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무료 전략 FPS 게임이었던 Enemy Territory(이하 ET)를 열심히 했던 적이 있었다. FPS라는게 누가 더 잘 움직이고 더 잘 쏴맞추느냐에 따라 승패가 갈리긴 하지만 (난 이런 게임을 잘 못한다. 적이 느닷없이 앞에 나타나면 가슴이 두근거려서 총을 쏘질 못하기 때문에..), 유독 내가 이 게임을 열심히 했던 이유는 1. 무료였고 2. 협동을 통한 전략적 공략 없이는 이길 수 없는 게임이었기 때문이다. 여기선 람보처럼 혼자서 적진을 쓸고 다니는 것이 그다지 필요치 않다. 오직 필요한 때에 필요한 만큼의 전투만이 필요할 뿐이다. 고장난 탱크를 고쳐야 하고, 이 탱크를 에스코트해서 적진 깊숙히 침투해야 하며, 곳곳에 진지를 만들어 점령한 지역을 방어해야한다. 혼자서 열심히 탱크를 고쳐도 옆에서 엄호해주는 사람 없이는 승리할 수 없다. 아무튼 그런 게임이다.
며칠 전에 우연히 이 ET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게임이 나왔다길래 데모버젼을 다운받아 플레이 해봤다. 기본적인 시스템들은 모두 동일하지만, 전작인 ET가 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한 게임이었다면, ETQW는 외계인인 스트로그 (Strogg) 가 지구 (GDF) 를 침공한 근미래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부제에서 알 수 있듯이 이 근미래적 배경은 유명한 게임인 Quake에 근거한다고 한다. (Quake를 안해봐서 잘 모름.) 일단 데모버젼이라 플레이 가능한 지역은Valley Map 밖에 없으니 뭐라 할 수는 없지만, 왠지 모르게 이 Strogg 쪽이 압도적으로 강하다.. 는 느낌이다. 안면부터 먹어주고 들어가니, 가뜩이나 새가슴인 나는 이들과 마주치면 말 그대로 고양이 앞에 쥐 신세다. 또 고도로 발달된 기술력을 바탕으로 희안한 무기들을 갖추고 있으므로, Strogg로 플레이해보면 뭐가 뭔지 정신이 없다.
예전 ET 시절부터 근접전에 약한 이유로 주로 플레이했던 병과는 코옵이었다. (Covert Ops, ET류 게임 내에서 선택 가능한 병과 가운데 하나. 주로 원거리 저격, 침투, 교란 등을 담당함.) 내게는 어느 정도 관음증세가 있는 것 같다. 그마저도 실력이 미천해 제대로 맞추질 못하니 팀에 폐만 끼치는 신세지만. 그래도 원거리 저격이란게 꼭 적을 사살하는데 목적이 있는게 아니라, 적으로 하여금 어딘지 모르는 곳에서 날아오는 총탄에 대한 공포심을 심어주는 것도 중요하기 때문에 열심히 전장을 뛰어다닌다.
Valley Map
– 맵 내용 : 스트로그가 어디더라 미국 서부 어느 계곡에 ‘오염기계’를 설치해 지역 주민을 좀비로 만들려 하고 있다. GDF는 이를 저지해야 한다. (스트로그 플레이어라면 GDF가 ‘오염기계’를 파괴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
GDF의 첫번째 리스폰 지역은 맵의 우측 하단이며, 스트로그라면 2번 포인트 위치쯤 되는 터널 안이 첫번째 리스폰 지역이다. GDF가 진영을 출발하여 도로를 따라 북쪽으로 향하면서 만나는 첫번째 다리는 무너져있다. 엔지니어는 빨리 이 다리를 복구해야 하고, 스트로그는 복구를 막아야 한다. 바로 이 무너진 다리가 첫번째 전장이다. 상대적으로 리스폰 지역으로부터 전장까지 스트로그의 거리가 짧으므로 GDF는 공략에 애를 먹는다. 다른 병과는 잘 모르니까 코옵을 위주로 설명하겠다. 어차피 GDF 측에서 본 적절한 캠핑 포인트 (스나이핑 하는 것을 캠핑이라고 한다.) 를 소개하는게 목적이었으니까.
1번 포인트 : 일단 시작하면 바로 진영 뒷문을 통해 1번 포인트로 이동한다. 탈 것이 남는다면 탈 것을 타고 최대한 빠르게 이동하는게 좋다. 그리고 만약에 탈 것을 타고 이동했다면 반드시 1번 포인트에 도달하기 전에 탈 것을 호수 속에 쳐박는게 좋다. 스트로그 플레이어들이 바보가 아니라면 훤히 보이는 탈 것이 호수 건너편에 있는 것을 두고 이상하게 생각할 것이다. 그리고 이 1번 포인트야 말로 첫 전장을 최대한 신속히 끝낼 수 있는 중요한 포인트인데, 왜냐하면 이곳은 1. 평평한 지형이라 포복 자세에서도 원활한 이동이 가능하고 2. 노란색 화살표가 가리키는 사계가 바로 첫 전장의 스트로그 플레이어들의 주 진지의 측면이며 3. 낮은 풀들이 우거져서 포복하면 이쪽이 잘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이곳에서 코옵은 화력 지원 장비나 방어 장비들을 설치하려는 엔지니어를 최대한 빠르게 사살해야 한다. 시간이 남으면 가끔 정면으로 보이는 건물 옥상의 적 스나이퍼나 멍하니 서 있는 더미 플레이어들을 잡아준다. 잘 진행되어서 다리가 복구되었다면 MCP (이동형 명령소) 가 안전하게 다리를 건널때까지 사계 방향을 계속 주시하면서 혹시나 적의 저항이 없는지 살핀다. MCP가 터널 안으로 완전히 사라지고, 문제가 없다고 판단되면 잽싸게 2번 포인트로 이동.
2번 포인트 : 터널 입구의 건물 뒷편에는 산등성으로 갈 수 있는 샛길이 있다. 점프슈트가 없는 GDF가 올라 갈 수 있는 최대 높이의 지역이다. 일단 2번 포인트는 좋은 스나이핑 장소가 가져야 하는 수직적으로 높은 지대와 넓은 시야를 충족시키긴 하지만 은/엄폐에 매우 취약하다. 여기서 몇 번 총을 쏘고 나서 바로 이동하지 않으면, 유능한 적 스나이퍼가 반드시 당신을 노리게 된다. 또 점프슈트를 입은 스트로그 플레이어나 비행기에 쉽게 노출될 수도 있다. 그러므로 두세명을 사살했다면 바로 3번 포인트로 이동한다.
3번 포인트 : 3번 포인트도 1번과 마찬가지로 매우 중요한 포인트이다. 경험상 이 곳에서 적에 의해 당한 적은 몇 번 없다. 왜냐하면 수직적으로 매우 높은 지역적 특징 때문에 지상에서는 저격하는 사람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여기서는 충분히 시간을 갖고 MCP를 막으려는 스트로그 플레이어들과 1번 포인트와 같이 화력 지원 장비나 방어 장비를 설치/수리하려는 적 엔지니어, 필옵들을 잡아준다. 만약 여기서 혹시나 사살당했다면 몇 번 더 같은 장소에서 스나이핑을 시도하다가 MCP가 적 진영 입구에 다다르면 (4번 포인트의 사계 방향) 주저없이 4번 포인트로 향한다.
4번 포인트 : 4번 포인트부터 7번 포인트까지는 사실상 좋은 장소는 아니다. (수직적으로 높지도 않고, 시야도 좁으며, 무엇보다 은/엄폐가 안된다.) 다만 이미 전장의 중심이 적 진영에 도달했다면, 그 근처 외에는 저격할 마땅한 장소가 없으므로 어쩔 수 없이 이 장소들을 이용할 수 밖에 없다. 4번 포인트는 건물 안 2층 계단 부근이다. 반드시 포복한 상태로 발코니로 나가서 적 진영 입구쪽 방향의 적들을 노린다.
5번 포인트 : 4번 포인트에 도달한 시점으로부터 MCP가 적 진영의 목표 장소에 도달해 SSM 미사일을 발사하기 전까지는 4, 5, 6, 7번 포인트를 오가며 적을 막으면 된다. 그러나 개인적인 경험상 이 시기에 코옵이 할 일은 거의 없다고 봐도 된다. (적 장비들을 해킹해서 disable 상태로 만들 수도 있지만, 총탄이 난무하는 전장에서 언제 가만히 서서 그짓을 할까.) 차라리 이때엔 MCP를 수리하는 엔지니어를 보호하는게 가장 중요하므로, 막강한 화력의 병과를 선택해 화력 지원을 맡거나, 엔지니어를 치료하거나 하는 것이 좋다.
6번 포인트 : 6번 포인트는 적 리스폰 지역 바로 뒷편이다. 좀 어이없는 장소이긴 하다. 그래도 시도하는데 의의를 둔다면, 막 리스폰한 스트로그 플레이어 몇은 잡을 수 있을 것이다. 바로 반격당하긴 하겠지만.
7번 포인트 : 여기도 사실은 말도 안되는 장소. 그래도 혹시나 눈 먼 플레이어라도 걸리면 저격이 가능하긴 하다.
8번 포인트 : SSM이 발사되고 나면 이제 전장은 적의 최후의 보루로 이동한다. 아마도 이 지역의 전투는 Valley 맵 가운데서 가장 치열할 것이다. 이 시점에서 리스폰 지역인 7번 포인트 근처에서 북쪽으로 크게 돌아 들어가면 별다른 적의 저항 없이 8번 포인트로 이동할 수 있다. 8번 포인트는 급수탑 옥상인데, 전장의 중심 근처이면서도 적이 별다른 신경을 쓰지 않는 곳이기도 하다. (물론 적 스나이퍼가 이미 나를 노리고 있다면 GG) 여기서 한참 저격하다가 사살당하면 주저하지 말고 9번 10번 포인트로 이동하자.
9번/10번 포인트 : 8번 포인트에서 북쪽으로 조금만 가면 산등성을 올라갈 수 있는 길이 있다. 9번 10번도 수직적으로 높고 시야가 넓어서 저격하기 좋은 장소이다. 다만 적 스나이퍼가 이미 점프슈트를 타고 같은 곳에서 대기중인 경우가 많으므로 유의해야 한다.
좋은 캠핑 포인트가 가지는 요건은
1. 수직적으로 높은 곳일 것
2. 시야가 넓을 것
3. 은/엄폐가 잘 될 것
이 세가지이므로, 여기에 부합하는 장소라면 어디서나 캠핑이 가능하다. 다만 같은 맵을 수없이 반복해 온 플레이어들이기 때문에 왠만한 포인트는 이미 다 알고 있을 것이다. 때문에 상상력을 발휘해서 이곳저곳을 많이 다녀보는게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