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문고에 가면 가끔 DVD 파는 곳에 들린다. 이걸 어떻게 구하나 싶은 DVD 타이틀들이 3,900원이라는 초저가에 많이 풀리기 때문이다. 오즈 야스지로 시리즈도 여기서 3,900원에 구했고 (‘꽁치의 맛’을 샀고 또 뭐 하나 사서 사티형 선물로 주고, ‘동경이야기’도 있었으면 참 좋았을텐데 그건 없었다.), 에릭 클립튼 하이드 파크 공연 실황도 구했고, 거스 반 산트의 것도 몇 개 구했다.
이게 재고가 항시 있는게 아니라 준비되는대로 갖다 놓는 모양이어서, 어제 있었던게 오늘 없을 수도 있다. 엊그제는 왕가위 시리즈 (아비정전, 중경삼림, 화양연화. 동사서독이 있었으면 정말 좋았을텐데 이것도 없었다. 동사서독은 국내 개봉판이 원래의 러닝 타임이 아니라 팍 줄었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다시 구해봤으면 하고 있다.) 와 ‘말타의 매’라는 고전 헐리웃 영화 (가끔 이런 영화 보면 참 재밌다.), 그리고 이 문제의 ‘토니 타키타니’를 샀다. 타이틀 다섯개를 샀는데, 값은 고작 2만 얼마. 최신 출시작 타이틀 한개 값이다.
그래, ‘토니 타키타니’. 이건 동명의 무라카미 하루키의 단편을 영화로 옮긴 것이다. 한때 미친듯이 무라카미 하루키를 읽었는데, 영화 보면서 서서히 예전 읽었던 내용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한마디로 말해서 이 영화는 감독의 주제넘은 로맨티즘이 빚어낸 참극이다. 신선한 부분도 있긴 하다. 원작을 관통하는 하루키 특유의 거리감을 (혹은 공허함을) 평면적인 각도의 카메라 앵글로 표현하려했던 부분이라던가, 관찰자의 음성이 배우들의 독백으로 처리된다던가 하는 것이 그렇다. 하지만 배우들의 감정의 누출은 최대한 절제하면서도 배경으로 흐르는 음악은 상당히 센티멘털하다. 번번히 이 센티멘털한 음악이 먹먹한 이야기에 대한 몰입을 방해한다. 또 원작에서 아버지가 간암으로 죽은 뒤에 물려 받은 재즈 레코드를 중고로 팔아 넘기면서 끝났던 이야기가, 끝났어야 했을 이야기가 감독의 어거지로 연장된다. 이를테면, 옛 기억들을 지워버리기 위해 과거의 흔적들을 태운다는 장면이, 그냥 그렇게만 맺었어도 좋았을텐데 굳이 거기서 2년 전에 아내가 막 죽은 뒤에 아내의 빈자리를 이겨내기 위해 채용할 뻔 했던 여인의 이력서를 발견하고 그걸 따로 보관한다. 그리고 ‘그녀가 아내의 옷방에서 울먹였던 모습이 떠올랐다.’ 운운 어쩌구.
영화 내내 빈 자리들을 보여준건 대체 무엇 때문이었을까. 상실감, 공허감은 반드시 치유되어야 할 대상인가. 꼭 사랑이 이루어져야 하는가. 이렇게 끝낼 작정이었으면서도 어째서 카메라는 매번 피사체와 거리를 두었는가. 이건 이를테면 한 입으로 두 말한 격이 되는거다.
암튼 감독을 제외하고 배우들의 연기는 정말 좋았다. 특히 미야자와 리에는 예뻤다. 아, 이건 연기하고 상관 없는건가? 아니 그래도 예뻤다. 73년 생이라는데, 어째 이제 갓 스무살 밖에 안된 것처럼 솜털 뽀얀 얼굴이었다. 게다가 이 미야자와 리에는 자기 역할을 제대로 알고 있었다.
뭐, 그렇다는 거다.
‘또 뭐 하나’는 7인의 사무라이.
정말 그거였어요? 왠지 그건 아니었을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그거였구나…
레슨 빡시죠. 밖이 춥다던데, 나는 그다지 괜찮아요.
요즘 계속 말타의 매를 보고 있어요. 그런데 발가락 꼼지락 거리면서 보고 있노라면 너무 졸려워서, 이제야 한 20분 분량 정도 봤나…
앗, 참!
클로버필드 개봉하면 같이 보자고 해놓고 혼자 봤구나.. 나.. -_-;;
우리 미스트 보러 갈까요? 미스트는 아직 안봤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