤 DJ와 종로에서 또 만나기로 한 약속을 위해 교대역에서 3호선을 탔다. 너무 일찍 종로에 나갔던터라 교보문고에서 책을 골랐다. 요즘 한창 여기저기서 말이 많은 조엘 온 소프트웨어2005 현장비평가가 뽑은 올해의 좋은 소설을 샀다. 조엘 온, 이야 예전부터 대체 무슨 책이길래, 하면서 사볼까 말까 했기 때문에 구입했고(2.2만원인데, yes24에선 1.9만원인가 했다.), 현장비평가.. 는 구효서의 작품이 실려 있어서 샀다. 이제 구효서나 박상우 정도면 중견작가가 되는가 싶다. 내가 하도 요즘 책을 안읽어서 그런진 몰라도, 대체 박상우는 뭐하는거지? 나는 박상우를 참 좋아하는데 마지막으로 사탄의 마을에 내리는 비 이후론 별다른 작품활동을 하는 것 같지가 않다. 안타깝다. 나는 독산동 천사의 시를 박상우 작품 가운데 제일로 꼽는다. 그걸 읽으면서 두번을 울었다. 아마 지금 또 본다고 해도 울 것 같다. 어쨌든 구효서 외에도 조성기(이분은 숭실대 문창과에 교수로 재직중인데, 언젠가 기묘한 일로 함께 술을 마신 적이 있다.), 윤대녕, 하성란 등등의 낯익은 이름이 있다. 정이현은 요즘에 한겨례에 기고하는 칼럼때문에 호기심이 생긴다. 이 사람은 (조작된 이미지인지는 몰라도) 상당히 예쁘다.

그러고 어쩌고 있다 보니까 DJ로부터 도착했다는 전화가 와서 만난 다음에 당구장엘 갔다. 하도 오랜만에 치는 당구라 고작 두 게임 치다가 둘 다 지쳐버렸다. 이젠 뭘 해도 웃기지도 않는다. 나는 내내 말겐세이를 놓았고 녀석은 겐세이 족족 다 걸려 넘어졌다. 당구실력은 줄어도 말겐세이 실력은 늘은 것 같다.

그리고 연탄구이집인가에 가서 뜨끈뜨끈한 온돌 의자에 앉아 땀을 뻘뻘 흘리며 쏘주 두 병을 깠다. 돼지갈빈가를 시켰는데 댑따 맛이 없었다. 우리는 시끄러운 소음들 사이로 공격적으로 대화를 나눴지만, 한개도 기억나는게 없다. 자신이 조금씩 소모되는 것 같다는 녀석의 말에, 뜬금없이 나는 얼마 전 인터넷을 통해 다운받아서 봤던 스윙걸즈 얘기를 꺼냈고 그러다가 녀석은 상현이형 이야기를 했다. 마치 대화가 실체를 가지고 주점 안을 배회하다가 옆 테이블의 대화와 섞이고 부딪혀서 전혀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것 같았다. 옆 테이블에 앉았던 커플이, 몰랐는데, 주점을 나서는 모습을 뒤에서 보고 있노라니까 뜬금없이 어울리지도 않는 커플티를 입고 있다는걸 깨달았다. 왠지 모르겠지만 그 둘의 뒷통수를 시원하게 때리고 싶었다. 물론 나는 쏘주만 마셨다. 더워서 그런지 취기가 심하게 올라왔다.

2차로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맥주를 마셨는데, 그땐 거의 인사불성 정도여서 뭔 얘길 했는지 기억나질 않았다. 나는 내내 "여기 맥주맛이 원랜 안이랬는데." 라고 변명했던 것 같다.

마지막 압권이었던 부분은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30분에 한대씩 오는 9600번 좌석버스를 기다리던 것이었다. 녀석과 나는 완전 취해버려서 엄청 사람이 많은 가운데서도 고래고래 차가 오네 안오네 지금 몇시네 너 어디있네 어쩌네 저쩌네 하면서 뛰어다녔다. 혹시 지난 토요일 밤 10시에서 11시 사이에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버스를 기다리셨던 분이 이 글을 본다면 시끄럽게 굴었던 것을 사과드립니다. 그러다가 버스가 와서 내가 먼저 버스를 타고 녀석과 바이바이 했다. 9600번 좌석버스는 우리 동네를 경유해서 부천시청까지 가는 버슨데, 오호라 간만에 종점까지 가버리고 말았다. 다행스럽게도 돌아 나오는 버스가 있어서 우여곡절끝에 집에 무사히 당도했다.

오는 길에 녀석한테 잘 들어가나 전화를 해봤더니 전화기가 꺼져있다고 해서, "바람이 멈추는 곳에 서라." 는 문자를 보냈다. 잘 받았는지 못받았는지 답장이 없는걸 보니 못받은 것 같다.

제사

할아버지 제사가 있어서 경기도 의왕시엘 다녀왔다. 간만에 제사때 대빵 웃긴 일이 있어서 옮겨본다.

할아버지 제사때 모이는 내 또래 가운데 내가 가장 나이가 많고(작은집 애들은 이제 제일 큰애가 고1… 나머진 그 밑으로 쪼르륵..) 장남이라서 이것저것 힘쓰는 일, 잔 일은 언젠가부터 내 몫이 되었다. 이를테면, 교자상을 옮긴다던가 병풍을 꺼내서 세운다던가, 제수음식을 나른다던가 하는 일..
그중에 내가 제일 하기 싫은건 제수음식을 나르는 일인데, 이게 좀 사연이 있다.

원래 제사는 큰집에서 지내는 것이고 우리집이 큰집이긴 하지만 집이 매우 좁아서 작은집에서 제사를 지낸다. 마당이 있는 시골이라면 어르신들은 제사 준비가 완료될때까지 휘적휘적 마당에서 한담을 나누거나, 평상에서 술을 드신다거나 하면 되지만 작은집은 아파트라서 제사가 준비되는 동안 제삿상이 차려지는 마루의 쇼파에 앉아 계신다. 문제는 이분들이 딱히 그 시간을 보낼 만한 일거리가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매 준비마다 "이건 이렇게 해야하고 저건 저렇게…" 하는 식의 명령을 내린다.
그 중에 가장 강력한 발언권을 가진 분은, 제삿상 히에라르키의 가장 정점에 서 있는 작은할아버지다. 나는 매번 제수 음식을 나를때마다 할아버지께 "왜 과일이 뒤에 가 있냐, 생선은 저쪽이지" 하면서 핀잔을 듣는다. 교자상이나 병풍이야 하도 오래해서 눈감고도 적당하게 위치를 맞출 수 있는데, 이놈의 제삿상 차리기는 도무지 감각을 모르겠다. 나는 매번 소신껏 (그러나 작은 목소리로) "어휴, 작은할아버지. 저 아직 제삿상 차리는거 잘 몰라요. 그냥 음식 나르면 어른들이 정돈하시겠죠." 라고 말하는데, 거의 전달이 안되는 것 같다. 어쨌든.

올 해 제삿상의 논쟁거리는 과연 말린북어의 정확한 위치는 어디냐는 것이었다. 나는 이미 작은할아버지가 뭐라 하시건간에 대충 제수 음식을 상에 올려만 놓는 경지에 이르렀으므로, 작은아버지가 제수 음식을 정돈하는데 여기서 그만 작은할아버지의 지적이 있었다.

보통 생선류는 동두서미(東頭西尾)에 따라 머리는 동쪽에 꼬리는 서쪽에 둬야 한단다. 뭔가 착각이 있었던지 작은아버지가 말린북어를 제대로 놓지 못하자, 작은할아버지가 "그건 거기가 아니라… 동두서미니까.. 어쩌구.. " 하셨던 것이다. 작은아버지는 지적에 따라 여러번 말린북어의 위치를 조정했는데도, 작은할아버지는 계속 뭔가 중얼거리셨다. 불만스러운 것이다. 게다가 우리 아버지도 뭔가 거들며 "그건 거기가 아닌 것 같은데.." 하는 바람에 중간에 작은아버지만 계속 북어의 위치를 옮겼다. 그러던 중!!

"에이, 동두서미면 이건데요 작은아버지."

허거걱!! 그렇다.. 우린 그냥 제삿상에 평행하게 둘 줄만 알았지, 진동과 진서의 위치가 어떻게 되는지 몰랐던 것이다!!

순간 마루에 정적이 감돌았다. 작은할아버지도 할 말이 없지, 왜냐면 작은할아버지가 생선은 동두서미라고 하셨거든.

다들 아무 말 못하고 애매한 분위기가 계속되는 가운데, 나는 그만 엄청나게 큰 소리로 웃어버리고 말았다.

진짜 동쪽과 서쪽이 어딘지도 모르면서 맨날 동두서미만 외우는 작은할아버지한텐 엄청난 충격이었을 것이다.

쓰러져도 일어서자

역시 나오키는 날 실망시키지 않아,

이걸로 만화책은 수능때까지 손때기로 했어.

잘들어,만갤러들

쓰러져도 쓰러져도 다시 일어나는 거야 미유키처럼,

그리곤 하늘을 보고… 심호흡을 해

– 디씨인사이드 만화갤러리에서
…수원시 영통구에서 손님을 내려주고 걷던 강씨는 30분쯤 지나 서울 응봉동으로 가는 손님을 대리운전해 줬고, 그곳에서 다시 영등포 가는 손님으로부터 ‘콜(Call)’을 받았다. 4시 반에 영등포에서 부천으로 가는 첫 버스를 타야 하는데, 운이 좋았다. 시외버스에 몸을 실은 강씨는 멍하니 차창 밖을 내다봤다. 눈이 따갑고 머리가 빙빙 돌았다. 그는 이날 하룻밤에 300여㎞를 움직이는 강행군을 했다.

– 언젠가 조선일보 기사 가운데
…이날 텅빈 라커룸 구석에 식품코너 아줌마가 번데기처럼 이불을 감고 졸고 있었다. “언니, 집에 가요.” 흔들어 깨우자, “나 오늘 야근조(밤새워 일하는 조)야. 안녕. 내일 보자”며 ‘끙’ 하고 일어나 매장으로 향했다. 야근을 하면 시급의 50%(1650원)를 추가로 받는다. 서울 도봉구 창동 다가구 주택 월세 25만원짜리 옥탑방에서 두 자녀와 살고 있는 40대 주부사원. 오로지 아이들을 먹여살리기 위해 5년째 아르바이트 노동을 하고 있다.

– 역시 언젠가 조선일보 기사 가운데

한꺼번에 몰아서 포스팅

1. 전투요정 유키카제
드디어 지난했던 시리즈 전개가 올 해 중순, Operation 5를 마지막으로 끝을 맺었다. 하지만 나는 작년에 이 애니메이션을 알았으므로, 방영 초기부터 유키카제의 완결을 기다려왔던 이들보다는 조금 덜 기다렸을 뿐이다.

리뷰나 줄거리에 대한 얘기는 인터넷에 수없이 떠돌고 있으므로, 따로 쓰레기를 만들어 낼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유키카제(雪風). 카제, 라는 단어가 가지는 군국주의적 불온함 (마치 나카무라, 하면 일제 순사가 떠오른다던가 하는 식의) 이 신경을 거슬리게 하지만, 기체가 가지는 순수한 메카닉적인 아름다움은 가치중립적이다.

2. 일본만화들
요 근래 공포를 주제로 한 일본만화들을 많이 봤다. 시작은 잠.밤.기였고, 거기서 소개되는 만화들을 중심으로 열심히 찾아봤다. 찾을 수 없는 것도 있고 이미 절판된 것도 있었다. 혹은 다른 키워드로 찾아낸 유사공포물도 있었다.

매우 흥미가 있었던 것은 드래곤헤드생존게임이다. 둘 다 원폭에 대한 근원적인 공포심을 기반으로 한다. (드래곤헤드는 좀 다른 얘기긴 해도) “어느 날 나는 어딘가로 향하다가…” 로 시작해서 사고가 일어나고, 정신차려보니 세상은 이미 멸망해 있었다.

한국인에게 원폭은 피상적인 공포일 뿐이다. 그건 세계 어딜가나 마찬가지다. 외적 폭력에 의해서 원폭의 피해를 입은 나라는 일본뿐인데, 드래곤헤드에는 매우 의미심장한 이야기가 나온다. 인간이 원초적인 상황에서 심각한 공포에 쫓기게 될 때, 그는 공포를 극복하기 위해 두가지 선택을 한다. 하나는 공포에 그만 미쳐버리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기꺼이 공포를 주는 쪽에 편입되는 것이다. 복잡한 얘기다. 이건 나중에 따로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하는게 좋을 것 같다.

3. 개강
손으로 꼽아보니 8년째 학교를 다니고 있다. 내년까지 다녀야 하니까 9년을 다니는 셈이 된다.
얼마전에는 수시에 합격한 06학번이 될 후배와 메신저로 이야기를 했는데, 딱히 할 말이 없어서 좀 당황했다.

4. 가을
담배를 사러 밖엘 나갔더니 볕이 너무 좋아서 한동안 멍하니 서 있었다. 가을엔 꼭 어딘가 가버리고 싶다. 남은 일 후다닥 마치고 축제기간을 이용해서 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