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아침부터 지금까지 줄곧 잠을 잤다. 잠이 오지 않아도 억지로 잠을 자려고 했다. 비행기가 날아가는 저녁. 일요일이다. 검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잎들이 모두 검게 물든다. 이제 조금씩 여름이 된다. 매년 그랬듯이 몇달간 지옥이 계속 될 것이다. 번호표를 쥐고 자기 차례가 되기를 기다리는 아주 긴 지옥. 케르베로스가 땀을 뻘뻘 흘리고 이곳저곳을 뛰어다니며 말한다, “아저씨 거기 새치기 하지 마세요. 조금만 기다리면 아저씨 차례가 온다니까요!”
아, 조금씩 물에 녹는 계절.
조금씩 부어오르는 계절.
제법 잘지내며 적응력도 뛰어나구나. 게다가 내가 먹음의 노예인 것 까지 알아채고.
어떤 사람들과 평생 함께 할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면 어딜가나 마찬가지…
저는 여름이 좋아요. 땀이 줄줄 흘러내리는 걸 가만히 놔두다가 깜빡 득도할 때도 있어요. 그리고 아무리 생각해도 그 돈으로 뭘 해야 할지… 그리스 여행갈까.. 주신다면 말이죠.^^
어, 얼마였더라 하면서 다시 그 글을 찾아읽고 사백오십이라.. 하면서 잠깐 생각해봅니다. 역시나 사백오십이에요. 그 이상도, 이하도 잘 생각할 수 없고.
그런데 한 두달 그리스 전역을 돌아다니기엔 그럭저럭 딱 떨어지는 액수로군요, 따져보니.
그런데 제 자신에게 빌려줄 돈도 역시나 잘 생각할 수가 없고, 이것 참.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