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모든 종류의 살인에 반대하며, 그러므로 사형제도 또한 반대한다. 또한 인권은 일정한 자격요건을 갖춘 자에게 수여되는 훈장이 아니라, 모든 인간이 그 어미로부터 태어나는 순간 당연히 누려야 할 최소한의 권리라고 생각해왔다.
그러나 오늘 나는 처음으로 이러한 결심히 흔들리는 경험을 했다. 어린아이를 잔혹하게 성폭행한 남성에게 징역 12년이 구형되었다는 소식을 듣고는, 머리 속에서 클라이브 바커의 단편에 등장하는 핏빛 가득한 고어적 영상이 계속해서 반복되는 통에 일을 손에 잡을 수가 없었다. 인간이 상상력이 만들어 낼 수 있는 모든 종류의 고문조차도 그에게는 너무 자비로운 형벌처럼 느껴졌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하루 종일 여기저기로 퍼날라지는 성폭행 당시의 사건기록들을 보면서 마음이 무거워지기도 했다. 시사고발 프로그램의 일부에서 캡춰한 피해 어린이의 상흔을 클로즈업한 이미지들과 시간별로 자세하게 정리된 사건 당일의 리얼한 묘사들은 너무나도 그로테스크했다. 그러한 묘사들을 통해서 마치 내 자신이 그 옆에 무기력하게 서서 사건의 방조자가 된 것 같은, 엿같은 기분이 들었다. 물론 어른들은 (특히 성인 남성들은) 모두 사건의 방조자다, 많던 적던간에. 그리고 이렇게 재생산되는 참혹한 사건기록은 어딘지 모르게 대상을 (그 대상은 물건이 아니라 어린아이였다.) 탐욕스럽게 소비했던 가해자의 시선과 닮아 있는 것 같다. 제발 이제 그만 좀 퍼나르고, 누구를 가운데두고 이 일을 되새겨야 하는지 스스로들 조용히 고민해봤으면 좋겠다.
피해 어린아이의 상처가 부디 곱게, 단단히 아물기를 빈다. 이런 일에 항상 가해자인 남자 어른 가운데 한 명으로서 진심으로 미안해하고 있다고, 이 지옥같은 세상에 너를 두고 한 눈을 팔아 정말 죽을만큼 미안하다고.
개인적으로 그 씨발새끼한테 진심으로 집행유예를 내리고 싶다. 이마와 두 뺨에 큼지막하게 ‘강간범’이라고 문신을 새겨서, 그런 다음 명동 한 복판에서 12년 동안 사회봉사 명령을 내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