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pg 게임을 하다 보면 자신의 아바타가 레벨-업을 할 경우에 보너스 포인트가 주어지는데, 일반적으로 매우 개략화된 인간의 특성 (힘, 민첩성, 체력, 지능, 정신력 등등) 을 보너스 포인트가 허락하는 한 원하는 대로 올릴 수가 있다. 이로 인해서 아바타는 전에는 착용하지 못했던 장비들을 착용 한다거나 행동이 이전보다 기민해졌다거나 하기도 하는데, 현실에서의 인간도 레벨-업 할 경우에 이런 식으로 특성값들을 마음대로 올릴 수 있다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어쨌든 요즘 내가 예의 레벨-업을 해서 (과연 뭘 해서?) 지능의 특성값이 대폭 상승한 것인지, 이전에는 머리를 싸매고 매진해야 했던 작업들을 한큐에 완료할 수가 있다. 말 그대로 보인다. 마치 언덕 위에 오른 느낌. 그런데 레벨-업 운운한건 그냥 농담이고 아마 의도하지 않은 여유가 넘처 흘러서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너무 황당하게 끝나버린 일들이 많아서 조금 허전하기도 하다. 원래 이런건 끙끙대며 해결해야 제맛인데.
첫 문단의 마지막 줄에 이어서, 음, 만약 정말 그런게 존재한다면 나는 매 레벨-업마다 지능만 올리고 싶다. 물리적인 특성들이야 관심도 없고 (아마도 어렸을 때부터 그런 특성은 전혀 올리지 않았던 것 같다. 오죽하면 군대에서 좋은 인상을 주려고 최대한 열심히 뛰었던 첫 축구게임 뒤에 고참들이 ‘너 다음부터 축구한다고 하면 죽는다.’ 라고 해서 오히려 감사했던 적이 있을 정도니…) 지능이 높다면 참 여러가지 일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하기야 요즘엔 똑똑한게 최고니까, 이를테면 무한경쟁시대에 매우 유리할 수 있지 않을까?
지식정보사회에서는 말 그대로 지식정보가 집중된 인간이 유리하다. 자본사회에서는 자본이 그렇고, 수렵과 채집의 사회에서는 수렵 채집을 잘하는 인간이 그렇듯이. 그러나 이제 누구나 인터넷에 접근 가능해진 때에는 더 이상 지식정보를 “소유”한 인간이 아닌 매우 그럴듯하게 “가공, 정리”하는 인간이 보다 유리할 것이다. 의도적으로 많은 이들에게 아직 공유되지 않은 정보는 공유한 개인들에게만 가치가 있을 뿐이지, 집단적으로 보면 쓰레기일 뿐이다. 이런 모토, “공유되지 않은 정보는 가치가 없다. / 링크되지 않은 페이지는 무의미하다. / 그래서, 너는 어디에 링크될껀데?” 등등이 힘을 가진다. 매사에 좀 더 뭉뚱그려 보아야 한다. 개체가 아닌 집단으로 볼 수 있어야 한다. 기술이 점점 발전하면서 디테일한 것들은 사라질 것이다. 그것을 자신이 컨트롤 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보다 차라리 어떤 경향적인 것들, 전체가 흔들리는 움직임들을 파악하는 것이 좋다. 북마크는 사라질 것이고 검색엔진이 점점 더 힘을 얻게 된다. (예언) 나는 습관적으로 웹주소들을 외우는데,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다음”이나 “네이버”등을 검색엔진으로 검색해서 방문하는 이해하기 힘든 행동을 하기도 한다. (이건 우리 엄마) 그런데 그게 맞다. 주소를 외우는 것은 쓸데없이 디테일하다. (대량생산된 정보-페이지들이 순식간에 사라져 버려서 검색엔진이 더 이상 잡아내지 못하므로 중요한 것들은 스크랩해둬야 한다는 등의 문제는 일단 접어두고)
말하자면, 정말 어쩌면 노동조차도 우리에겐 너무 디테일한 것일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모르는 것이 아니라 사실 그렇다. 나는 우리가 좀 더 다른 것들을 보았으면 좋겠다. 어느 순간 우리 모두가 확 바뀌어서 대립과 반목이 있던 자리에 여유와 평화가 자리하게 하는 것이다. 맨날 행복해지도록 노력만 했지 한번이라도 행복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생각해보지 못한 불쌍한 우리는 되지 말자는 것이다. 아니면 어떤 선배처럼 과감하게 행복은 사기다, 라고 선언하는 것도 좋고.
뭐 말도 안되는 얘기만 계속했다.
나는 다시 일하러-
보고싶군요. 얘기하고 싶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