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

조교를 기다리고 있다. 과사무실엔 아무도 없다. 아까 잠깐 교수님 뵙고 온다던 조교는 여전히 감감 무소식. 담배를 피워볼까 했는데, 그냥 참기로 했다.
오늘은 조금 일찍 일어났고 외출요망 이란 딱지가 붙은 일정들을 한꺼번에 처리하기 위해서 바쁘게 움직여야 했다. 사실 집에 있어도 컴퓨터 앞에 앉아 있기는 마찬가지지만, 그래도 밖에 나오는건 여전히 귀찮다. 가끔 메트릭스의 가상세계 – 어쩌면 네오가 제일 흉악한 놈인지도 모른다 – 가 인간의 본질적인 숙명들에 메스를 댄, 거대한 유토피아의 수술대라는 생각이 든다. 조금만 수정하면 메트릭스 안에서의 사람들은 배가 고프지도 않고 누구나 부유하게 지낼 수 있으며, 일주일에 백시간 이상씩 노동해야 하는 고통으로부터 해방될 수도 있다. 원한다면 언제까지나 죽지 않을 수… 도 있지 않을까? 그런걸 원하는 사람이 있을까 싶긴 해도. 어쨌든 모든 부조리의 원인들이, 그것이 인간 본성의 심리적 원인(이란 것이 존재하며 그것)에 근거하지 않는다면, 완벽하게 해소될 수 있다. 멋지다. 천국이다.

아무튼 배가 고프다. 어제 밤에 야식을 조금 먹었고 그 이후로는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 빨리 일 끝내고 집에 가서 짜장범벅을 먹어야겠다.

(조교 컴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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