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하다. 스크램블 에그하고 베이컨하고 토마토 구운거랑 아스파라거스를 먹고 비싼 커피를 마셨다. 요즘 돈이 너무 없어서 콩다방도 못간다. 그래서 인스턴트 커피를 프림이랑 설탕도 안넣고 옅게 타서 마시지. 간만에, 너무 맛있는 커피를 먹어서 염치 불구하고 석잔인가.. 넉잔을 연속으로 리필했지. 눈물이 날 뻔 했다.
봄인데도 너무 춥고, 마음이 시렵다. 따뜻한 커피같은 친구가 있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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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걸었지. 누군가 옆에 있다고 느꼈을 때 난 알아버렸네…
“하루에도 몇 번씩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해요. 그런데 그런 생각이 들때마다 유서를 쓴다던가 마음에 공황이 온다던가 감정이 심하게 요동한다던가 그런건 전혀 없고, 대신에 자살의 방법만 여러가지로 생각하게 돼요. 관자놀이에 느껴지는 총구의 서늘한 느낌, 아니면 손목을 긋는다던가, 약을 먹는 생각도 하고… 쓸데없이 디테일에 너무 집중하는건 아닌가 (웃음) 하지만 어떤 큰 그림을 그리는데 자신이 없어요. 자살에 그렇게 의미를 부여하는 것도 무의미한 것 같고…”
이미 그대 떠난 후라는 걸 나는 혼자 걷고 있던 거지 갑자기 바람이 차가와 지네…
“그런데 이미, 한 육개월 이상 연락도 없고 만나지도 않는 관계가 여전히 친구인건가요? (언젠가 다시 만날 수도 있잖아요.) 그건 나중 얘기고… 나는 지금 당장 내 옆에서 조잘조잘 떠들어 댈 사람이 필요한거에요. (어, 그럼 나도 친구?) 아니. 당신은 묻기만 하고 자기 얘긴 안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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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의 하수도 공사인가 뭔가를 한다고 며칠 전부터 착암기 소리가 요란하다. 휴일은 좀 멈춰 주어도 좋으련만, 하루 반을 뜬 눈으로 지새고 술 한 잔을 마시고서 죽은 것처럼 잠들려던 계획이 소음때문에 무산되었다.
그래도 나는 기어이 잠들고 만다. 신문지 맛이 나는 잠이다. 일을 하는 것 같은 잠. 잠깐 제주항공의 프로펠러 여객기가 날아가는 소리가 들렸다. 아주 멀리서 나는 것 같은데, 사실은 매우 가까운 곳에서 나는 소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