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에 내려와 있다. 지급받은, 생에 첫 노트북으로 글을 써본다. 키보드가 무르다. 점심 뒤 밀려오는 2B연필같은 피로감이 발목에 찰랑인다. 여기는 안동이다. 도산서원이 이곳에 있다는 이야길 들었다.
점심을 먹고 나서 담배를 피우러 계단으로 나갔다. 높은 건물은 하나도 보이지 않는 안동. 서울의 가장 한적한 동네 조차도 이곳보다는 매우 소란스러울 것이다. 게다가 까무라칠 정도로 깊숙한 열기가 시내 위를 무겁게 내리 누른다. 움직임이 없는 도시. 간혹 살랑이는 바람 없이는, 나는 도저히 내가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을 것 같다. 늙은 개 같은 도시. 저쪽에 하나, 또 저쪽에 하나. 도처에 웅크리고 있는 불온함들. 사람들은 매우 적대적이다. 적어도 그렇게 보인다. 그러나 대체 그게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정말 아무 일도 아닌 것이다, 이 도시의 숨죽인 적의에 비하면.
주의. 안동에 내려 올때, 특히 여름이 시작되려는 때에는 항상 여분의 심장을 준비하시오.
느리고 지루한 만큼 세상과 단절되어 있는 곳이라면
그 만큼 복잡한 자극으로부터의 피곤함이 덜하지
않을까. 사유 불문하고 부럽.
PS> 근데 너의 글을 보면 나도 담배피고 싶다.
아윽.. 이번엔 대구야.. 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