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돌아왔다, 라는 말도 우습다. 왜냐하면 난 한번도 여기에 있었던 적이 없기 때문이다. 이곳은 새로운 장소인데도, 자꾸만 돌아왔다, 는 느낌이 들게 한다. 어깨가 아파서 그런 것 같다.
한 한달간을 공식적인 글만 쓰고 다녔다. 뭘 묻거나, 일때문에 보내는 메일을 쓰거나, 뭘 팔거나 등등. 그래서 그게 그렇게 편했냐고 하면, (혹시 싸이코 남치렉이라고 아세요? 몽골리언 싱어입니다. 그녀는 몽고, 였던가 어쨌든, 의 민요를 토대로 한 노래를 작곡해서 부르는데, 몽고 민요 들어보셨는지요. 두마디도 필요 없고, 단 한마디로 귀곡성 입니다. 근데 왜 이런 이야길 하냐구요? 그냥요.) 편했다고 대답할 수 밖에 없다. 왜냐하면 편함이란 그다지 하는 일 없음과 비슷한 의미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린 공무원들이 편하겠다, 고 한다.
나는 그간 머리를 비웠고 몸도 많이 비웠고, 그래서 체력은 바닥이고, 불안과 초초함을 비웠고 집착과 분노도 버렸다. 그랬더니 완전히 병신이 되고 말았다. 이제 슬슬, 하며 무슨 일을 해보려고 해도 아무것도 잘 되질 않는다. 병신이란 이런 의미다. 매일 게임을 하고 매일 잠을 자고 매일 멍하니 누워 티븨를 보다가 매일 천장을 보며 숫자를 센다. 게다가, 휴학도 했다. 누구보다 내 자신이 깜짝 놀랐다. 부모님은 비교적 놀라지 않았다. 휴학을 했다, 니.
앞으로 내가 어떻게 될지 잘 모르겠다. 지금 중언부언하는건, 이 글쓰기 폼에 아직 적응이 되지 않아서 그런 것 같다. 십년쯤 걸리겠지.
지금은 다른 도수의 안경을 낀 것처럼 사물이 멀리 있는 것 같다. 사람도 그렇고.
누구 말마따나 연애를 해야 할지도 모르겠는데, 연애란게 필요에 의해서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해서 그냥 있으련다.
아침 여섯시 이십 삼분.
네 시작이 미약하였듯이
끝도 심히 미약하리라.
코멘트 한번 쓰면 못지웁니다. 왜냐? 그냥!
회귀.
어제 점심을 먹고 나오면서 식당어귀에 붙여있던 ‘네 시작은 미약하였으나…’를 보며 네 글의 마지막 어구를 또렷하게 생각하며 히죽거렸는데…신기하군…
어색하게 심히 반갑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