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 3

감기가 심해서 집안에 있던 무슨 감기약을 먹었더니
며칠째 잠만 잔다. 누가 내 혼을 강제로 끄집어 내는 것 같아
눈에서부터 손끝까지의 거리가 너무 멀다.
뭘 생각하고 나면 한참 뒤에야 손이 움직인다.

예수님을 만나고 싶다
만나면
내가 아닌 내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 그지같은게 되는 나를
참아내기가 힘들다.

2007 Kirrie Music Award

몇 주 전에 쓰기 시작해서 대충 기억나는 곡들을 다 적고 나니 정말 연말이 되었습니다. 열곡을 채우고 싶었는데, 생각해 보면 올 해엔 그다지 노래를 듣질 않아서 여덟곡에 그치고 말았습니다. 올 해의 글은 이제 마지막일 것 같은데, 뭐 어쩌면 한 두개 정도 인사글 올릴 수 도 있구요. 그런거죠.

2006 Kirrie Music Award
2005 Kirrie Best Music Award

어느 사이엔가 Best Music에서 그냥 Music으로 바뀌었군요. 사는게 점점 재미가 없어지나봐요.
좋은 밤 되시길.
—>
마지막으로부터 두 개피째 담배를 피운다. 이걸 피우고 나면 한 개피가 남는다, 라고 키보드를 두드리면서 담배를 껐다. 물을 마셨다. 분명 이 다음 삼십분도 지나기 전에 나는 또 강렬한 흡연 욕구에 시달릴 것이다. 그 다음의 삼십분 뒤엔 이 중독증세를 다스릴 수 있는 것이 없다. 그리고 커피를 조금 마신 탓인지 이상하게 잠이 오질 않는다. 궁지에 몰린 것이다.
남아공에 사는 스미스씨는 분명 과거에, 혹은 현재에, 아니면 미래에 이런 일을 겪고 있다고 그의 일기장에 적었다. 나는 그가 누군지 모른다. 그건 중요한 일이 아니다. 세상에는 이런 일들이 수없이 일어나고 있다. 컵에 물이 가득 담겼을 때 누군가는 그것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계속 물을 붓고 있을 수도 있고 자비심이란 눈꼽만큼도 없는 마피아에게 붙잡혀서 평생 손에 쥐어보지도 못한 백만달러의 행방을 추궁당하며 마지막 남은 몇 리터의 혈액이 몸 밖으로 흐르는 모습을 지켜 볼 수 밖에 없을지도 모른다. 유압 프레스기 안에 갇혀서 듣는 사람도 없는 비명을 지르며 조금씩 압사 당하는 경우도 있다.
사는게 끔직할 정도로 비인간적이라는 말을 하고 싶은 것이다. 누구도 그런 상황에 처하지 말라는 법은 없다. 우리는 그저 바보같이 살면서 그런 일은 절대 자신에게 닥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분명 누군가에게는 일어나는 일이다. 일어나는 일은 반드시 일어났던 일이다. 우리가 져야 할 책임은, 단지 지금 그런 일이 내게 일어나지 않은 것에 대한 책임이다.

올 해 나는 나를 확인했다. 나를 구성하는 코드들을 하나씩 솎아내서 그 구성 요소와 작동 방식을 분석하고 그럼으로 해서 그것들이 구성하는 나를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나의 요소들은 과연 나로 환원될 수 있을까 없을까, 시작부터 그런 물음들은 던질 생각도 하지 못했다. 그만큼 긴박했던 것이다.

나는 솔직하고 싶다. 그러나 알지 못하는 것 까지 고백할 수는 없다.
—>
Bulletproof… I wish I was / Radiohead
Bulletproof… 는 The Bends에 포함된 곡이고 Scatterbrain(1, 2)은 한참 뒤의 앨범에 포함되었지만, 나는 이 두 곡이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믿고 있다. 라디오헤드는 이미 놀라울 정도로 대중적인 인기를 갖고 있는 밴드가 되었다. 그들의 최신 앨범인 In Rainbow가 다운로드 판매 만으로 플래티넘이 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나는 한 편으로 가슴이 시렸다. 손가락 끝에 지구를 올려 놓은 것 같다. 그들을 둘러 싼 세계는 끊임없이 소음을 만들어 내는 라디오헤드인 것이 아닐까. Bulletproof이기를 바라며 때로는 자신이 Scatterbrain이 아닐 수 있는 다른 어떤 곳을 갈망하는.

Simple Man / Lynyrd Skynyrd
많은 일들이 있었다. 나는 추위에 언 손을 모닥불에 녹이며 눈 밭, 지평선 너머로 길이 사라지는 모양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이따금 사람들이 그 길로부터 걸어와 모닥불에 손을 부비며 내게 말을 붙였다. 내가 어깨를 으쓱하자 그들은 고개를 젓고 반대 방향으로 걸어갔다.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다. 그리고 이런 내게, 아직도 기억나는 엄마가 있었다는 것은 정말 행운이었다.
[#M_ Lynard Skynard – Simple Man 가사.. | Lynard Skynard – Simple Man 가사.. |Lynard Skynard – Simple Man

Mama told me when I was young
Come sit beside me, my only son
And listen closely to what I say.
And if you do this
It will help you some sunny day.
Take your time… Don’t live too fast,
Troubles will come and they will pass.
Go find a woman and you’ll find love,
And don’t forget son,
There is someone up above.
내 어릴 적 엄마는 말했지
이리와 앉으렴, 내 아들아
지금부터 엄마가 하는 말을 잘 들으면
네게 좋은 일이 생긴단다.
여유를 가져라… 바삐 살지 말거라,
고통은 오는 길로 되돌아 간단다.
여자를 만나 사랑을 찾거라,
그리고 잊지 말아라
저 위에 계시는 누군가를.

And be a simple kind of man.
Be something you love and understand.
Be a simple kind of man.
Won’t you do this for me son,
If you can?
그리고 단순한 사람이 되어라.
네가 사랑하고 이해 할 수 있는
그런 단순한 사람이 되어라.
엄마를 위해 그렇게 해 줄 수 있지?

Forget your lust for the rich man’s gold
All that you need is in your soul,
And you can do this if you try.
All that I want for you my son,
Is to be satisfied.
부자가 되기 위한 열망 따위는 잊거라
네게 필요한 건 오직 네 영혼 뿐이란다,
그리고 그건 어려운 일이 아니지.
엄마가 네게 바라는 모든 것은
오직 만족하는 삶이란다.

Boy, don’t you worry… you’ll find yourself.
Follow you heart and nothing else.
And you can do this if you try.
All I want for you my son,
Is to be satisfied.
아들아, 너무 걱정하지 말거라… 언젠간 너도 네 자신을 찾을 수 있겠지.
마음이 가는 대로 살거라.
그건 별로 어려운 일이 아니지.
엄마가 네게 바라는 모든 것은
오직 만족하는 삶이란다.
_M#]The Rain Song / Led Zeppelin
내가 이 노래를 다시 꺼낼 수 밖에 없는 이유를 설명하려고 하면, 계속해서 할 말들이 줄어들다가 결국엔 몇 가지의 이미지만 남게 될 것이다. 그건 언어로 형용하기 힘든 정신적인 부분이다. 분명 나를 이루는 역사들이 이 노래와 나와의 관계를 암시하고는 있지만, 그게 어디로부터 연결되어서 어떻게 중간에 변질되었으며 그래서 복잡한 꼬임 구조(twisted-structure)를 갖게 되었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노래는 때마다 나로 하여금 너그러움과 여유, 회복 같은 단어들을 떠올리게 한다. 여전히, 그리고 오랫동안 이 노래를 듣고 있을 것 같다.

Ten Years Gone / Led Zeppelin
레드 제플린의 보컬인 로버트 플랜트첫사랑에 대한 몇 안되는 발라드 넘버라고 하는 이 곡. 어째 요즘은 ‘어 이 노래 좋다.’ 하면 가사가 다 왜 이런지 모르겠다. 분명 처음에는 가사에 별로 신경쓰면서 듣지는 않았다. 그리고 신경쓰면서 듣는다고 해도 단박에 알아 들을 만큼 영어를 잘하는 것도 아니고, 게다가 나중에야 가사를 구해 찬찬히 들여다 봤는데 이게 거의 시 수준이라 독해가 쉽지 않았다. 그런데 어쩜 번역하고 나니 이리도 나를 위로한단 말이냐.

Ten Years Gone” is a song by English rock band Led Zeppelin from their 1975 album Physical Graffiti. Originally intended to be an instrumental piece, Jimmy Page used some 14 guitar tracks to overdub the harmony section. Robert Plant
later added lyrics, which are dedicated to an old girlfriend who, ten
years earlier, had made him choose either her or his music.

“Ten Years Gone”은 영국 롹 밴드 레드 제플린의 1975년 앨범인 ‘몸으로 쓴 시(Physical Graffiti)’에 수록된 곡이다. 원래 이 곡은 지미 페이지가 14개의 기타 트랙을 이용해 하모니를 이루는 연주곡으로 만들어졌다. 후에 로버트 플랜트가 십년 전 사귀었던, 그로 하여금 음악과 사랑 사이에서 선택을 고민하게 했던 옛 여자친구에게 바치는 가사를 덧붙였다. (번역이 좀 잘못되었습니다. 정정합니다. 또한 관련 내용을 덧붙입니다.)

Robert Plant wrote the lyrics about a girlfriend who made him choose
between her and his music 10 years earlier. She got the boot. In an
interview with
Rolling Stone magazine (March 13, 1975) the
interviewer, Cameron Crowe, asked Robert Plant what gambles he had
taken. Plant replied: “Let me tell you a little story behind the song
‘Ten Years Gone’ on our new album. I was working my ass off before
joining Zeppelin. A lady I really dearly loved said, ‘Right. It’s me or
your fans.’ Not that I had fans, but I said, ‘I can’t stop, I’ve got to
keep going.’ She’s quite content these days, I imagine. She’s got a
washing machine that works by itself and a little sports-car. We
wouldn’t have anything to say anymore. I could probably relate to her,
but she couldn’t relate to me. I’d be smiling too much. Ten years gone,
I’m afraid. Anyway, there’s a gamble for you.”

로버트 플랜트는 (이 곡이 쓰여진 때보다) 10년 전 그로 하여금 사랑과 그의 음악 사이에서 고민하게 했던 여자친구에 대한 가사를 썼다. 물론 플랜트는 음악을 선택했다. (그녀는 쫓겨났다. -_-;;) 1975년 3월 13일자 롤링스톤즈지와의 인터뷰에서, 카메론 크로우 (인터뷰어)는 플랜트에게 어떤 도박을 해본 적이 있냐고 물었다. 플랜트는 대답했다. “새로운 앨범에 수록된 ‘Ten Years Gone’에 관련된 비하인드 스토리를 말씀드릴께요. 내가 레드 제플린에 합류하기 전에, 아주 바닥을 칠때 이야기에요. 당시에 내가 정말 사랑했던 여자가 이렇게 말하더군요. “좋아, 나야 당신 팬이야?” 어쨌든 난 팬 같은건 갖고 있지 않을 때였지만, 이렇게 말했죠, “여기서 멈출 수는 없어, 난 (음악을) 계속 해야해.” 아마 그녀는 요즘 꽤 만족하면서 지낼 것 같아요. 지 혼자서 움직이는 세탁기도 있고, 작지만 스포츠카도 갖고 있을테니 말이죠. 아무튼 우리 얘긴 거기서 끝났어요. 어쩌면 아마 난 좀 더 그녀에게 가까이 다가 갈 수 있었겠지요. 불행하게도 그녀는 그러지 못했지만. 아마 내가 너무 많이 미소만 짓고 있어서였는지도 몰라요. Ten Years Gone, 뭐 그런 얘기죠. 이게 내가 해본 최고의 도박이였어요. (여자친구냐 음악이냐를 두고 한 쪽을 선택한 것.)”

Page and Plant performed this song once on their Japanese tour at Osaka on February 15, 1996. Jimmy Page also performed this song on his tour with The Black Crowes in 1999. A version of “Ten Years Gone” performed by Page and The Black Crowes can be found on the album Live at the Greek.
지미 페이지와 로버트 플랜트는 이 곡을 1996년 1월 15일 일본 투어 도중 오사카에서 한 번 연주했다. 지미 페이지는 1999년 The Black Crowes와의 합동 공연에서도 이 곡을 연주했으며, 지미 페이지와 The Black Crowes의 합주에 의한 “Ten Years Gone”은 Live At The Greek 앨범에 수록되었다.

http://en.wikipedia.org/wiki/Ten_Years_Gone

The Messiah Will Come Again / Roy Buchanan
이 곡을 올려놓고 빈 잔을 다시 커피로 채웠다. 감기에 걸린 것인지 코가 맹맹하고 가끔 목이 간지러워 크게 기침을 한다. 몇 일은 담배를 피우지 말아볼까 하다가, 아까 가게에 가서 담배를 다시 사오고 말았다.
며칠 전 사촌 동생과 만나 잠깐 음악 얘기를 하는데 녀석이 로이 부캐넌을 이야기하더라.

“형, 기타가 우는거 들어 봤어?”
“그럼 들어봤지.”
“로이 부캐넌 들어 봤어?”
“그럼 들어봤지.”
“거기서 기타가 울잖아, 그치 형?”
“그래 기타가 울지.”

Buchanan’s long-standing alcohol and substance problems seemed to worsen with time, culminating on August 14th ,1988, when Buchanan was arrested for public intoxication. Several hours later Buchanan was found hanging in his cell, in the Fairfax County Jail, by his own shirt. His cause of death was officially recorded as suicide, a finding disputed by some of Buchanan’s friends and family.
부캐넌이 공공장소에서 만취했다는 죄목으로 (미국에서는 공공장소에서 엄청 취하면 잡아가는 모양이다.) 체포되었던 1988년 8월 14일은, 그의 오랜 알콜 의존증 문제가 극에 달했던 날이었다. 체포 후 몇 시간 뒤에 그는 페어팩스의 어느 감방에서 자신의 셔츠에 목을 매달린 채로 발견되었다. 그의 죽음은 공식적으로 자살로 기록되었으나 그의 친구와 가족들은 그의 죽음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http://en.wikipedia.org/wiki/Roy_Buchanan#Legacy

관심 있다면 여기도 가 볼 것. http://windshoes.new21.org/wind-etc04.htm

A Star In Nobody’s Picture / Ben & Jason
Ben & Jason을 어디서 처음 권유받았는지 기억나질 않는다. 물론 누가 실제로 내게 저 녀석들 음악 좋아, 하고 말 해 주진 않았겠지만 말이다. 어쨌든 처음에 찾아 본 여러 평에서 너무 좋은 얘기만 해서 몇 일 동안은 그런 평들에 가세해, 아 이 노래들 참 좋구나, 하고 있었는데 많이 듣다가 보니 힘이 많이 달리는 느낌이 들었다. 모던 락, 이지 리스닝, 네오 포크.. 뭐 어쩌구 그런 것 같은데, 자그마한 소품같은 느낌은 들어도 딱히 이거야! 하는 감이 오질 않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주 듣다보니 가사에 신경이 쓰여서 좋아하게 된 곡이 하나 있다.

예를 들어, 당신은 정말 먼 거리의 낯 모르는 사람을 상상해 본 일이 있나?
캐나다에 사는 ‘그녀’는 어렸을 때부터 삶이 자신의 생각과는 많이 다르다는 것을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다. 여유로운 환경에서 자랄 만큼 집이 부유하지도 않아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시내 – 라고 해봐야 두세 블럭 정도의 상점가가 전부인 – 의 한 식당에 웨이트리스로 취직한다. 성인이 되고 나서 그녀는 정말 자신의 삶이 빗나가고 있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었지만, 그 균열이 너무나도 거대했기 때문에 쉽게 어디서부터 무엇을 건드려야 할지 감이 오질 않았다. 티븨에 나오는 성공한 삶을 사는 다른 이들처럼 만면에 웃음을 머금고 살고 싶었다. 그러나 그녀는 매일 아침 일곱시까지 식당에 나가봐야 한다. 주말 교대조인 웬디는 가끔 이웃 마을에 사는 남자친구와 데이트를 즐기러 나오질 않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웬디의 몫까지 일을 해야만 했다. 그녀는 특별한 추억이 없었다. 크리스마스가 되면 옛 첫사랑에게서 카드가 배달되어 오긴 하지만, 카드 따위나 보내다니 아마도 그에게 있어 그녀는 둘이 사귀던 16살 그 즈음에 멎어 있는 모양이다. 존재감도 없어서 누군가 그녀를 떠올릴라치면 한참을 생각해내야만 했다. 어렸을 때부터 귀여움을 독차지 하던 그녀의 여동생이 벤쿠버로 이사를 간 뒤로는, 그녀는 한번도 그녀의 여동생을 본 적이 없다. 정말 평범해서, 오히려 비범해 보이기까지 한 그녀. 그녀는 요즘 진(Jin)에는 손도 대지 않고 보드카만 마신다. 그녀는 가끔 식당을 들리는 택시기사들과 섹스를 하는데, 언젠가 한 번 누군가 그녀에게 왜 그렇게 몸을 쉽게 굴리는가 하고 물었다. 그녀는 그렇게라도 해야지만 자신이 살아 있는 것 같다고 대답했다.
그녀는 단 한번도 누군가 갖고 있는 옛 사진첩에서 빛나는 별인 적이 없었다. (She’s a star in nobody’s picture)
그녀는 자신의 삶에서 조차도 엑스트라였다. (She’s an extra in her own life)
그녀는 이게 누구지 하고 고개를 갸웃거리는, 전화번호수첩에 적힌 기억나지 않는 전화번호의 주인이다. (She’s a name in somebody’s phonebook)
하지만 그녀도 살아 있다. 살아서 오늘도, 내일도 살아가는 사람이다. (She’s alive.)

Dogs / Damien Rice
‘오렌지 나무를 키우는 여자가 있었어. 그녀는 요가도 할 줄 알았지. 어느 날 갑자기 우리가 방문했을 때, 그녀는 땅에서 잡초를 뽑고 있었네.’ 어쩌구 하며 시작하는 경쾌한 어쿠스틱 기타의 노래가 있다. 그냥 평범한 사랑얘기 같은데, 이상하게 매번 그 노래를 들을 때마다 마음 속이 요동쳤다. 특별히 더 할 말은 없습니다. 이건 그냥 이지 리스닝이에요.

그 남자 그 여자의 사정 / 다이나믹 듀오
사실 난 다이나믹 듀오를 잘 모른다. 동생이 어느 날 이 곡을 힘껏 틀어 놓고 설겆이를 하고 있는데, 뒤에서 난 화장실에 가다가 멍하니 서서 끝까지 이 곡을 듣고 말았다.

이 곡의 뛰어난 점은 낙태에 대한 그 어떤 진부한 도덕적 설교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부분에 있어서 서태지의 컴백 홈보다 훨신 뛰어나다.) 대부분의 경우 도덕적 설교는 상대방이 진심으로 자신의 논리에 감화되어 개과천선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자신의 생각하는 도덕적 수준이 상대방 보다 더 우월하다는 것을 확인하고 싶은 마음에서 비롯한다.

낙태 이야기가 나와서 하는 말인데, 군대 있을때 사단 사령부에서 1년 정도 파견근무를 했던 적이 있다. 군대에서는 부대가 다르면 자신의 직속 상관이 아니라 해서, 사병들 끼리는 계급에 상관없이 서로를 ‘아저씨’로 호칭하곤 한다. 그런 ‘아저씨’ 가운데 하나에게 들은 이야기다. 그의 친구 중 하나는 오랫동안 사귀고 있는 여자가 있다고 했다. 처음에는 피임 실수로 여자가 임신을 했고 둘은 상의해서 낙태하기로 했다고 한다. 보통은 그런 경험을 하게 된 커플은 곧잘 헤어지곤 하던데, 어떻게 된 영문인지 둘은 그 뒤에도 서로 잘 지냈다. 그러다가 여자는 또 임신을 했고 또 낙태를 하고 또 임신을 하고 낙태를 하고… 나는 그때 ‘아니 씨발 그런 새끼를 그냥 뒀어요?’ 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난 대체 어떤 것에 화가 났던 것일까 싶다. 여자가 불쌍했을까?

Find Me In Your Dream / Pat Metheny & Brad Mehldau
사실은 이 곡을 넣지 않으려고 했다. 너무 감상적인 것이 아니냐, 하는 자체 검열에 따른 것이었다. 그러나 샤워를 한 뒤 뽀드득 소리 나는 기분으로 이 곡을 틀어 놓고 만화책을 읽고 있노라니, 너무 감상적이라거나 하는 혐의는 눈 녹듯 사라지고 뿌연 우윳빛 공기 속을 흘러다니는 기분이 들었다.

그냥 나를 위한 곡일 뿐이지, 하는 생각으로 추가함.

삼성은 고맙습니다?

광고는 기본적으로 광고에 나오는 인물이나 환경, 사건 등을 시청자에게 동일시 하도록 함으로써 본연의 목적을 달성한다. 당신이 사는 곳이 당신을 말해준다는, 롯데캐슬의 혐오스런 카피도 (광고 링크) 바로 이런 맥락에서 이해 할 수 있다. ‘너는 지금 당장 롯데캐슬에 살지는 않지만, 산다고 가정했을 때 금난새처럼 품격 높은 사람이 될 수 있으므로 돈이 된다면 (돈이 안되면 대출을 받아서라도!) 롯데캐슬에 입주하는게 좋다.’ 가 되는 것이다. 이는 광고를 접하는 시청자로 하여금 무의식적으로 광고 내부는 완전한 세계로, 자기 자신은 불완전한 세계로 규정하게 만든다. 그리고 거의 모든 광고의 본질은 이렇다.

삼성의 광고. 매번 보아오던 삼성의 기업 이미지 광고이지만, 오늘만은 다르게 읽힌다. 먼저 밝힌 광고의 본질대로 하자면, 광고의 화자가 계속적으로 주입하는 ‘고맙습니다.’ 는 사실 그들이 정말 시청자에게 고마운 마음을 갖고 있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시청자가 반대로 ‘고맙습니다.’ 라고 삼성에게 고백하는 꼴이 된다. 그리고? ‘여러분 덕택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는 ‘삼성 덕택에 (한국이) 여기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가 되는 것이다. 요즘의 삼성 상황에 비추어 볼 때, 광고가 이렇게 읽힌다는 것은 참 쓴웃음을 짓게 만든다.

당연히 이런 분석은 비약이 심할 수 밖에 없다. 왜냐하면 나는 지독히 삼성을 좋아하는 사람들만큼 지독히 삼성을 싫어하기 때문이다. 나의 이런 반응은 거의 동물적인 수준이다. 흐흐흐.

아 놔, 레몬펜 이거 뭐냐!!

몇 년 전에 나 혼자서 정말 기막힌 아이디어라고 무릎을 쳤던 인터넷 서점 관련 서비스가 있었다. 당시에 나는 내가 자주 이용하던 인터넷 서점에 그 서비스를 건의했었고, 답장으로 온 것도 흥미있는 아이템이라며 고려해 보겠다는 고무적인 내용이었다. 그러나 몇 개월 뒤 교보문고에 갔다가 완전 똑같은 내용의 서비스를 발견하고는, 어떻게 이렇게 같은 아이디어가 비슷한 시기에 여러 사람에게서 나올 수 있는지 믿기 힘들었던 적이 있다.

나는 며칠 전에 정말 기막힌 아이디어 하나를 떠올렸다. 일반적인 댓글 기반의 의사 전달 시스템이 가지는 한계는, 추가로 달리는 댓글의 숫자가 많아지면 많아질 수록 원본 글과의 물리적 거리가 길어진다는 것이다. 때문에 댓글을 한참 읽다가, ‘그런데 이게 무슨 내용에 관한 댓글이지?’ 하고 다시 마우스를 움직여 스크롤-업 해야만 했다. 그래서 댓글이 원본 글의 밑에 달리는 방식 이외의 것을 생각하다가, 댓글을 원본 글의 글자 사이사이에 넣는게 어떨까 하는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이를테면,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라는 문장까지 읽고 ‘당신의 아이디어는 우습지도 않아!’ 라는 댓글을 달고 싶다고 하자. 그럼 댓글이 바라보는 키워드 문장 (내지는 단어) 에 일종의 표식을 해두고 다음에 누군가 그 글을 볼때 같은 지점에서 내가 쓴 댓글이 달린 내용을 알아차리는 것이다. 이런게 재귀적으로 작용해 댓글과 원본 내용에 관한 시각적인 의미 관계를 유추해 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걸 생각하고 얼마나 떨렸던지… 그래서 차근차근 생각을 정리하고 오늘 시험삼아 코딩 해볼까 하면서 참조해볼만한 기술적인 효과들을 찾던 중에… 발견해버리고 만 것이다. 완전 똑같은 아이템으로 이미 베타 테스팅 중인 서비스를.

레몬펜 (http://www.lemonpen.com/)

적용된 모습 마루짱(?)님 블로그의 ‘화려한 디자인 변신, ‘디지털 지갑” (http://www.designlog.org/2511227)

글을 보다 보면 글의 하단 부분에 형광색으로 몇 단어가 마킹 되어 있고 옆에 말풍선으로 숫자가 표시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당연히 말풍선을 누르면 댓글이 나타난다. 내가 생각했던 것과 완전히 같다. (레몬펜은 댓글형식으로만 가능하도록 되어 있는 모양이지만, 이걸 확대 적용하면 마치 위키처럼 지식을 기술하는 새로운 기법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허탈감이랄까.. 어째서 비슷한 시기에 또 이런 아이디어를 만났을까, 나는.
덕분에 손마디를 꺽어서 이제 한 번 시작해 볼까 하던 마음이 바람 빠진 풍선처럼 늘어졌다.

ㅜ.ㅜ

기예르모 델 토로의 ‘광기의 산맥에서’ 추가 정보

.. 랄 것도 없지만서도, 우연히 몇가지 정보를 더 찾아서 추가합니다.

At The Mountains Of Madness   

Status: In Development
GDT’s Role: Writer & Director

Summary

Project in development. Based on the H.P. Lovecraft short novel.

Notes

  • Latest news, posted 18 Jun 2006 by GDT: “Budgeting from
    scratch with WB physical production dept. I love working in this place!
    Hope they’ll make it-“
  • Ron Perlman may play the role of “Larson”
  • William Stout did some preliminary art design for AtMOM.

What GDT Had To Say

Posted 30-Nov-2007 on Hellboy 2 Message board:

“ATMOM is a delicate project to push through a studio: no love interest, no female characters, no happy ending…

BUt i believe its time to resurrect the BIG TENTPOLE horror movie.
The EVENT HORROR movie. Like THE EXORCIST was or THE SHINING or ALIEN
or JAWS in their time…”

http://www.deltorofilms.com/ProjectPage.php?projectid=9

광기의 산맥에서
진행상황 : 구상중
기예르모 델 토로 역할 : 각본 / 감독

요약
러브크래프트의 작품으로부터 구상중.

노트

  • 2006년 6월 18일 기예르모 델 토로의 코멘트 : “워너 브라더스 사와 예산문제를 기초부터 협의중입니다. 여기서 일하는건 정말 즐거워요. 그 사람들이 이 영화를 찍자고 했으면 좋겠군요.”
  • 론 펄만 (헬보이 아저씨) 가 “라슨” 역으로 나올지도 모름
  • 윌리엄 스타우트가 영화 광기의 산맥의 기초적인 아트 디자인을 맡아 작업해줬음.

기예르모 델 토로가 한 말들
2007년 11월 30일
“광기의 산맥은 영화사들을 통해 만들기에는 좀 빈약한 이야기입니다. 왜냐하면 사랑 얘기도 없고, 여자도 안나오고, 해피 엔딩도 아니기 때문이죠..

하지만 이제 진짜 호러 영화들이 (참조 tentpole) 나와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엑소시스트나 샤이닝이나 에일리언이나 죠스같은 진짜 호러 영화 말이죠.”

뒤에 이은 글들이 좀 있는데, 아직 뭐 하나 확실한건 없군요. 단지,

1. 기예르모 델 토로 (GDT) 가 러브크래프트의 소설인 광기의 산맥을 영화화 하고 싶어 한다.
2. 그 주변인들도 이에 대해 긍정적이다.
3. 하지만 이 ‘러브스토리도 없고 여자도 안나오고 게다가 해피 엔딩도 아닌‘ 영화에 투자할 영화사를 찾기가 매우 힘들다.

정도가 답일 것 같습니다. 심지어 IMDB에 GDT의 ‘광기의 산맥에서’를 찾아보면 2010년에 출시될 예정이라고 나와 있기까지 하네요.

참고로 러브크래프트의 소설 원제목은 ‘광기의 산맥에서’가 맞지만 국내 번역서의 제목이 ‘광기의 산맥’으로 나왔던 관계로 제목으로 그 둘을 혼용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