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

어느 날 나는 늦은 오후 창문으로 스며드는 빛에 심취해 있었다. 먼지 입자들에 산란하여 기묘한 질감을 갖게 된 빛은 경이로움 그 자체였다. 이 빛은 얼마나 먼 거리를 날아 온 것일까. 일억 오천만 킬로미터, 진공의 우주를 지나며 자연 소멸되거나 다른 천체 혹은 우주 먼지들에 부딪히지 않고 용하게 내 방까지 당도한 광자들. 하지만 나는 태양의 표면에서 생성된 광자가 지금의 내 방에까지 당도한 그것인지는 확신할 수 없다. 복잡한 양자역학적 수식들이 보다 깊은 설명을 가능케 하겠지만, 그걸 모른다고 해서 광대한 태양의 힘을 가늠하지 못할 정도로 이 현상이 신비롭지 않은 것은 아니다. 벽에 부딪힌 빛, 그리고 그림자들. 이런 것들로부터 태양 자체를 연역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주는 지독할만큼 넓다. 이토록 강력한 존재가 사방으로 현현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주는 너무 어둡다. 우주에는 아마 경계가 없을 것이다. 여기에 몇가지 비전공자의 단순한 가정이 있다.

1. 우주에는 경계가 없다. (그러므로 빛이 반사되지 않아 어둡게 보인다.)
2. 우주에는 경계가 있지만 그것은 우리의 상상이나 계산보다 훨씬 더 바깥에 존재한다. (그러므로 아직 반사된 빛이 지구에 당도하기에 충분한 시간이 흐르지 않았다. 혹은 아직도 반사되지 않았다.)
3. 우주에는 거의 무한할 정도의 천체가 존재하므로 반사된 빛이 천체에 흡수되어 어둡게 보일 뿐이다.

우주는 왜 어두운가, 에 대해서 3번과 관련된 설명을 어디서 읽은 것 같기도 하다.

재니스 조플린 – 섬머 타임

아직도 재니스 조플린의 섬머 타임을 들으면 운다는 사람을 위해서.
마이클 스완익의 ‘성(聖) 재니스의 향연’이 생각나서 마지막 몇 문장을 옮겨본다.

그날 저녁 울프가 탈 배가 보스턴 항에 들어왔다. 그는 그 배를 타고 고향으로 돌아 갈 것이었다. 이 마법에 가득 찬 악몽 같은 나라와 유령, 그리고 살아 있는 시체들을 뒤로 한 채. 그는 배를 바라보면서도 배가 진짜인지 확신할 수 없었다. 어느 틈엔가 무엇을 믿는 능력을 완전히 잃어버린 것 같았다.
그를 여객선으로 실어다 줄 거룻배가 다가왔다. 울프는 가방을 집어 들었다.

스완익의 이 괴기스런 단편을 빌어 말하자면, 재니스 조플린의 석연치 않은 죽음 (하기야 요절한 예술가의 죽음치고 그렇지 않은게 또 어디 있겠냐만은) 이야 말로 광기에 찬 제의의 희생물이었다는 것이다. 시대가 미치면 그 광증을 치료하기 위해 사람들은 제물을 필요로 하게 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