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을 맞아서 모란공원에 다녀왔습니다. 일행은 김원영과 자칭 베스트 드라이버라는 그녀.
매번 방문할때마다 이상하게 더워서 땀을 뻘뻘흘리게 됩니다.
추석이 가까워서 그런지 성묘객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래전이형 옆자리의 전태일 열사 묘에는 어떤 아주머니와 외국인, 그렇게 둘이서 묘지를 다듬고 있었어요. 원영이가 그녀에게 짧게 래전이형을 소개하는 동안 저는 땀을 뻘뻘흘리면서 간단히 묘지 주변을 청소했지요. 우리는 사간 소주와 북어를 놓고 간단하게 형의 안부를 물었고 형의 그 굳은 표정 아래서 술을 마셨습니다. 북어가 참 맛있었고… 음.
글쎄요, 정말 변하긴 변한걸까요. 으리으리한 고급 승용차들이 즐비하게 주차되어 있었어요. 분명 모란공원에는 열사들만 묻혀 계시는게 아니니까요. 그래도 괜한 심술이 났습니다. 좋은 차, 좋은 음식, 행복해 보이는 가족들… 머리가 너무 어지럽군요.
하지만, 변한건 아무것도 없더라구요. 2001년 숨진 어느 여성열사는 예쁜 두 아이의 어머니였어요. 묘지 앞 유리케이스에는 두 아이의 해맑은 사진이 보관되어 있었습니다. 어머니의 죽음같은건 전혀 예감하지 못하는 그런 미소였지요. 정말 변한건 쥐똥만큼도 없어요. 여전히 사람들은 죽어갑니다.
아, 참.
추석 잘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