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그랬다지요…

Rain
– Kanno Yoko

I don’t feel a thing
And I stopped remembering
The days are just like moments turned to hours
감각이 사라져가
이젠 아무 것도 기억나지 않아
시간이 흐르는 것도 이젠 아무 의미가 없지

Mother used to say
If you want you’ll find a way
Bet mother never danced through fire shower
엄마는 내게 말하곤 했어
꿈꾸기만 한다면 넌 꼭 길을 찾을꺼라고
하지만 엄만 이런 포화속에서 비명을 질러본 적이 없지

Walk in the rain, in the rain, in the rain
I walk in the rain, in the rain
Is it right or is it wrong
and is it here that I belong
빗속을 걸어가, 빗속을, 빗속을
걷고, 또 걷고
이젠 뭐가 정의인지도 모르겠어
내가 살아 있는건지도 모르겠어

I don’t hear a sound
Silent faces on the ground
the quiet screams, but I refused to listen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아
고요가 온 세상에 퍼진 것 같아
침묵이 비명을 지르지만, 이젠 좀 그만 끝냈으면 좋겠어

If there is a hell
I’m sure this is how it smells
I wish this were a dream, but no, it isn’t
지옥이란게, 씨발, 있다면
아마 이런 냄새가 나겠지
제발 이 모든게 꿈이었으면,
하고 바라지

Walk in the rain, in the rain, in the rain
I walk in the rain, in the rain
Is it right or is it wrong
and is it here that I belong
빗속을 걸어가, 빗속을, 빗속을
걷고, 또 걷고
이젠 뭐가 정의인지도 모르겠어
내가 살아 있는건지도 모르겠어

Walk in the rain, in the rain, in the rain
I walk in the rain, in the rain
Why do I feel so alone
for some reason I think I’m home
빗속을 걸어가, 빗속을, 빗속을
걷고, 또 걷고
집에 있는 것 같은데
왜 이렇게 외로울까,
왜 이렇게 힘들까….

2006 Kirrie Music Award

2006 Kirrie Music Award를 준비하려고 비공개로 글을 쓰기 시작했던 때가, 정확히 한달 전인 11월 28일이었다. 그때 (아마도) 일이 정말 하기 싫은데 야근이 있어서 혼자 사무실에 늦게까지 남아 있었을 때라고 기억하고 있다.
작년만큼 많은 음악을 듣지도, 찾지도 않았던 것 같다. 목록을 작성하면서 어떤 음악에 대해 쓸 말이 없었다기 보다는, 목록 자체를 작성하는 것부터가 매우 곤란한 지경이었다. 결국 10개를 다 채우지 못하고 8개에서 그치고 말았으니, 사실은 한 두어곡 정도가 사실 올 해 간절히 들었던 곡이고 나머지는 대부분 컴퓨터의 플레이 리스트에 적당히 클리핑 해둔 곡일 뿐이다.

아무튼 그렇게 어물쩡거리며 있던걸 오늘 각오를 하고 그럭저럭 마무리를 지었다. 왜 닫아버렸는지 기억도 안나는, 네이버 블로그에서 작성했던 Award까지 합하면, 이것도 올 해로 3년째를 맞는 나름대로 의미깊은 연례행사가 되었다.
내년에도 Award를 준비하게 될까? 별다른 일이 없다면 그럴 것이다. 그리고 아마 내년엔 올 해보다 더 준비하기 힘든 Award가 될 것 같지만.

올 해, 나는 지구의 중력을 벗어나 목성으로 향하는 디스커버리호가 된 기분이었다. 태양계 내에서 나보다 빠른 물체는 존재하지 않았지만, 아무리해도 그 가속력을 몸으로 느낄 수가 없었다.
경이로운 사건도 있었다. 어느 날 아침 나는 우물 안에서 찬연히 날아 올라 태양에 날개를 사르는 불나방이 되기도 했었고 돈을 (얼마간) 벌었고 평온이라면 평온하기도 했던 나날을 보내기도 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는 점점 더 깊은 진흙탕으로 빠져드는 기분이었다.

이게 비극이라면 세상 온갖 것이 모두 비극이며,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나 자신을 어느 정도 씨니컬하게 무장하므로써 좀 더 긴 시간을 멜랑콜리하게 보낼 수 있다는 것 외에 아무 것도 아닐 것이다. 적어도, 아버지의 겨울 코트를 사기 위해 어머니와 함께 찾은 백화점에서 완구 코너를 지나다 삼단변신로봇을 보고 사달라고 떼쓰는 아이는 되기 싫다. 이미 일어난 일은 일어난 일이다. 일어나지 않은 일은 일어나지 않은 일이다.

진리는 간단하고 간단한 진리는 깨닫기가 매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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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처럼 번호는 순위가 아님을.

1. Goldberg Variations
새끼 오리가 처음 본 대상을 어미로 인식하듯이, 듣기 시작한지 얼마되지 않은 이 변주곡은 아마도 언제까지나 내게 안젤라 휴잇으로 기억될 것이다. 클래식 음악의 스승(?)인 사티형님 – 그는 내게 대부분의 것들에 대한 스승이다 – 은 바흐의 대가인 글렌 굴드를 두고 아프리카인가 어디가 주산지인 드립 커피에 비유했고 그 비유를 이해하기 위해 글렌 굴드의 변주곡 또한 수없이 들어보았지만, 아무리 해도 처음 안젤라 휴잇의 변주곡을 들었을 때의 따뜻함과 자애로움을 잊을 수가 없었다.
요즘 나는 괴롭고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이 곡을 재생한다. 아침을 맞은 깊은 숲 속의 맑은 샘물이 햇빛에 반사되어 눈부시게 빛나고, 그 샘물을 마시는 자마다 해묵은 상처가 치유되는 기적이 일어난다.
(거의 신앙고백 수준이네..)

2. The Bulid Up – Kings Of Convenience
잘 지냈어? 얼굴 좋아보이네. 요즘 행복한가봐? 나? 내 얼굴은 어때 보이는데? 하하하, 요즘 담배가 좀 줄었거든. 워낙 바빠서 말야. 질 좋은 음식을 먹고 담배도 줄이고 저녁엔 가끔 운동도 해. 놀랍지? 그리고 이번달부터는 적금도 들어. 적금! 내가 적금 붓는걸 상상할 수 있어? 나도 놀랄지경이라니까. 그래, 요즘도 피아노 치고 있어? 피아노 대신 골프를 배우기 시작했다고? 야, 좀 의외긴 해도 뭔가 폼 난다. 세상은 역시 잘 살고 볼일이야. 골프! 멋져멋져! 그러고 보니 네 손에 있는 그 반지, 그거 좀 비싸보인다? 세상에나, 약혼반지라구? 어쩜…

안녕하세요?, 하고 좁은 스테이지에 남녀가 올라가 인사를 한다. 기괴한 조명때문에 그들의 얼굴엔 잔뜩 그림자가 앉았다. 남자는 머뭇거리다 스탠딩 체어에 앉아 기타를 몇 번 튕기더니 이내 부드럽게 스트로크를 시작한다. The build up lasted for…

3. Love Song For A Vampire – Annie Lennox
무슨 뱀파이어 영화의 엔딩곡이었다고 한다. 내가 이 곡에 대해서 말 할 수 있는 것은 오직 그것뿐이다.

그건 그렇고, 전혀 어울리지 않게 나는 이 곡을 들을때마다 해묵은 몽상을 끄집어낸다. 얼마나 오래 다져 온 몽상인지 이야기의 세세한 부분까지 완전하게 그려낼 수 있다. 어떤 ‘풍’이라고 한다면, 박상우의 ‘사걀의 마을에 내리는 눈’ 풍이다. 술을 마시고 길을 나섰다가 폭설에 갖힌 친구들에 관한 이야기. 와이퍼가 계속해서 작동해도 앞유리에는 금새 눈송이가 쌓이고 멍한 헤드라이트만 숲길을 뚫고 길이었음직 싶은 고랑을 따라 전진한다. 우리는 서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멀리서 교회 종소리가 꿈처럼 들려왔다.

4. Piece By Ten – Kanno Yoko
칸노 요코는 이상하다. 정말 이상하다. 그녀는 천재인데, 천재가 아니다. 그녀의 음악을 듣고 있으면 이웃집 아이들을 위해서 물병이나 토마토 같은 것을 공중에 둥둥 띄우며 분위기를 시끌벅적하게 만들어가는 초능력자같다는 생각을 한다. 작곡이며 보컬 (‘가브리엘라 로빈’은 그녀의 ‘가수’일 때의 예명이다.), 연주에 이르기까지 부족함 없는 솜씨로 순수예술의 늪에 빠지지 않고 꾸준히 대중음악에 관심을 가지고 매진하는 모습은, 그 자체만으로도 밝고 기쁘고 즐거워 보인다. 그리고 인터넷에서 찾아 볼 수 있는 그녀의 사진은 모두가 환하게 웃고 있는 모습이다.

5. Lover, You Should’ve Have Come Over – Jeff Buckley
어라? 제프 버클리네. 맞습니다. 내가 백날 대한민국에서 뺑이쳐도 그는 영원히 (만으로) 서른살, 늙지 않는 노래를 부르겠지요. (이것저것 귀찮아서 탱자탱자 놀고 있을지도 모르고)

제프 버클리에 링크를 걸기 위해 위키피디아를 뒤지다가 석연치 않았던 그의 죽음에 대해 이런 코멘트가 남겨져 있는 것을 발견하다.

Jeff Buckley’s death was not “mysterious”, related to drugs, alcohol, or suicide. We have a police report, a medical examiner’s report, and an eye witness to prove that it was an accidental drowning, and that Mr. Buckley was in a good frame of mind prior to the accident

그는 단지 불운했던 것 뿐일까?

6. Paint It Black – Rolling Stones
따다다다 다다 다다다다다 다다다 따라라라.. 하면서 시작되던 앤더슨 중사의 육중한 존재감. 헬기는 포연 자욱한 베트남 정글 위를 날아간다. 앤더슨 중사가 바랬던 것은 전쟁에서 승리하는 것도, 공산주의자들로부터 베트남을 지켜내는 것도, 광기에 빠져 정글의 신이 되는 것도 아닌 단지 자신의 중대원들과 함께 무사히 전쟁을 끝내고 고향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었을까.
근데 웃긴건, 명작의 반열에 드는 베트남전을 배경으로 하는 반전영화들은 하나같이 전쟁의 폭력적 광기만 이야기한단 말야. 그리고 대부분 그런 영화는 미국인이 만들지. 솔직히 까놓고 ‘그때 우리가 정말 미안했어.’ 라고 하면 안되는건가?

7. Tir Na Mban – Kenji Kawai (From ‘Avalon’ OST)
Tir Na MBan은 아일랜드 신화(Irish Myth)에서 말하는 ‘여인들의 대지(The Land Of Women)’라는 의미라고 한다. 재밌는 사이트를 발견해서 Tir Na MBan과 관련된 몇개의 신화상의 용어를 번역해서 옮겨 봄.

Tir na Mban : Country where Bran and his fellow travellers were detained by women with magic powers, without them being aware of the passage of time.
Tir na MBan : ‘브란’과 그의 여행 동료들이 여성의 신비한 마법의 힘에 빠져, 시간의 흐름도 잊은 채로 머물렀던 장소

Bran : Son of Febal. His name means ” raven “. He made a magnificent journey. He met Mananann and lived in a fairy island where time didn’t exist. When he wanted to return to his countryland, he realised several hundred years had passed. Bran and his companions cannot return to their land for fear that they would immediately expire and turn to dust. They are forced to wander forever about the sea.
Bran : ‘페발’의 아들. 브란은 ‘갈까마귀’를 의미한다. 그는 매우 의미심장한 여행을 하게 된다. 그는 Mananann을 만나서 시간이 존재하지 않는 요정들의 섬에서 살게 되는데, 그가 그의 나라로 다시 돌아가고자 했을 때, 그는 수백년이 지난 것을 깨닫게 된다. 브란과 그의 동료들은 순식간에 나이를 먹어 늙어 죽게 되지 않을까 두려워 결국 자신의 나라로 되돌아가지 못하고 영원히 요정들의 섬 주변을 헤매게 되었다.

Febal : Bran’s father
Febal : ‘브란’의 아빠. (젠장 더 설명은 없는거냐.)

‘시간의 흐름도 잊은 채로’ 라는 대목이 정말 ‘의미심장’하다. 그래서 남자는 항상 여자에게 빠지게 되는 것인가봐요. 아니면 말고.

8. Falling Away With You – Muse
시작은 이건데, 나는 한참 한규형님의 홈페이지에서 이 노래를 들은 적이 있다고 땡깡을 부렸었다. 코멘트 때문인지는 몰라도 정말 이 노래를 들으면 숙취에 정신이 가물가물할 때의 느낌이 든다. 누군가 따뜻하게 죽을 끓여주는 안온한 기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