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니 타키타니

교보문고에 가면 가끔 DVD 파는 곳에 들린다. 이걸 어떻게 구하나 싶은 DVD 타이틀들이 3,900원이라는 초저가에 많이 풀리기 때문이다. 오즈 야스지로 시리즈도 여기서 3,900원에 구했고 (‘꽁치의 맛’을 샀고 또 뭐 하나 사서 사티형 선물로 주고, ‘동경이야기’도 있었으면 참 좋았을텐데 그건 없었다.), 에릭 클립튼 하이드 파크 공연 실황도 구했고, 거스 반 산트의 것도 몇 개 구했다.

이게 재고가 항시 있는게 아니라 준비되는대로 갖다 놓는 모양이어서, 어제 있었던게 오늘 없을 수도 있다. 엊그제는 왕가위 시리즈 (아비정전, 중경삼림, 화양연화. 동사서독이 있었으면 정말 좋았을텐데 이것도 없었다. 동사서독은 국내 개봉판이 원래의 러닝 타임이 아니라 팍 줄었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다시 구해봤으면 하고 있다.) 와 ‘말타의 매’라는 고전 헐리웃 영화 (가끔 이런 영화 보면 참 재밌다.), 그리고 이 문제의 ‘토니 타키타니’를 샀다. 타이틀 다섯개를 샀는데, 값은 고작 2만 얼마. 최신 출시작 타이틀 한개 값이다.

그래, ‘토니 타키타니’. 이건 동명의 무라카미 하루키의 단편을 영화로 옮긴 것이다. 한때 미친듯이 무라카미 하루키를 읽었는데, 영화 보면서 서서히 예전 읽었던 내용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한마디로 말해서 이 영화는 감독의 주제넘은 로맨티즘이 빚어낸 참극이다. 신선한 부분도 있긴 하다. 원작을 관통하는 하루키 특유의 거리감을 (혹은 공허함을) 평면적인 각도의 카메라 앵글로 표현하려했던 부분이라던가, 관찰자의 음성이 배우들의 독백으로 처리된다던가 하는 것이 그렇다. 하지만 배우들의 감정의 누출은 최대한 절제하면서도 배경으로 흐르는 음악은 상당히 센티멘털하다. 번번히 이 센티멘털한 음악이 먹먹한 이야기에 대한 몰입을 방해한다. 또 원작에서 아버지가 간암으로 죽은 뒤에 물려 받은 재즈 레코드를 중고로 팔아 넘기면서 끝났던 이야기가, 끝났어야 했을 이야기가 감독의 어거지로 연장된다. 이를테면, 옛 기억들을 지워버리기 위해 과거의 흔적들을 태운다는 장면이, 그냥 그렇게만 맺었어도 좋았을텐데 굳이 거기서 2년 전에 아내가 막 죽은 뒤에 아내의 빈자리를 이겨내기 위해 채용할 뻔 했던 여인의 이력서를 발견하고 그걸 따로 보관한다. 그리고 ‘그녀가 아내의 옷방에서 울먹였던 모습이 떠올랐다.’ 운운 어쩌구.

영화 내내 빈 자리들을 보여준건 대체 무엇 때문이었을까. 상실감, 공허감은 반드시 치유되어야 할 대상인가. 꼭 사랑이 이루어져야 하는가. 이렇게 끝낼 작정이었으면서도 어째서 카메라는 매번 피사체와 거리를 두었는가. 이건 이를테면 한 입으로 두 말한 격이 되는거다.

암튼 감독을 제외하고 배우들의 연기는 정말 좋았다. 특히 미야자와 리에는 예뻤다. 아, 이건 연기하고 상관 없는건가? 아니 그래도 예뻤다. 73년 생이라는데, 어째 이제 갓 스무살 밖에 안된 것처럼 솜털 뽀얀 얼굴이었다. 게다가 이 미야자와 리에는 자기 역할을 제대로 알고 있었다.

뭐, 그렇다는 거다.

스케일링

토요일부터 왼쪽 어금니 잇몸 부분에 둔중한 통증이 느껴져서 오늘 치과엘 갔다. 증상을 말하니, 의사는 일단 엑스레이를 찍어보자고 한다. 현상된 엑스레이 필름을 한참 들여다보던 의사 왈,

“스케일링 부터 해야 할 것 같구요, 충지도 많고, 사랑니도 뽑으셔야겠어요.”

그래서 일단 스케일링을 했다.

나는 고통에 대범한 편인데도 스케일링이 끝나고 나자 꼭 쥔 손에 땀이 흥건하게 고여 있었다. 기절해버리고 싶었던 것은, 군대 이등병 시절 일요일에 몰래 포상에 올라가 낮잠을 자다가 인원점검을 하는 일직사관에게 걸려서 내무반으로 끌려갔던, 막 내무반 문을 열기 전 그때 이후로 간만이었다. 이를 잘 닦아야 겠다고 생각했다. (아니, 그런데 난 정말 이 열심히 닦는데! 제대로 3분씩 꼭 닦는데!)

충치 치료와 사랑니의 경우 천문학적으로 돈이 들어 갈 것 같아서 일단 그 뒤 치료는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중.

스케일링 도중에 너무 신경을 써서 그런 건지는 몰라도 둔중한 치통은 좀 나아졌다. 진통제도 큰 몫을 했다.

클로버필드, 비극의 실체에 닿은 관객들

카메라가 너무 흔들려서 토할 것 같았다. 돈주고 본게 아깝다.
너무 허무하게 끝난다.
‘심지어’ 재미없다.

… 고 말 할 사람들은, 아예 미리부터 보지 말기를 권한다. 특히 토할 것 같다고 한 사람들이 많던데, 건강상의 문제로도 정말 보지 말기를 권한다.

나는 놀랐다. 이건 영화가 아니라 사실이다. 그런데 사실이 아니다. 왜냐하면 칠천원인가 내고 ‘본’ 사실이기 때문이다. 어쨌든 그건 사실이거나 사실이 아니다.

이 영화는 재미없다. 이 영화는 불친절하다. 이 영화는 고객서비스는 하나도 할 줄 모른다. 심지어 이 영화는 공간 지각에 장애를 일으켜 구토증상을 유발하기도 한다. 그래도 단연코 볼만한 영화다. 영화가 재난 한 가운데로 관객을 ‘모셔가기’ 때문이다. 어떻게 말해야 할까. 이건 제 삼자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동정적인 팔레스타인이 아니라, 실제로 팔레스타인에서 테러의 위협과 굶주림에 시달리는 사람들의 실상이다. 내가 그 입장이 되어 본다는 것이 아니라, ‘되라’고 한다.

개봉 몇달 전부터 부족한 티저 프리뷰만으로 ‘괴수의 정체’에만 관심을 집중시켰던 에이브람스는 스크린 앞에 앉은 관객들의 뒤통수를 친다. 사실 괴수의 모습은 몇 컷 나오지 않는다. 왜냐하면 괴수가 어떻게 생겼냐, 얼마나 쎄냐, 얼마나 잘 부수냐, 얼마나 잘 죽이냐 이런건 이 영화 안에서 전혀 중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바로 네가 지금 그 현장에 ‘있다’는 것이다. 스크린 너머에서 팝콘이나 주워 먹으며 ‘관람’하는게 아니라.

이건 어떻게 보면 정말 슬픈 얘기다. 한번도 비극의 실체에 닿아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세계의 위협으로부터 고통받는 개인들. 마치 중동지역을 배경으로 한 잘 된 기획기사의 제목같아 보인다. 우리는 기사를 읽고, 공감을 하고, 좀 더 나아간 사람들은 기부를 한다. 그런데 그게 대체 뭐냔 말이다. 여전히 지구 반대편에선 사람들이 생명의 위협을 받고 피흘리며 죽어간다. 절대로 ‘그들’을 ‘나’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주인공의 애인이 총탄에 맞아 죽는 것을 보며 눈시울을 붉히는, 그게 우리(관객)의 한계다.

난 마지막 장면에서 정말이지 내 자신이 파편더미에 ‘매몰’되는 줄 알고 기겁을 했다.

써놓고 읽어보니, 이 글도 너무 피상적이다. 그냥 영화관 가서 봐라. 보고 ‘느끼’지도 말고 ‘체험’하지도 말고, 그냥 열심히 도망다니시길 바란다.

I Understand Completely

I Understand Completely by Paul Gilbert From Guitars That Rule The World

Instrumental Rock (일반적으로 악기 연주가 강조되고 가사는 없거나 거의 없는 음악의 한 장르).

Making it’s first appearance in 1992, The Guitars That Rule The World featured many legendary axe slingers, such as Yngwie Malmsteen, Earl Slick, Zakk Wylde and Richie Sambora demonstrating their diverse musical proficiency in vastly different ways. Everything from classical to blues was represented. The producers of this compilation simply made an offer to fourteen of the world’s greatest renowned guitarists to stretch their boundaries as far as possible, without any creative limits. The results are varied. Sonic highlights include tracks by Paul Gilbert, Alex Skolnick and the Malmsteen/Olausson offering, “Leviathan”. Ah, you’ll pine for the glory days when guitar mags actually wrote about this kind of technical heaviness! Instrumental Guitar (Electric (Heavy)/Shred/Hard Rock), total running time, 58:28
http://www.guitar9.com/guitarsthatrule.html

1992 년에 발매된 “(The) Guitars That Rule The World”는 잉웨이 맘스틴, 얼 슬릭, 자크 와일더, 리치 삼보라 같은 전설적인 기타 연주자(axe slinger)들의 음악적 성취를 다양한 방법으로 녹여내고 있다. 클래시칼 (롹) 부터 블루스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이 망라된 이 앨범의 제작자는 열 네명의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기타 연주자들이 창조적 작업에 방해됨 없이 자신들의 영역을 자유롭게 넓히도록 도움을 주었다. 결과물은 매우 다양한 형태로 나왔다. 폴 길버트의 저 눈부신 속주를 보라. 알렉스 스코-ㄹ닉과 맘스틴과 올라-우슨의 “Leviathan”은 또 어떤가. 오, 분명 당신은 예전에 기타 잡지들이 이러한 육중한 기교들에 대해 썼던 영광스런 나날들을 그리워하게 될 것이다.

라디오 튜닝 소음 가운데서 한 아이가 말한다. ‘I understand completely.’ 이 한 마디는 곡 전체에서 유일하게 식별 가능한 한 마디다. 뭘 완벽하게 이해했다는 것인지 친절한 설명도 없다. 오직 처음부터 끝까지 이어지는 것은 속주와 속주, 그리고 속주 뿐이다. 만약 누군가 기타를 빠르게 칠 수 있다면, 그건 그의 연습의 결과만을 보여줄 뿐이다. 속주는 그 자체로 어떤 예술적인 면을 가질 수 없다. 이 곡을 듣기 전까지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러나 I understand completely를 듣고 나서, 나는 적어도 폴 길버트에게만은 그런 선입견을 유보하기로 했다. 속주도 속주 나름이지… 그는 어쿠스틱 기타로 보여줄 수 있는 속도와 기교의 모든 것을 보여준다. 너무 기가 차서 말도 안나올 정도다. 대체 인간이 어떻게 손가락을 놀려야 저런 연주가 나오는 것일까. 아찔해서 아름다운, 그런 기타다.

다시 I understand completely. 폴은 아이의 목소리를 빌어 이야기한다. 나는 다 (완벽히) 이해했어. 나에겐 이 소음들은 전혀 의미가 없어. 나는 소음을 뚫고, 화음과 불협화음, 의미의 무의미, 아름다움과 추악함을 동시에 받아들이기로 했어. 정말 높은 것, 이를 테면 숭고함 같은 것… 그리고 낮은 것, 저열함들… 그건 한 인간이 보여줄 수 있는 모든 것의 다른 이름일 뿐이야. 나는 여길 떠난다. 나는 더 이상 이것과 저것을 나누는 장벽들에 구애받지 않는다. 나는… , 하고.

강철같은 전설들이 존재했던 시대가 문득 그립다.

전문가

“정치를 상당히 감각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세대라던가, 그리고 이성적인 판단의 능력이 다소 결여가 된 이런 층에 있어서는 무분별한 수용, 이러한 위험을 낳을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허경영 현상을 전달하는 데에 있어서는 미디어 같은 경우에는 그에 대한 상당한 책임성이 요구된다고 생각합니다.”

시사평론가라던가.. 하는 사람의 지난 PD수첩에 삽입된 한 꼭지다. 말하자면, 귀가 얇은 사람들은 이런거 보면 뻑가니까 보여주는 방송이 먼저부터 조심해야 한다, 이런 내용인데 이걸 전문가 의견으로 꼭 삽입할 필요가 있었을까? 이건 그 평론가의 소양이 부족한 것이 문제가 아니라, 너무 뻔한 내용을 억지로 전문가 의견을 넣는답시고 청취해 삽입한 방송의 문제인 것 같다. 앞에서 계속 허경영 신드롬이 문제라는 이야기를 쭉 해왔다. 그리고 나서 대체 무슨 건설적인 결론이 나와봤자 더 나오겠는가? 지켜보자, 조심하자.. 이정도 밖에 더 있나?

“저렇게 많이 먹다가는 탈이 날 것 같은데요, 선생님 의견은 어떠십니까?”
“네, 자신이 평소 소화해 낼 수 있는 양을 초과해서 음식을 섭취하게 되면 급성 소화불량이나 구토증상이 올 수 있으니 특히 유의해야 합니다.”

“연말연시를 맞아 온정의 손길이 줄을 잇고 있는데요, 선생님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네, 연말연시 하면 묵은 해를 정리하고 새 해를 맞을 준비를 하는 기간이지요. 이때만큼은 사람들의 마음도 다소간 따스해지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평소보다 온정의 손길이 많은 것 같습니다.”

뭐 이따구…

자유

태어나 자란 나라에 반드시 충성해야 할 이유는 없다.
나를 낳은 부모를 반드시 사랑해야 할 이유는 없다.
수직적 상하관계에 속한다고 해서 반드시 권위에 복종해야 할 이유는 없다.
아름다운 것이 좋다고 해서 반드시 거기에 따라야 할 이유는 없다.
다수의 사람들이 약육강식을 사회적 정의라고 생각한다고 해서 반드시 그 저열함을 인정해야 할 이유는 없다.
네가 좋아하는 것을 반드시 나도 좋아해야 할 이유는 없다.
만인의 공통 목표가 돈이라고 할 때 내가 거기에 반드시 동승해야 할 이유는 없다.

자유의 가장 무서운 적은 자유를 억압하는 외부세계가 아니라,
구속에 길들여진 나의 내부다.
그래서 ‘나의 적은 내부에 있다’는 회의에서는 절대 자유로워 질 수 없다.
그리고 이 회의 조차에서도
언젠가 모든 내적 모순이 서로 충돌하여 사라지고 아무 것도 남게 되지 않을 때,
그러니까 내가 세상과 일자로 마주하게 될 때에야 자유로워 질 수 있을 것이다.

나는 내가 자유롭기를 희망한다.
‘나는 내가 자유롭기를 희망’한다는 것에서도 자유롭기를 희망한다.
나는 내가 획득할 자유를 이겨내기를 희망한다.
얇은 옷을 입고 폭풍우 속으로 나설 때, 길은 험하고 숲은 깊었다.
나는 언젠가 불안이야 말로 활화산 같은 삶의 원동력이라고 적었다.
나는 괜찮을 것이다.
나는 잘 해낼 수 있을 것이다.

우분투 그놈 환경에서 리듬박스와 EasyTAG의 조합

우분투를 그냥 설치하게 되면 자동적으로 그놈 데스크탑 매니저 환경으로 부팅된다. 그놈은 오래되었고 많은 발전을 거듭한 데스크탑 매니저이므로 일반적인 사용에는 전혀 무리가 없다. (좀 더 가벼운 데스크탑 매니저를 원한다면 Fluxbox나 Xfce를, 무겁더라도 멋진(?) 걸 원한다면 KDE가 적당할 것이다.)

아무튼 그놈에는 기본적인 오디오 플레이어로 리듬박스를 사용할 수가 있다. 아마록이나 기타 등등의 강력한(?) 플레이어보다는 지원하는 기능이 적어도, 나는 아이팟도 없고 무거운건 딱 질색이라 리듬박스 정도가 적당했다. 그런데 문제는 ID(2|3) tag였다. ID tag란 (내가 아는 한) 음원 파일에 곡 정보를 삽입하는 일종의 표준 방식이다. 예를 들어, I_don’t_know_what_this_file_is.mp3 라는 mp3 파일이 있다고 할 때 이런 파일명만 가지고는 해당 곡이 어떤 곡인지, 누가 부른 노래인지, 그 곡이 포함된 앨범명은 어떤지, 장르는 뭔지 등등의 정보를 알아낼 수는 없다. 때문에 파일 안에 그러한 메타 데이터를 포함시키는 것이다.  윈도우즈를 쓸 때는 ID tag에 대해서 별로 신경쓰지도 않았고, 한글 인코딩에도 문제가 없었다. (대부분의 mp3 파일들이 윈도우즈를 통해 교환된다는 사실로 두고 볼 때, 영어야 상관 없어고 한글은 죄다 CP949 등의 방식으로 인코딩 되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UTF-8로 한글을 (혹은 다른 언어의 글자들을) 인코딩하는 우분투 리눅스를 쓰기 시작하자, 리듬박스가 UTF-8로 인코딩 되지 않은 한글 ID tag들을 무지막지하게 깨진 글자로 표현하기 시작했다.

전엔 별 신경쓰지 않았는데, 특히 리눅스용 오디오 플레이어들은 음원 파일들을 ID tag를 기준으로 정리한다. (물론 윈도우즈용 플레이어들도 그런 방식을 지원했는데, 당시에는 그 기능들을 쓰지 않았다.) 때문에 영어 파일들은 상관 없었지만 한글 파일들을 찾거나 앨범 단위로 정리할 때 문제가 발생했다. 그래서 ID tag를 정리하기로 마음먹었다.

일일이 수작업으로 리듬박스의 파일정보 창을 통해 태그들을 수정하는건 미친짓이다. (나는 1만곡 가까이 파일들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적당한 ID tag 수정 프로그램이 없을까 하고 찾아보다가 EasyTAG를 발견하게 되었다.

리듬박스는 그놈 환경이라면 기본적으로 깔려 있으므로 EasyTAG만 깔면 된다. 어렵지 않다.

‘프로그램 -> 추가/제거’ 에 들어가서 검색창에 ‘EasyTAG’를 치면 프로그램이 뜬다. 설치에 체크를 해주고 적용 버튼을 누르면 자동으로 설치된다.

나는 기본적으로 디렉토리 단위로 앨범을 관리하고 있어서 ID tag들을 수정하는데 편리했다.

ID tag 일괄 수정 방법
1. ID tag를 수정하길 원하는 앨범 디렉토리에 들어가 파일들을 전체 선택한다.

2. 마우스 오른쪽 버튼을 클릭하면 CDDB Search Files… 라는 메뉴가 있는데 클릭한다. 해당 곡 정보들을 기준으로 CDDB라는 온라인 앨범 데이터베이스에 접속해 매치되는 앨범 정보를 통째로 가져온다. (단, 어떤 앨범 정보들은 없거나 (대부분 한국 앨범들은 없다.), 결과가 부정확한 경우가 있으니 적용 전에 앨범 데이터를 확인해본다.) 적용하길 원하는 데이터를 선택하면 오른쪽 창에 곡 정보가 뜨고 밑에 Apply를 클릭해서 실제 파일에 적용한다.

3. 파일에 적용된 ID tag들을 확인한다. EasyTAG의 태그 정보 Form들 옆에 보면 조그만 동그라미가 있는데, 이걸 클릭하면 해당 Form에 기록된 정보가 선택된 파일에 일괄 적용된다. Artist나 Year, Genre등은 앨범 내 곡들이 모두 같으므로 만약 CDDB에서 가져온 정보가 맘에 들지 않는다면 이걸로 수정해도 된다.

4. 수정이 다 되었으면 파일 선택 창에서 Ctrl + S를 눌러 ID tag 정보를 기록한다. 또한 ID tag 정보를 바탕으로 파일명을 변환할 수 있는 여러가지 형식들을 지원하므로 이 기능을 이용하면 모든 파일을 예쁘게 일괄적으로 rename할 수 있다.


ID tag를 시간 날때마다 조금씩 수정하고 있다. 은근히 중독성 있는 일과다. -_-;;

제발 APM 컴파일 하지 마세요

십만년 전 도큐멘트를 보고 아직도 힘들게 APM을 컴파일 해서 사용하는 사람들이 정말 많다.

난 정보란 오래되고 가치가 떨어지거나 현재 상황에 비추어 잘못된 내용을 담고 있다면 자연적으로 도태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한국에선 이게 반대다. 새로운 정보들에 대한 Needs는 계속 늘어나는데, 그것에 비해서 정보 생산량이 턱없이 낮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여전히 십만년 전 정보를 계속 여기저기로 퍼뜨린다. 검색엔진은 해당 검색키워드에 매치되는 페이지가 많은 오래된 정보를 여전히 검색상위 순위로 밀어 올릴 수 밖에 없다.

꽤 오래전에, (리눅스 타임으로 오래전이란 말) 나는 릴리즈 명이 hoary인 우분투 배포판에 설치된 리듬박스라는 음악 플레이어에서 mp3 파일을 실행하는 법을 정리해서 모 커뮤니티에 올린 적이 있다. mp3 파일은 라이센스 때문에 리눅스에서 그저 플레이어를 설치했다고 해서 그냥 플레이 할 수는 없다. 그래서 약간의 편법(?)을 동원해야 할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몇년 전 그 문서가 여전히 여기저기로 퍼날라지고 있다. (각종 검색엔진에서 “우분투, 그놈, 리듬박스, 효리, mp3” 등의 키워드로 검색하면 내가 쓴 글이 여기저기에 날라져 있는걸 확인할 수 있다.) 예를 들어서, 이제는 예전의 복잡한 방법 대신에 최신 버전의 우분투에선 ubuntu-restricted-extra 패키지만 인스톨하면 된다. 그런대도 사람들은 예전 내 문서를 보고 삽질을 반복하고 있다. (일일이 퍼 날라진 글까지 내가 수정할 수는 없어서 최근에 원본글만 수정을 했다. http://kldp.org/node/49400)

아무튼 APM(Apache + PHP + MySQL)에 대한 이야기다.

대체 각종 배포판들에 패키지 관리 개념이 도입된지가 언제인가? 그런데도 사람들은 수백만년 전의 APM 컴파일 문서들을 보고 삽질을 계속한다. 데비안이나 우분투를 사용한다면 시냅틱(GUI)이나 apt-get을 이용하고, 레드햇이라면 yum을, 젠투라면 emerge, 수세라면 yast를 쓰길 진심으로 바란다. 이런 대중적인 배포판 외에 다른 것을 사용중이라면, 뭔진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패키지 관리자가 분명 있을 것이다. 리눅스 프로그램 설치의 가장 고질적인 단점인 의존관계를 명쾌하게 해결해 주는 것은 패키지 관리 밖에는 없다.

가끔 (아니 사실은 상당히 빈번하게) 질답게시판에 한참을 스크롤해야 하는 컴파일 메시지들을 붙여 놓고 딱 한줄로 ‘이런 에러가 났는데 어떻게 하죠?’라고 질문하는 사람들이 있다. 장담하건데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는 답변을 얻을 확률은 없다. 왜 그런 에러가 났는지는 정말 아무도 모를 일이다. 라이브러리에 걸린 심볼릭 링크 하나가 잘못되어서 그럴 수도 있고, 컴파일러 버전이 낮아서 일 수도 있고, 환경변수가 잘못 지정 되어 있을 수도 있고, 심지어는 다운로드 한 소스가 컴파일 오류를 가지고 있는 잘못된 리비전 일 수도 있다.

정말로 최신의 APM이 필요하다면 컴파일 밖에는 방법이 없다. 패키지 리스트에 올라오는 버전은 항상 최신 버전보다 낮기 때문이다. 그럴 경우에 문제가 발생한다면 마지막 라인의 오류 메시지를 잘 봐라. 전부 다는 아니지만, 대개의 경우 마지막 라인의 오류 메세지는 문제 해결에 대한 중요한 단서를 제공 할 것이다. (gcc 버전이 4.0 이상이어야 한다던가…)

그러나 이제 막 웹을 공부해 볼 요량으로 APM을 설치하는 사람들에게 최신버전의 APM이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의미 없는 설치과정에 심력을 쏟기보다는, 패키지 설치 후에 남는 시간으로 남은 설겆이나 하는게 훨씬 유용할 것이다. 이 경우 어머니에게 귀여움을 듬뿍 받을 수 있다.

밤새도록 풀리지 않는 문제를 두고 씨름을 했다.
머리에 쥐가 날 즈음에 담배가 떨어졌다.
점퍼를 걸치고 후줄근한 모습으로 슈퍼에 담배를 사러 나갔다.
뜻하지 않게 눈을 만났다.
내리는 눈을 보는 것도 참 오랫만이다.
언제나 연탄재에 눈이 쌓이는 걸 보면,
인생 다 태우느라 머리가 하얗게 샌 어느 노인이 떠오르곤 했다.
그렇게 생각하자마자,
내 머리에도 눈이 쌓이기 시작한다.
담배가 떨어질 때마다 사오는게 귀찮아서,
아예 한 보루를 산다.
그렇게 사자마자
내가 미쳤구나 싶기도 하다.

친구의결혼

중학교때 가장 친하게 지냈던 패거리들 가운데 한 놈이 2월에 결혼한다고 한다. 미리부터 집들이를 한다 뭐한다 전화가 와서 다음주 월요일에 만나기로 약속을 하고 가만히 생각을 하다보니, 이 놈 좀 바뀐 것 같다.

중학교 애들이 다 그렇듯, 당시에 우리는 입도 상당히 걸어서 항상 씨발조팔을 붙이고 살았으며 서로 머리가 크니 (희안하게 패거리들 전부 다가 머리가 컸다. -_-;;) 어쩌니, 요즘 식대로 말하자면 ‘비난개그’의 달인들이었던 것이다. 그런 놈이 오늘 전화를 끊으면서,

“오늘 전화 끊고 나서도 좋은 일만 가득하기를 바랄께.”

-_-;;

나는 당장 끊으려던 전화를 붙들고,

“아, 씨발 좀 닥쳐줄래? 너 어째 결혼한다더니 사람이 확 바뀐거 같다? 야, 너 ‘평소에 안하던 짓 하면 곧 죽을 징조’라는 오래된 속담도 모르니?” 어쩌구 저쩌구…

연애하는 사람은 없냐는 둥… 없으면 소개시켜 주겠다는 둥… 내가 옛날 기억을 되살려 ‘비난개그’를 ‘작렬’해도 녀석은 뭐가 좋은지 허허 웃기만 한다.

무협지를 좋아해서 당시 국어시간마다 서로 김용의 영웅문 시리즈를 돌려 읽었고 (여전히 우리들의 영웅문 가운데 최고의 시리즈는 ‘신조협려’다.), 거기에 실린 협사들의 이야기들이 역사적 사실이라고 믿었고, 신조협려의 주인공인 양과가 사실은 한반도로 넘어와 성을 ‘배’씨로 바꿨으며 자신이야말로 선조 양과의 적통을 잇는 후예라고 자처하던 녀석이었다. (그 녀석의 성씨는 ‘배’가고, 신조협려에서 양과의 노년시절 이야기는 자세히 나와있지 않아서 우리는 여러가지 상상을 하곤 했다.) 또한 만화도 좋아했고, 녀석도 만화를 잘 그려서 무슨무슨 만화신인상에 내가 스토리를 쓰고 녀석이 그림을 그려서 응모해보자고 하기도 했었다.

녀석은 그 뒤로 만화에 대한 꿈을 잃지 않고 꾸준히 노력해… 훌륭한 만화가가 되었다면, 난 참 좋았을 것이다. 난 만화를 좋아하니까. 아무튼 녀석은 만화가 대신에 미술가가 되었다. 언젠가 개인전도 열었다는데, 물론 가보지는 않았다. -_-;; 현재 중대 대학원에 들어가 공부를 더 하고 있다고 하니, 앞으로 만날 일은 많겠다는 생각이 든다.사용자 삽입 이미지녀석의 싸이월드에 들어가 작품들을 감상(?)하다가 강렬한 붉은 색이 인상적이어서 퍼온 그림. 친구 사이니까 저작권이고 뭐 그런거 없다.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