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번째 긴 글을 쓰다가 실패해서 그냥 새로 아무 얘기나 쓴다.
첫번째는 바흐의 Goldberg Variations에 관한 것이었고 (그 아름다움에 대해), 두번째는 파블로 카잘스의 바흐에 대한 깊은 이해에 관한 것이었고, 세번째는 사무실 빌딩 엘리베이터에서 우연히 3번 마주친 5층에서 근무하는 (나는 13층) 어떤 여자를 사랑하게 되었다는 내용이었다. 물론 그 사랑 얘기에서 따뜻한 연애담같은건 없지만.
얇은 봄점퍼와 두꺼운 솜파카 사이에서 곤혹스러웠던 지난 한달이었다. 그렇다고 겉 옷을 입지 않으면 뭔가 맹숭맹숭한, 파렴치한 시월이 그렇게 갔다. 바지런을 떨며 나는 열심히 놀았다. 낮에는 가끔 졸기까지 했는데, 그때마다 여지없이 꿈을 꾸었다. 대개는 계속 일을 하는 꿈이었다. 어쨌거나 십일월의 첫날, 아슬아슬하게 지하철을 잡아타고 간신히 지각을 면할 때처럼 계절에 딱 맞아 떨어지는 적당한 재킷을 입고 출근을 했다.
기분은 제대로 거지같았다.
나이가 들어서인지, 아닌가(?), 하고 다니는 나의
모양새를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신경이
쓰여. 난 아직 반바지에 좀 부드러운 재질의 면
면셔츠를 입고 다니고 싶은데, 보는 사람마다
하루에도 백만번씩 춥지 않냐고 물어보는 통에 그러고
다닐수가 없어.
근데, 3번째 얘기는 뭐였는지 궁금하다. 😉
ㅎㅎ 별 얘기 아니었어.
어때 새 집은? 보일러 좀 넣어줄까? ㅋㅋ
형.
왜?
보고싶어요. 술한잔 사주실래요?
전화해도 안받데.
으흐흐~ 난로 넣어주~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