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미션 전에 연주된 두 곡은 전혀 집중할 수가 없었다. 기본적으로 현대음악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이유도 있지만(그래도 기든 크레머니까 집중하는 척은 해줄 수 있었다.), 그것보다 내 앞줄에 앉아 있던 두 중년 남녀의 엿 같은 짓거리 때문에 미치기 일보 직전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무식한 것은 참아도 남에게 피해를 주고도 떳떳한 새끼들은 용서할 줄 모른다. 다행히 인터미션이 끝나고 그 두 남녀는 어디론가 사라졌다.
내가 전문 감상자도 아니고 클래식에 조예가 깊은 사람도 아니어서, 연주가 어땠고 하는 이야기는 하지 않겠다. 다만, 앉았던 자리가 3층이어서 그런지 음이 매우 풍부하게 울렸다. 사실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는 꽤 여러 번 갔었는데, 그때마다 한국 교향악단의 연주는 예쁘지만 너무 마른 여자를 떠올리게 했다. 음과 음 사이에 공간이 많은 것처럼 느꼈다. 그리고 그 연주들은 모두 1층에서 들었다. 앞으로는 3층에서 들어야겠다.
인터미션이 끝나고 ‘The Cinema’란 주제로 이어진 영화음악의 연주는 그럭저럭 들을만 했다. 기든 크레머라는 연주자 자체가 워낙 개성 있고 독특한 인물이어서 그런지, 그가 만든 악단 kremerata baltica도 굉장히 엔터테인먼트적인 면이 강했다. 연주 중간마다 코믹한 상황극(?)을 연출하는 일이 많아서 사람들이 즐거워했다. 다만, 새뮤얼 바버의 현을 위한 아다지오를 연주할 때 나는 깜짝 놀랐다. 여기는 어떤 연출이나 편곡, 기교도 없이 내가 자주 들었던 그 아다지오 그대로를 연주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또 몇 곡을 연주했고 (가벼운 느낌의 재즈곡) 드디어 고대하던 피아졸라의 순서가 되었는데, 아… 내가 항상 녹음 된 음반만 들어서 그런지 몰라도 실황의 느낌이랄까, 기든 크레머적인 무언가가 적잖이 빠진 연주가 되어버려서 약간 실망을 했다. 프로그램에 실려 있던 대로 피아졸라는 그의 ‘필살기’인데 말이다. 피곤했던걸까…
아무튼 연주가 다 끝나고 앙콜 2곡 더 하고 막이 내렸다.
어디 숨어 있었는지, 깜짝 놀랄 만큼 많은 사람이 공연장에서 몰려나와 벤츠나 그랜저를 타고, 혹은 택시를 타고, 혹은 버스나 나처럼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향했다. 땀 냄새 가득한 지하철 안에서 갑자기 생애 최초로 거장을 만났다는 긴장감이 단추 풀리듯이 풀려버렸다. 그리고 긴장감의 빈자리에 공허함이 몰려왔다. 아마 대부분 공연이 이렇겠지, 하고 생각했다. 물론 기든 크레머는 정말 훌륭한 연주가다. 그렇다고 내가 언제나 반드시 만족하는 것은 아니겠지.
열한 시 반쯤 집 근처에 내려서 문득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는 게 떠올랐고, 편의점에서 김밥 몇 개를 사서 집에 들어왔다.
하하…
그럴 거 같았어요.
발티카..쪽은 쭉쭉빵빵이죠? 그래서, 크레머쪽을 좀 의심스럽게 보게 됐답니다.
3층은 못가봤고, 앞 합창석좌석엔 앉아봤는데 거기도 좋아요.
3층인데도 쭉쭉빵빵(?)인거 실감하겠더군요. 휴우.
이틀이 지나고 생각해보니, 과연 내가 뭘 들으러 갔던걸까 싶기도 하고…
다음부터는 연주자도 연주자지만, 프로그램 살펴보고 가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