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을 씻어도 씻어도 무좀인가 습진은 계속 퍼진다. (네 알아요 알아. 왜 이러는지. 그러니까 그럴땐 어떻게.. 하는 조언은 노땡큐)
얼마전부터 카메라에 광각렌즈 대신 망원렌즈를 물려 놓고 물끄러미 쳐다본다. 좁은 시야만큼 깊숙하게 찌른다. 내가 카메라를 다루기 시작하면서 가장 기뻤던 일은, 뷰파인더나 LCD, 혹은 그 이상의 렌즈를 통해 들어오는 모든 상이 육안과는 다르게 왜곡된다는 점이었다. 이것은 마치 한번 발 담근 강물에 다시 발 담글 수 없다는 격언같았다. 너희는 결코 누구와도 친해지지 못할 것이다. 하나님은 바벨탑을 무너뜨리고 처음으로 이런 저주를 인간에게 내렸다. 나는 그게 아주 멋진 저주라고 생각한다. (이놈의 빌어먹을 영어식 말투, I think…) 혹은 그건 아주 멋진 저주였다. 모든게 미묘하게 다르다. 나는 평생동안 영어를 공부해도 영어를 모를 것이며, 태국어도 그렇다. 심지어 내가 보는 것조차도 다르다. 아무튼 카메라를 다루며 그런 생각을 했다. 광각은, 누군가 그랬듯이 인간의 판단 가능함을 뛰어 넘은 세계라고. 육안의 시야율은 의외로 굉장히 좁다. 어안(Fish-Eye)쪽으로 가면 더욱 점입가경이다. 그리고 내게 냉정히 묻는다. 너는 무엇을 보느냐고.
망원은 이와는 반대로 인간 감정을 극단으로 몰고간다. 작은 것들이 더 작은 것들로 균열한다. 그것이 몇차례 반복되다 보면 한동안 이런 미시세계와 내가 살고 있다고 믿는 이 세계 사이에 어떤 연관성이 있기나 한걸까 하면서 심란해진다. 그리고 내게 냉정히 말한다. 웃기지 말라고.
그래 웃기지 말아야지. 웃기게 살지 말아야지. 한다.
언제나 그랬다. 나는 한참 모자라고, 내게 핀잔을 주는 것들은 모두 나의 좋은 스승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