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가서 처음 배우는게 ‘제식훈련’이다. ‘군인으로서 지녀야 할 기본적인 자세… 어쩌구’ 하는건데, 쉽게 설명하자면 ‘천명이든 이천명이든 제대로 발 맞춰 걸을 수 있게 하는 훈련’이 바로 제식훈련이다. 왜 이걸 맨 처음 배울까? 이걸 못하는 집단은 개개인 병사의 능력이 아무리 출중해도 군대라고 부를 수 없기 때문이다. 바꿔 말하자면 이것만 하면 절반은 이미 군인이고 군대다.
발 맞춰 걷는다는게 그렇게 중요할까? 물론 중요하다. 제식훈련은 열병식 같은걸 위해서 있는게 아니다. 그건 일종의 ‘강력하게 통제된 집단’을 상징한다. 제 아무리 혼란스러운 전장에서라도 지휘관의 명령 하나로 수십에서 수백명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것은 그 자체로 엄청난 무기다.
자, 제식 훈련을 받은 집단인 전경과 시위대의 경우를 놓고 보자. 이건 애초부터 게임이 안된다. 지도부가 있지도 않은 이번 촛불 집회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폭력시위? 변질됐다고? 이건 어른이 애들이랑 장난 삼아 레슬링을 하는데 애가 꼬집었다고 화를 내는 것과 똑같다. 빠이? 대체 누가 이번 집회에서 조직적으로 빠이를 들고 나갔나? 분을 못이긴 사람들이 몇명 그랬겠지. 아서라, 방패에 전투복에 헬맷까지 완전하게 갖춘 전경한테 그게 먹히기나 하겠냐. 전경버스 밧줄로 끌어낸게 폭력? 버스를 들어서 전경들이 있는 곳에다 집어 던져야 (헐크?) 그게 폭력인거지. 오히려 버스 끌어내기는 정말 참신하지 않은가? 요즘엔 오히려 전경이 끌려오면 시위대가 몰매 맞지 않게 막아주더군.
국가가 국민을 탄압하기 위해 사용하는 공권력은, 그리고 그걸 정당화하기 위해 사용하는 법적 잣대들은 존중할 필요가 없다. 공권력에 도전하는 새끼들은 이건희 같은 새끼를 두고 하는거다. 그놈은 법 위에 있잖아. 씨발라미. 그리고 황정민인가 하는건 지가 집회 나와서 구경이라도 했으면 얼마나 했다고 변질타령이야.
아무튼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제식훈련을 할 줄 아는 집단과 맞서는 민간인들이 폭력을 사용한다는건 말이 안된다는 이야기를 하는거다. 그건 폭력이 아니라 저항이다. 오히려 개념없이 애고 어른이고 다 방패로 찍는 그 새끼들이 진짜 폭력이지.
우리 국민들은 진짜 순수한거 같다. 권력의 폭력앞에서 비폭력시위를 외치고 있으니 그건 정말 성직자나 간디 같은 사람만 할수 있는거다. 당신이 오른뺨을 맞고있는데 모두들 왼뺨도 내주자는게 비폭력 시위다. 전국민의 성직자화. 그리고 그것이 반드시 옳은 것이라고 해야할런지는 사유의 문제이다. 시위대의 폭력은 국가의 보이지 않는 폭력을 드러내는 결과물일 뿐이다. 압제가 심할수록 시위대로 강경으로 맞서는게 이론적으로 맞다. 만일 이것을 비폭력으로 유지시키고자 애쓴다면 권력의 폭력의 크기만큼 시위대의 비폭력의 길이가 길어질 것이다. 그 대립간의 공식을 파괴하고자 권력이 총칼을 드러낸다면 억압한 만큼 역사안에서 자꾸만 환기될 것이다. 역사가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이건 우리에게 너무 긴 고통과 참을성을 요구한다.
민주주의에 관해서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정말 민주주의가 무엇일까. 난 잘 모르겠다. 독재에 맞서는 혹은 선거를 하는 그런 이론적 개념이 아니라 사실은 시민들이 권력에 맞서기 위해 투쟁할때 그것을 정치화 시키는 수단은 아닐까 생각한다.
촛불집회에 나온 많은 사람들의 교집합은 자신들이 상상하던 민주주의와 현실의 민주주의가 너무 다르다고 느껴져서 말하자면 그 상상력에 항거하는 중이다. 권력은 그걸 바라보면서 자신이 상상한 자본주의와 현실의 방식이 같은데 집회자들이 길에 나와 OUT을 외치니까 자신들의 상상력을 전복시키는 위협을 느끼는거 그거다. 그래서 국가전복이란 말을쓰는데 나는 그들의 그 말이 거짓말이라고 생각치 않는다. 진짜 자신들이 만들어놓은 국가라는 상상력이 깨질까봐 두려워한다.
문제는 이렇게 시민과 권력이 다른 영역으로 자신들을 보호하는 중이다. 그래서 해결이 안되는건 아닐까.
시국 미사를 보면서 참석하지 못했다는 사실이 너무 분했다. 방패와 물대포의 물리적 항거에 맞설만한 여건이 안된다고 이리저리 몸뚱이 탓을 하며 빼돌렸던 죄의식을 한번에 만회할 기회였는데 왜 진보신당 이주헌은 나에게 그걸 안가르쳐 준거야. 난 그걸 항의하러 여기 온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