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일 계속 같은 생활이 이어졌다면, 한국 최초라는 우주인 선발에 최선을 다해 임했을 것이다. 그때 지원서를 내면서 나는 ‘그래, 이걸 타고 우주로 가서 달나라에 망명하는거야’ 하고 내내 엉뚱한 생각을 하며 혼자, 반쯤은 자조하며 엄청 낄낄 웃었던 것 같다. 그리고 또 반쯤은 정말 진지하게 지원서를 작성하고 있었다.
사람 일이란거 참 뜻대로 되는 것 없고, 아무리 계획적으로 산다고 해도 5분 앞에 일어날 일을 예측하지 못하는 법이라 우연찮게 취직을 하고 어째저째 오늘까지 온 걸 보면서, 이게 나에게 희극인지 비극인지 제대로 분간하기조차 힘들 지경이 되었다. 그러면서 오늘 우주인사업단인가 뭔가에서 계속 보내오는 저 메일을 보면서 잠시 실소를 금할 수 없었다. 아 그랬었지 내가, 하면서.
나는 내내 평범한 삶이 꿈이었고, 겉으로는 평범해 보일지라도 결코 평범해질 수 없는 내가 되도록 어떤 노란선 같은걸 넘어버렸다는 사실을 깨달았던 것은 일년인가 이년쯤 전이었다. 아, 아니다. 올 해 초구나. 학교 관두면서. ㅎㅎㅎ
‘야, 나 학교 관뒀어.’ 했더니 ‘그래, 잘 했어. 어쩐지 너는 학교하곤 안어울렸어. 네가 잘 할 수 있는 다른게 있겠지.’ 하는 옛 여자친구를 두고 참 이 여자 아쉽다,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어쩔 수 있을까. 이미 다른 남자하고 행복하게 잘 지낸다는데. 그렇게 세상엔 내 실수, 내 잘못, 내 상처 투성이다.
아무튼 최근 취미는 퇴근하고 한두시간, 잠까지 아껴가며 Joey라는 외화를 다운받아 보는 것이고 얼렁뚱땅 이런 생활에 한편으로는 익숙해지면서도, 아침엔 이를 악물고 만원버스에서 한겨례를 꼭꼭 씹어먹는다. 도저히 이렇게라도 안하면 말 그대로 난 미쳐버릴지도 모른다.
도저히 용서하기 힘든 사람이 있는데, 한 발 물러서 보면 용서할 사람은 그가 아니라 나구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 얼른 Joey를 다운받아 봐야겠다. 이크, 빡빡하게 봐도 두 편 못보겠군.
(참고로, Joey 초강추!!)
얼마 전에 끝난 Surface를 열심히 보다가 요새는 ’24시’가 끝나고 난 후에 시작된 ‘Prison Brake’를 열심히 보고 있지. 키리에의 글을 보고 별반 다를 거 없는 내 하루랑 비교해보면서 직딩들의 하루가 그저 비슷비슷하구나 하는 위안 . ㅋㅋ 단 나에겐 만원전철은 없어서..
Joey를 보면서 주인공 Joey에게 참 많은 부분을 배워요. 캐릭터가 좀 멍청하면서도 허영이 많고 섹슈얼한 매력이 있는 그런 캐릭터거든요. 이 여자 저 여자 찝적대고 같이 자고, 그런 편력들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좀 속이 빈 녀석이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족에 대한 무한한 신뢰와 애정, 자기가 옳지 않다고 판단하는 일에 대해서는 절대로 거짓말 하거나 남에게 무례하게 구는 일이 없어요.
아무튼 그런걸 보면서 깡패국가 미국이 그래도 여전히 강대국일 수 있는 이유를 알 수 있을 것 같기도 해요. 위정자들은 엉망이지만 그래도 기층 미국인들이 가지고 있는 시민주의란게 저런거구나 하고..
아무튼 뭐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