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조(酒造) 선사 (조주 선사 아님) 가 하루는 가르침을 청하는 제자의 방문을 받았다.
제자 : 선사님, 최근 친구와 만나 술집에 갔나이다. 이 친구는 한때 저와 진로그룹의 철의 동맹군을 자처하며 소주 한 잔에 별 하나를 세며 인생을 논하던 자였으나, 이제는 당연하다는 듯이 마른 안주에 맥주를 주문하며 오징어 다리 하나에 상한가를 김 한 장에 개발 호재를 이야기하니, 제자는 그 변화를 견디기 힘들었나이다. 결국 술병을 깨고 절교를 선언했으니, 제자는 좋은 술친구 하나를 잃게 되었나이다. 제자의 흔들리는 마음을 잡아 주시옵소서.
주조 선사 : 제자야, 너는 내 가르침 가운데 하나를 잊었구나.
제자 : 제자가 미욱하여 스승님의 말씀을 이해하지 못하겠나이다.
주조 선사 : 교과서 꺼내 오너라.
제자 : 네.
(교과서를 가져 온 제자.)
주조 선사 : 백팔십이페이지 두번째 단락 세번째 줄에 뭐라 쓰여있는고?
제자 : ‘알콜 도수 20도 이하는 음료수라 칭하며, 안주가 없을때에는 안주 대용으로 쓸 수 있다.’ 라고 쓰여 있나이다.
주조 선사 : 맥주는 몇 도인고?
제자 : 종류마다 다르긴 하나 보통 5도에서 15도 사이 이옵니다.
주조 선사 : 그럼 맥주는 무엇인고?
제자 : 가르침대로라면 음료수이옵니다.
주조 선사 : 사람이 나이가 들어 젊었을 때 두주불사하던 자도 와인과 맥주로 전향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이다. 사람이 즐기는 모든 것에는 기호가 있다고는 하나, 그것이 지나치면 종교적 숭배로 발전하게 되고 타인의 기호는 천박한 것으로 치부하게 되느니라. 제자야, 현명한 술꾼은 물 한 잔에도 호기롭게 취하는 법이며, 아둔한 술꾼은 즐비한 빈 병으로 자신의 주량을 자랑한다. 친구의 맥주 음료 애호를 그대로 사랑하도록 하여라. 너의 소주 애호를 굳건히 지켜나가라. 둘이 함께 술을 마시매, 친구는 친구대로 음료를 즐기니 좋고, 너는 너대로 안주가 없을 때 친구의 음료를 안주 삼아 소주를 마실 수 있으니 그 어찌 좋은 관계가 아니겠느냐?
옛 성현의 말씀에, ‘마시고 취하지 않으면 그 많은 술을 무엇하리오?’라고 하였다. 성현의 말씀이 의미하는 바, 술을 분석하지도 말고, 겨루지도 말며, 거창한 의미를 두지도 말라는 것이다. 술은 술이되, 술에 경중을 따지는 것은 사람의 마음이니 문제는 술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남보다 우월하려고 하는 사람의 마음에 있는 것이 아니겠느냐.
주조 선사의 말씀이 끝나자 제자의 마음에 홀연이 한 줄기 주향이 스치었다.
‘그럼 쏘맥은 뭔가요?’.. 그 스승님께 친절이 질문하고 싶은마음…
쏘맥은 칵테일. ㅎㅎ
원서 접수는 어찌 잘 되고 계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