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욕탕

백만년만에 목욕탕엘 갔다. 동네 남양탕은 남양사우나로 이름을 바꿨다. 코딱지만한 수면실이 새로 생긴 것과 체중계가 기계식에서 전자식으로 바뀐 것 외에 달라진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요즘 들어 몸이 찌뿌둥하고 해서 뜨거운 물이 그리웠던거다. 삼십만년전에 우리 집은 욕조를 부수고 거기에 세탁기를 들여놓았다.

기억해보면 나는 목욕탕에 가는 것을 매우 좋아했다. 국민학교땐 일주일에 두번은 갔던 것 같다. (뻥 좀 쳐서) 내가 처음으로 잠수를 익혔던 것도 목욕탕이고 어린 마음에 알듯모를듯한 성(性)적인 야릇함을 배웠던 곳도 목욕탕이었다. 뭐, 추행을 당했다는건 아니고…

처음으로 잠수의 쾌감(?)을 깨달았을 때의 일이다. 손으로 코를 쥐어막고 몸을 웅크려 머리까지 물에 담그면 갑자기 소리가 불투명한 막을 통과해서 머리로부터 울리는 것 같았다. 눈을 꼭 감고 있어도 어렴풋하게 뭔가 보였고 온 몸을 포근하게 감싸는 물의 느낌도 무척 좋았다. 빈약한 무중력의 느낌. 이런게 어떻게 성적인 쾌감하고 연결되냐고 물으면 잘 대답 할 수는 없는데, 아무튼 그때 나는 좀 부풀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냥 모든게 좋았다. 아득해지는 그 느낌과…

자궁의 기억, 뭐 그런거였을까.

맥반석 계란을 먹고 싶었는데, 왠지 뻘쭘해서 먹진 않았다.

바나나우유가 사라진 대신에 칡즙이 생겼다.

나는 아직도 사우나에 못들어간다.

목욕탕”에 대한 3개의 생각

  1. 예전에 목욕탕갔다가 동네 꼬마랑 바나나 우유때문에 실랑이 벌인 이야기를 써 둔 것이 있는데 어딨는지 모르겠어요^^ 전 사우나 못들어가도 찜질방은 잘 들어가는데^^ 학교 사람다같이 찜질방 가서 놀면 재밌을 거 같지 않아요?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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