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울 메탈 자켓

먼저 이거부터 읽어보시고,

어떤 사회적 사안에 대해 ‘국민’이나 ‘국가’, ‘애국’, ‘국익’같은 허구적 관념, 어 그러니까 이데올로기가 결합하기 시작하면 이 사안은 더 이상 사안이 아니라 ‘베트콩 수색’이 된다.

‘베트공 수색’

총을 난사할때 도망가는건 다 배트콩이지 도망가지 않는것들.? 그 놈들은 훈련받은 베트콩이지.

왜냐하면 ‘국민’, ‘국가’, ‘애국’, ‘국익’ 같은 단어의 개념 (이데올로기로써가 아닌 그 자체로써의 의미) 은 이 사회에서 그대로 어떠한 선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마치 ‘부모’, ‘효도’, ‘우정’, ‘충성’ 등등이 그러하듯이.
그래서 이에 반대하는 이들은 선한 것에 반대하는 반동세력으로 여겨지고 그 반동세력이 어떤 주장을 펼치건 간에 검은 입에서 나온 말은 모두 검다, 는 식이 된다.

정말 그들의 말대로 MBC는 매국노 집단일 수도 있고 PD수첩 PD는 개새끼일 수도 있다. 그런데 가만 있어보면 그런 것들이 너무나 무섭다. 연구에 대한 실질적인 관심이나 견해 없이도 몇몇 신문기사를 읽고 맹렬한 애국자가 되어버리는 사람들.

2002년에도 그랬지. 상암동에 경기장 만든다고 거기에 거주하던 사람들은 쫓겨나다시피 했고 내 기억에 아마 철대위도 생겼고 했던 것 같다. 집을 빼앗긴 (보상금 받았고 어쩌고 이런 말은 의미 없는거 아시죠?) 자들에게 있어서 2002년은 매우 우울한 해였을 것이고 월드컵은 전쟁보다 견디기 힘들었을 것이다. 살 집을 빼앗는 월드컵 반대, 서울시 정책에 반대, 하면 어이없이도 그들은 곧장 빨갱이가 되거나 매국노가 되어야 했다. 왜? 월드컵은 국위를 선양하는 행사였거덩. 국위에 반하는 것들은 모두 개새끼, 매국노거덩. 내가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분위기에 휩쓸려 빨간 티를 입고 종로 거리를 미친듯이 활보할 때, 신문/방송에서 온통 한국민의 저력이니 87년의 재현이니 찬사와 평가로 가득찼을때 그깟 자기 집 빼앗겼다고 월드컵 반대하는 새끼들은 길바닥이거나 여관이거나에서 우울하게 나를 지켜봤겠지.

어쨌든 그렇다. 의식적인 것이던 무의식적인 것이던, 세뇌당했던 학습한 것이던 간에 그것 이외에 불변하는 확고한 진리는 없다고 생각하는 것은 필연적으로 많은 사람들을 악한 것으로 간주하게 만든다. 세상에 그런건 없다. 국가가 최고의 선이면, 보트피플은 개망나닌가? 애국하는 것이 가장 가치있는 일이라면, 국적을 바꾸는 것은 패륜인가? (나는 이것에 대해 매우 웃긴 현상을 하나 알고 있다. 대한민국 사람들은 대한민국 사람이 타국으로 귀화하는 것을 매우 혐오하면서도, 타국 국민이 대한민국으로 귀화하는 것은 매우 환대하고 장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하나의 설명만이 존재한다면, 그 둘은 똑같이 혐오스러운 짓이거나 자랑스러워야 하지 않을까?)

그런데 정말 불변하는 것들이 있다면 아마도 – 사람과 자유, 음악 그리고 사랑. 뭐 이런 것들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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