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구름

…누군가 그에게 물어보았다. 예술영화와 상업영화의 차이가 무엇입니까? 차이 밍 량은 잠시 생각한 다음 대답했다. “인류 평화와 지구의 안전을 위해 고민하면 상업영화이고, 나에 대해서 고민하고 있으면 예술영화입니다.” 이보다 더 적나라하고 맹렬한 자기 자신의 고통에 대한 고백이 어디 있단 말인가?

정성일의 사적 부산영화제 견문방문록, 정성일, 씨네21

나는 지금 일을 하다 말고 이 글을 쓴다. 아니 잠깐 잠깐 불안이 발치에 흔들리면 나는 다시 일을 할 것이며, 가슴이 울렁거리면 또 글을 쓰게 될 것이다.

솔직히 이 영화에 대해서 아무런 할 말이 없다. 아니 말을 할 수가 없다. 누구의 표현을 빌자면, 그러고보니 나는 아직 어렸다, 던가 이를테면 아직 커피의 맛을 잘 모른다 (매우 단 맛만 즐기는) 는 것이다. 나는 종종 외롭다는 표현을 자주 쓰는 것 같다. 그의 말대로 어느 날 그 말마저도 할 수 없을 때가 올 것이다. 그러니까 이 영화는 그런 얘기다, 라고 설명해줬다.

아니 정작 극장에서는 덤덤하더니만, 지금은 왜 이리 울쩍해지는 것인지, 매우 아득해지는 일이다. 죽은건지 기절한건지 몸을 가누지 못하는 여자 포르노 배우를 두고 씩씩거리며 힘을 쓰는 남자, 를 벽 너머에서 지켜보다가 대신 절정에 다다르는 여자, 의 입에 돌연 사정하는 남자, 의 정액을 삼키는 여자의 눈에서 흐르는 눈물. 액체의 교환. 매우 가문 날에 사람들은 그렇게라도 소통해야 하고.

사람을 슬프게 만드는 영화는 우습지만, 슬픈 영화는 진정이다. 왜냐하면 영화를 통해서 나 또한 슬픈 존재임을 확인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감정을 과잉하게 만들거나 스스로가 처연하도록 노력하는 것과는 다른 이야기다.
그래서 챠이 밍 량의 저 말이 매우 맘에 든다. 그래서 언젠가 누가 말했듯이 모든 소설은 자전적 소설일 수 밖에 없고 사람은 자기 자신을 속일 수 없다.

그러니까 나는 앞으로도 계속 외롭다고 말 할 것이다. 오장육부에 샅샅히 남은 것들까지 모두 말하면 이것은 아직까지는 외롭지 않다는 이야기가 되고 그래서 한 발 더 내딛게 되겠지. 그러나 언젠가는 꿀먹은 벙어리가 될테니, 부디 그때에 우리는 정말로 외로워지는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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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 satii
네이트 와이드 스크린의 아핏차퐁은 “정오의 신비로운 물체”네요. 왠지 이건 봤을듯.
그리고 확실히 이강생, 애정만세때는 젊었네요. 젊다못해 비린내가 날 정도로. 약간 장국영 생김의 느낌도 나고…

흔들리는 구름”에 대한 6개의 생각

  1. 사실, 어리다고 말하는건 핀잔이 아니고 일종의 부럽다 말하는 것이며
    솔직히, 이 영화는 나이와는 전혀 관계없는 영화임. 커피도 나이와 관계없음. (물론 아무도 아들에게 에스프레소를 권하진 않겠지만 동시에 우리 할머니도 에스프레소를 여전히 못드심 )
    고백컨데 나이 이야기는 웃자고 하는것임. 내 주위에는 어리다고 말해주면 다 좋아하는데. 하하
    '정오의 신비로운 물체' 못봤는데 찾아봐야 겠네.

  2. 저도 뭐 별로 뜨악하게 말한거 아니에요. ㅎㅎ
    오늘 학교 갔다가 집에 돌아오면서 핸드폰 인사말을 바꿨고 (나는 외롭도다!!), 바꾸면서 왜 내가 어제 멀뚱하게 영화를 봤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았어요. 그러니까 나는 아직 말 할 수 있고 (말 할게 있고) 내 말을 들어 줄 사람도 있고 내 말로부터 그 사람에게 어떠한 반응을 기대 할 수 있다고 믿어요. 즉, 소통 할 수 있다고 믿는거죠. 어제만해도 형이랑 많이 얘기 했잖아요. ㅎㅎ
    분명 차이 밍 량의 세계는 내가 소통을 믿는 세계와는 좀 다른 곳임이 분명하겠죠. 언제고 나는 그런 세계를 지켜보면서 나와 간섭하는 지점에 감동 할 수 있는거고..
    내가 보는 세상이 행복하니 너도 행복해야 한다는건 좀 비극적이잖아요.

    그리고 내 곁에 있어줘 예매하려고 들어갔더니만 매진… ㅜ.ㅜ 아.. 어쩔까나.. 오늘 밤 상영분을 볼까..

  3. 정성일씨 좋아해 ㅋ
    얼마전에 후배애가 그의 강연을 들을 기회가 있었는데
    원래 2시간으로 정해진 시간을 훨씬 초과하여 5시간 이상을
    열정적으로 강연하시더래.
    근데 그 5시간이 마치 한시간 처럼 느껴질정도였다는 거야.
    카리스마가 넘쳐서
    이전에 다른 아나운서들 강연 들을때보다도
    더 멋지더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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