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1년만이다. 나는 잊지 않았다. 다만, 매일의 날짜가 어떻게 되는지 가늠할 수 없었을 뿐이다.
많은 일이 (항상 그랬듯이) 있었고 내게 있는 칠백팔십만가지 가운데서 절반쯤을 버렸다. 남은 절반의 절반은 잃어버렸다. 절반의 절반을 잃고 남은 절반의 절반은 일년 동안 단 한번도 꺼내보지 않았다. (마지막 남은 한 개피 담배를 피운다.)
이십주년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스물 여섯해가 지났다. 한때 체가 그렇게 되었듯이, 광주도 어느덧 상품처럼 정치인들에 의해 팔리게 되었다. 이를테면 독재의 주역들이 광주에서 정권의 심판을 이야기한다. 이제는 우리도 말 할 수 있다 운운, 뭐 그런 것 같다. 그리고 그 이면에서, 스물 여섯해나 지났으면 이제 좀 잊고 편히 사셔도 좋을텐데, 마음 속 깊은 상처가 성에가 자라듯 자라나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람도 있다. 우리는 여전히 반대편 사람들이고 사과도 없고 부끄러워함도 없이 항해중이다.
오늘 개발중인 프로그램의 소스를 백업하면서 날짜를 붙인다. Entra_518.zip.
조선일보는 상당히 야한새끼들이다. 그들은 여전히 기사를 이따구로 쓴다. 내가 아는 한 그새끼들은 한결같이 이런 식이었고, 아마도 입사와 동시에 육개월간 사상교육을 받는 것 같다. 니들이 아무리 진보가 없다고 해도, 세상은 꾸준히 진보한다. 그게 한걸음이던 열걸음이던.
수십년을 일군 땅이 한순간에 포크레인이 뒤집혀지고 아이들의 학교가 수십분만에 철거되고 여럿이 다치고 울고 불고 짜고, 심지어 군대가 투입되어 역사가 역전되는데도 우리는 이런 것에만 분노한다.
미안하고 항상 감사하며, 한편으로는 불쌍한 한 후배가 말한다.
형, 아마도 올해가 마지막일 것 같아.
아냐, 아니다.
그래도 지구는 돈다. 돌아야 한다. 하루가 사십년이 되어도 지구는 돌아야 한다. 어느 날 태양이 팽창해서 폭발하며 태양계를 휩쓸어버리는게, 그게 바로 내일이 되더라도 지구는 돌아야한다.
우리 어디에서 무슨 일을 하더라도 정신은 살아 있는 사람이 됩시다.
이천육년 오월 십팔일, 하고 싶은 말의 오퍼센트도 다 못했지만 피곤해서 이만 줄이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