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이 69년 영국산 청년이 대한민국 팬들에게 크게 어필하지 않는지 이해 할 수가 없다.
자, 이건 팬으로서의 오피셜한 발언이고.
아직까지 국내에 많이 알려지지 않은 탓인지, 그다지 크지도 않은 공연장의 절반도 채우지 못한 객석에 앉아서 시작시간 전까지 무의미하게 흘러 나오는 무딘 경음악들을 애써 참아내며 나는 확실히 뭔가를 상상하고 있었다. 이 청년은 분명 파퓰러한 뮤지션이 아니라, 그냥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며 동시대를 살아내고 가끔 전화해 꾀어 내면 시덥지 않은 고기 몇 점에 소주 한 잔을 걸치더라도, 그래서 이 무궁한 삶들이 누추하게 느껴질 지라도 끝끝내 네가 있어 산다, 나는 끝끝내 변혁할 것임을 믿는다 고백하며 내일을 맞을 수 있을 것 같다는 그런 상상이었다. 가끔씩 집중해서 (집중하지 않으면 무슨 말인지 잘 모를 꼬부랑 글씨들 턱에) 그의 글들을 읽어 보면 10년의 나이 차이가, 대한민국과 영국이라는 지역적, 문화적 차이가 느껴지지 않을 만큼 짱구 굴리는 모양새는 비슷해 보였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비트와 바이트로, 또 동축케이블이나 광케이블로 연결된 활자화 된 관계일 뿐이었다.
그리고 어둠 속에서 어느 순간 그가 나타나 기타를 튕기며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자, 미몽같던 상상들은 천장으로부터 추락해 내게 실물의 톰 맥레이를 던져주었다. 그건… 그다지 멋진 일이 아니었다. 스폿 라이트로부터 그의 각진 미간이 만들어 내는 어두운 눈덩이라던가, 왼발 오른발로 탁탁 바닥을 때리며 리듬을 맞추는 스타일은 지금까지는 내 상상 속에서 온전히 나만의 것이었다. (아, 이러니까 내가 무진장 위험한 스토커 같다는 기분이 든다.) 그러나 이젠 그게 아니라는걸 알아버린 것이다. 그는 그 나름대로 살아서 원하는 대로 움직이는 주체였다. 이건 아마도 스타와 팬 사이의 풀 수 없는 오래된 오해 같은 것일까.
아무튼 정제된 스튜디오에서의 완벽한 곡만 듣다가, 가끔 박자를 놓치거나 줄을 실수로 뮤트시키는 등의 생동감 넘치는 라이브를 듣는다는 것은 그것대로 멋진 경험이었다. 아직 신보인 King of Cards를 구하지 못해서 종종 처음 듣는 곡들도 있었지만, 대부분 그가 부르며 유명해진 곡들 ‘Still Lost’, ‘Walking 2 Hawaii’, ‘For The Restless’, ‘End Of The World’, ‘You Cut Her Hair’ 등등을 남몰래 따라 부르며, 몇십년 전에 내한했던 클리프 리차드에게 팬티를 벗어 던졌다는 무시무시한 우리 엄마 세대들의 심정을 조금이나마 실감하고 있었다. 그리고 만약 프로그램에 없었다면 미친듯이 뛰어나가 그의 멱살을 잡고 신청했을 나만의 톰 맥레이 18번 ‘The Boy With The Bubblegun’이 아무렇지도 않게 시작되었을 때엔, 나도 모르게 탄성을 질렀고 좌석에서 어쩔 줄 몰라했다.
내가 생각하는 톰의 강점은 그가 자신의 음악에 대해 진지하다는 것이다. 다시. 물론 어느 뮤지션인들 자신의 음악에 진지하지 않을까. 다시. 내가 생각하는 톰의 강점은 그의 진지함의 형태가 나를 움직이게, 나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버블건 소년의 가사는 정말 근래에 보기 드문 수작이라고 생각한다. 터져 나오는 격한 톤의 분노가 폭발 직전의 한계에 이르러 오히려 외면적으로 고요한 모양새를 이루고 있는 모습은 시퍼렇게 날이 선 예리한 칼날을 연상케 한다.
언젠가 다시 오기를 희망한다는, 어디선가 많이 들어 본 적이 있어서 별 감흥을 주지 못하는 클로징 멘트였어도 나는 그 말을 믿기로 했다. 주로 유럽과 북미에서 활동하던 그가 갑자기 무슨 생각으로 아시아 투어를 온 것인지는 나도 어리둥절 할 정도지만 (그나마도 아직은 한국과 일본 두 나라 뿐이다.), 그의 노래가 수천킬로미터 떨어진 동쪽의 한 나라에 한 청년을 감동시켰던 것을 잊지 않는다면, 그가 언젠가 다시 방문할 그 날엔 우리는 더 많아 질 것이고 계속 그렇게 더 많아 질 것이다.
하나, 오늘 9시에 홍대 클럽 Freebird에서 조촐한 팬미팅 (아, 팬미팅이라니!) 과 함께 몇 곡을 부를 예정이라고 한다. 공연장이야 무턱대고 혼자 갔지만서도, 클럽에는 다른 친구들과 함께 가봤으면 좋겠다.
둘, 혹시 어제 공연장에서 사진 찍으셨던 분 계시면 트랙백 좀 쏴주세요. 촬영 안되는 줄 알고 카메라를 안가져 갔더니 후회막심이네효!
Tom, It was a great gig to me last night. I’m afraid you might have been disappointed about small fans. But don’t forget your saying that you hope you’ll come to this country again. We’ll be getting more and more.
색, 계 봤어? 봤어도 어쩔수 없어. 또 보자. 난 못봤거든.
이번주 금요일에 기말 다 끝나면 연락할께.
안봤어요, 연락주삼!
안녕하세요. 트랙백 타고 왔습니다.
그 날 제가 앞에서 두 번째 자리에 앉아 찍은 사진이 몇 장 있는 것 같아요.
아직 디카에서 꺼내놓지는 않았는데
오늘 내일쯤 꺼내서 제 블로그에 올려놓으려고 해요. 사실 상태가 그다지 좋지 않아서
올리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그거라도 괜찮으시다면 한 번 와서 봐주세요..^^;
후다닥 댁에 다녀왔습니다만, 아직 사진이 없네요.
이런! 퇴근 전이시군요. 혼자 일하다보면 시간 개념이 없어지지요.
천천히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해피 뉴 이어.
아, 이를 어쩌면 좋아요. 죄송합니다. 찍은 사진 중 그나마 형체를 알아볼 수 있는 것이 한 장밖에 없네요.
그나마 얼굴은 전혀 보이지 않아..앞서 드린 말씀을 제대로 지킬 수가 없게 되었네요.
피아노를 치면서 노래하는 장면 거의 뒷모습이 하나 있습니다.
죄송합니다. 말씀을 안 드렸다면 기대도 안 하셨을텐데..T_T
ㅎㅎㅎ. 괜찮습니다.
저는 금전적 관계 이외에는 상당히 관대합니다.
혹시 사진이 필요하시면, 제가 여러 다른 분께 부탁드려
모은 것이 있는데 말씀하세요. 보내드리겠습니다.
저도 좀 보내 주세요.
mavie66@hotmail.com 입니다~
보내드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