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이라고 해두자) 이 되니까 부쩍 모기가 많아졌다. 어째 여름보다 더 극성인 것 같다. 환한 모니터 앞에 앉아서 일하는 시간의 절반은 손뼉치며 모기를 잡는 것으로 보낸다. 이 일에도 꽤 능숙해져서 아마 시간당 열마리 정도는 잡는듯하다.
어머니는 가을이 되자 추운 외부에서 좀 더 따뜻한 내부로 모기가 옮겨 온 것이라고 한다. 그 말이 맞는 것 같다.
우리집 모기는 몇가지 특성이 있다.
1. 각방마다 모기들의 성향이랄까 하는 것이 다 다르다. 내가 엄히 모기를 다스려서 그런지 내 방 모기가 가장 빠릿빠릿하고 화장실모기가 제일 둔하다. 아마 화장실에서 누가 열심히 모기를 잡지 않기 때문인 것 같다. (모기가 빠릿빠릿한지 알아보는 테스트. 손뼉쳐서 잡기 시도 횟수가 10회 이상이면 빠릿빠릿, 5회 부근이면 보통, 3회 이하면 어리버리)
2. 꼭 머리 근처에서 날아다닌다. 아무래도 다리나 등, 팔 근처라면 잘 느껴지지 않기 때문에 모기들은 아마도 더 오래 살아 있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유독 이놈들은 머리, 특히 귓가에서 날아다니길 좋아한다. 마치 긴장하라고 미리 신호를 주는 것처럼. (그런데 이건 꼭 우리집 뿐만 아니라 다른 곳에서도 그럴 것 같다.)
3. 두마리 이상 함께 날아다니지 않는다. 이건 정말이다. 나는 요즘 모기가 사실은 굉장히 높은 지능을 갖고 있는 생명체가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예를 들면 이런 상황이다.
그냥 생각해보면 순번을 기다리지 않고 자기가 날아다니고 싶으면 날아다녀야 하는게 맞다. 그런데 마치 번지점프대에서 낙하하길 기다리는 것처럼, 이놈들은 꼭 한놈씩만 나타난다. 뭐 지들끼리 정한 약조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내 입장에선 여간 성가신게 아니다. 차라리 한꺼번에 나타나면 확 잡아버리고 좀 쉴 수 있을텐데.
모기 얘긴 이쯤하고.
비가 많이 내렸다. 지난 여름 내 핸드폰 인사말은 “비오는 여름” 이었는데, 뒤에 “여름”만 “가을”로 바꿔도 될 것 같다.
내가 아무렇지도 않은게 싫다.
그러고보니 영어로 ‘모기’를 뜻하는 모스키토(mosquito)도 ‘모’로 시작하고 ‘모기’도 ‘모’로 시작한다. 나는 바벨탑 때문에 오만한 인간을 심판했다는 하나님의 이야기가 사실이라고 믿는다.
나는 올 겨울을 잘 지낼 자신이 없다.
뭘요, 요즘 좋아보이던데(웃음).
(웃음) <= 이건 뭐냐?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