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토요일 아침부터 지금까지 줄곧 잠을 잤다. 잠이 오지 않아도 억지로 잠을 자려고 했다. 비행기가 날아가는 저녁. 일요일이다. 검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잎들이 모두 검게 물든다. 이제 조금씩 여름이 된다. 매년 그랬듯이 몇달간 지옥이 계속 될 것이다. 번호표를 쥐고 자기 차례가 되기를 기다리는 아주 긴 지옥. 케르베로스가 땀을 뻘뻘 흘리고 이곳저곳을 뛰어다니며 말한다, “아저씨 거기 새치기 하지 마세요. 조금만 기다리면 아저씨 차례가 온다니까요!”

아, 조금씩 물에 녹는 계절.
조금씩 부어오르는 계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