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지냈니. 마침 비가 오는구나. 슬슬 감기려는 눈에 힘을 주고 웹브라우져를 닫기 전에 막 발견한 바람의 목소리 어쩌구 하는 음악을 듣는다. 비가 내리고 바람의 목소리. 강철로 된 방충망에 슬피 달린 빗방울들도 있다. 없는게 있다면 담배, 아까 퇴근하면서 담배를 사려고 했는데 그만 다른 생각을 하면서 걷다가 사질 못해서, 가 없고 또 네가 없지. 컵에 받아 놓은, 그젠가 혹은 그 이상 전날인가에 마시려고 떠 놓은 물을 마신다. 그래도 괜찮다. 육신이 피곤하면 정신은 은화와 같이 맑아지는 법이다.
아니지. 이 얘기를 하려던게 아니고, 효진누님이 며칠 전에 잠깐 깨어나서 네가 보고싶다는 말 한마디 하시고 다시 눈을 감더라. 나는 그냥 ‘네 누님. 준영이 잠깐 뭐 사러 나갔어요. 곧 돌아올꺼에요.’ 하고 말았지. 그 말을 듣고 나니까 누님은 다시 잠들기 전까지 계속 ‘준영이가 참 고생했어… 정말 고생했어…’ 하셨고.
노래가 바뀌었다. 슬픈 바람의 노래, 혹은 바람의 슬픈 노래. 거 왜 있잖아. 군대에서 야간행군 정신없이 하다가 불빛 하나 없는 숲길을 앞사람 다리만 보면서 쫓아가다 보면, 어느 순간부터 환청이 들리는거. 그게 가끔은 북한에서 들려주는 자장가이기도 했고 여우인가 뭔가가 우는 소리이기도 했고 더러는 고참의 욕설이거나 누군가 몰래 듣고 있는 라디오방송이기도 했던거. 그런데 그 모든 것이 아니라면, 그건 정말 뭐였을까? 지금 듣고 있는 이 음악이 혹시나 네게 그런 식으로, 슬픈 바람이거나 노래를 타고 전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너는 항상 그랬던 것처럼 피식 웃고 말겠지만.
아무튼 뭘 하고 돌아다니든 잘 지내고 있음을 의심하는건 아니지만, 부디 누님 돌아가시기 전에라도 꼭 한 번 서울 들렸으면 좋겠다. 나나, 명철이 윤형이한테 얼굴 보여줄 필요는 없다. 그냥 누님 손이라도 한 번 몰래 잡고 다시 사라져도 좋으니.
밤이 깊고, 이젠 정말 자야겠다. 비가 오는데 혹여나 네 놈 잘 곳을 정하지 못해 멀뚱히 남의 집 처마 밑에서 빗줄기나 쳐다보고 있지 않은지…
이만 줄인다.
나 요즘 형 좋아요.
나는 니가 어여쁜 아가씨였으면 좋겠다.
여긴 분위기가 정말 좋구나 ㅋㅋㅋ
무슨 분위기? 애들이 날 좋아해서? 영양가 없어.. 다들 남자놈들만.. 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