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토레이에 보드카를 조금 넣어서 마셨더니 가뜩이나 안돌아가는 머리가 더 안돌아간다. (아, 드디어 구했어요 앱솔루트 만다린! 혼자 야금야금 먹어줘야지) 생각같아선 한잔 찐하게 하고 푹 자버리고 싶지만, 내일 오전 아홉시까지 일을 끝내야한다. 그 동안 한건 많은데, 왜 이리 진행된게 없는지.. 젠장..
게토레이에 보드카를 조금 넣어서 마셨더니 가뜩이나 울렁거리는 속이 더 울렁거린다. 이제 술도 그만 먹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껏 소주 한 병에 맥주 조금 마시다, 보드카 두어잔 먹은걸 갖고 집에 오다가 중간에 한번 내려서 영등포 뒷골목에서 토하고.. 어떻게 또 집에 가는 버스를 잡아탔는지, 깨어보니 종점. 집에 와서 보니까 오른쪽 팔꿈치에 제법 흉하게 상처가 나있더군. 게다가 왼쪽 어금니가 욱신욱신한게, 제발 충지 뭐 비슷한게 아니길 바라는데, 그러면서 속으로는 어딘가에 부딪힌거야 부딪힌거야 자위하면서 담배를 문다.
게토레이에 보드카를 조금 넣어서 마셨더니 가뜩이나 추잡시러 보이는 내가 더 추잡시러 보인다. 정식으로 돈을 버는 것도 아니고, 졸업도 멀었고 나는 이제 어떻게 해야 하나 배운 기술이라곤 이것밖에 없으나, 이 길도 그리 순탄치만은 않다. 내가 없다, 내가 없어. 이주헌씨는 부재중. 달나라에라도 가버린 모양이다. 아무런 감정도 들지 않는게 이상하다. 이상하게 꺼억꺼억 조용하다. 나는 반드시 해탈했거나, 뇌의 중요한 부분을 크게 다친 모양이다. 아무런 욕망도 없어. 언젠가 누가 그랬지. 생존본능이 희박한 놈이라고. 그 말이 수년을 돌아서 이제야 내게 당도했다. 자기부정 끝에 남는건 부정된 자기 자신 뿐이라고. 아 씨발 그럼 어쩌라고. 이미 엎질러진 물인데. 하루에 담배 두갑씩 피우게 된 난데, 이제와서 어쩌라고. 너 이 새끼 절망을 본적 있냐. 난 딱 한번 봤다. 사람은 그렇게 사는게 아니다. 그렇게 사는게 아냐..
이젠 어제도 희미하다. 아주 엷게 어제가 오늘에 걸쳐있다. 아마도? 오늘은 내일의 어디쯤에 붙들려 가겠지. 한줌,
.. 한줌이다. 손에 붙달려 있는 한줌. 지지리도 떨어지지 않는 희망.
오늘은 여기까지.
아, 근데 너 그거 아나? 날치가 얼마나 아름다운 생선인지. 비린놈 주제에 어떤 놈은 1킬로미터도 넘게 날아다닌다더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