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에 읽었던 어느 일본 SF소설가의 작품 가운데, 사람들이 너무 일에 중독되어 자신이 과로로 죽었는데도 죽은지 모르고 계속 살아갔더래는 이야기가 있다. 주인공은 속이 답답해 소화불량인줄 알고 병원에 갔더니만 의사가 어두운 얼굴로 “당신, 심장이 멎어있어요.” 라고 말해주는 것이다. 그러면서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요즘 당신과 같은 증상으로 병원을 찾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엊그제 봤던 (일본) 괴기만화에도 그런 비슷한 내용이 있는데, 초자연적인 현상에 잘 엮이게 되는 주인공이 친구의 집을 방문한다. 친구는 주인공을 따로 불러 “우리 아빠한테 말 걸지마. 사실은 아빠가 며칠 전에 자살을 했는데, 하도 건망증이 심해서 자꾸만 집에 돌아오셔. 지금은 보통인 상태로 있지만, 어떤 계기로 자신의 죽음을 자각하게 되면 굉장히 난폭하게 변하거든.” 라고 말해준다. 그런데 알고보니 친구와 친구의 어머니도 죽어있었다. 연유인 즉슨, 친구 아버지가 정리해고로 인해 자책하다가 자신의 부인과 딸을 도끼로 살해하고 자신도 아파트 옥상에서 투신자살했던 것이다.
일본에는 이런 식의 분위기같은 것이 널리 퍼져 있는 모양이다. 의외로 무섭지 않고 오히려 착잡한 기분이 된다.
오늘 아침, 어머니의 출근 모습이 꼭 그랬다. 그녀는 살아 있는 것일까? 어두운 복도를 걸어 올라가며 잠깐 내 쪽을 흘겨보는데, 그 무표정함이란. 냉정함도 아니고 분노도 아니며, 그야말로 얼굴에서 표정이라 이름 붙일 만한 것들을 모조리 긁어다가 불태워버린 것 같았다. 그녀의 심장 언저리를 만져볼까 했다가, 혹시라도 심장이 뛰지 않고 있으면 어쩌나 하는 생각이 불현듯 스쳐 지나가서 결국 그러지 못하고 보냈다.
그러면서 동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있어서 가족이 과연 어떤 것으로 전락해버렸는가, 에 대해서도 잠깐 생각해봤다. 경제적으로 의식주를 해결하기 위해 일정한 거처에서 함께 밥을 먹는 사람들? 모두는 날마다 삶도 아니고 생활도 아니고 그저 ‘내일도 살아있기’ 위해서 돈을 벌러 나갔다가 밤늦게 귀가한다. 이것이 매일, 매주, 매달, 매년 반복된다.
아버지가 (어디선가 이제 아버지 얘기 안하겠다고 했던 것 같지만) 매주 직장 동료들과 천원씩 모아서 로또를 사 오신다. 내게 번호를 맞춰보라는 것이다. 나는 그게 사실인 줄 알았는데, 아무래도 아닌 것 같다. 아버지는 막연하게 ‘로또에 당첨되기 위해’ 당신의 돈으로 오천원 어치 로또를 사오시는 것이다. 직장 동료들과의 재미로 하는거야 내가 뭐라 할 것이 못되지만, 아버지 스스로가 자신의 돈으로 로또를 사오신다는 것 자체가 내겐 큰 충격이다. 심지어는 주유소에서 주는 무슨 응모권이나 과자를 먹고 나오는 이벤트 안내 종이까지 다 가져오신다. 왜? 타워팰리스에 가기 위해서?
설마. ㅎㅎ.
뭔가 쓸쓸해지는 풍경이긴 하더군요. 은근히 엿본 당신의 소일거리… 그리고 제게도 권하는 인터넷 경품 응모… 첫 문단의 SF 소설이 끌리는군요 😉 / RSS Feed 의 각 엔트리별 퍼머링크가 잘못링크되어 있더군요. 서버에서 .xml 지우시고 퍼블릭 off>on 하셔서 재생성하시면 괜찮아 질듯 🙂
코오사이 타다기.. 라고 생각하지만 아무래도 자신 없어요. 언젠가 다시 구하게 되면 보내드리죠. ^^
RSS Feed는 다시 수정했습니다. 이전에 /tt에다 처음 태터를 설치하고 중간에 경로를 바꾼적이 있는데, 그래서 그랬나봐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