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그랬다지요…

Rain
– Kanno Yoko

I don’t feel a thing
And I stopped remembering
The days are just like moments turned to hours
감각이 사라져가
이젠 아무 것도 기억나지 않아
시간이 흐르는 것도 이젠 아무 의미가 없지

Mother used to say
If you want you’ll find a way
Bet mother never danced through fire shower
엄마는 내게 말하곤 했어
꿈꾸기만 한다면 넌 꼭 길을 찾을꺼라고
하지만 엄만 이런 포화속에서 비명을 질러본 적이 없지

Walk in the rain, in the rain, in the rain
I walk in the rain, in the rain
Is it right or is it wrong
and is it here that I belong
빗속을 걸어가, 빗속을, 빗속을
걷고, 또 걷고
이젠 뭐가 정의인지도 모르겠어
내가 살아 있는건지도 모르겠어

I don’t hear a sound
Silent faces on the ground
the quiet screams, but I refused to listen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아
고요가 온 세상에 퍼진 것 같아
침묵이 비명을 지르지만, 이젠 좀 그만 끝냈으면 좋겠어

If there is a hell
I’m sure this is how it smells
I wish this were a dream, but no, it isn’t
지옥이란게, 씨발, 있다면
아마 이런 냄새가 나겠지
제발 이 모든게 꿈이었으면,
하고 바라지

Walk in the rain, in the rain, in the rain
I walk in the rain, in the rain
Is it right or is it wrong
and is it here that I belong
빗속을 걸어가, 빗속을, 빗속을
걷고, 또 걷고
이젠 뭐가 정의인지도 모르겠어
내가 살아 있는건지도 모르겠어

Walk in the rain, in the rain, in the rain
I walk in the rain, in the rain
Why do I feel so alone
for some reason I think I’m home
빗속을 걸어가, 빗속을, 빗속을
걷고, 또 걷고
집에 있는 것 같은데
왜 이렇게 외로울까,
왜 이렇게 힘들까….

tom mcrae news on 14. 10. 2008

14.10.2008

Apparently the forum is offline, sorry about this, it’s technical gremlins somewhere totally outside of our control.Look, if the governments of the world can’t control the economy, and no one seems to be in charge of anything – is it any surprise when something like this happens? We can only apologise again, and hope that the forum rescue plan we put into operation can save us all, before it’s too late.

2008년 10월 14일

보시다시피 포럼은 오프라인 상태입니다. 정말 죄송해요. 원인을 알 수 없는 기술적인 문제들 때문에 우리도 어쩔 수가 (control) 없답니다. 하지만 보세요, 세계의 수많은 정부들도 경제 문제에 대해선 어쩔 수가 (control) 없잖아요? 그리고선 아무도 책임지려고 하지 않지요. 이런 비슷한 일이 우리에게도 일어났다고 해서 그게 뭐 크게 놀랄 만 한 일은 아니겠지요. 우린 그저 또 다시 사과할 뿐입니다. 그리고 우리 모두를 구원할 수 있는 포럼 구조 작업을 계획하면서, 그게 늦지 않았기를 바랄 뿐이지요.

—>

뭐 딱히 블로그에 쓸게 없어서 오랫만에 톰 맥레이 사이트에 들어가 최근 뉴스 (라고 해봐야 작년꺼) 를 번역해본다. 내가 이 청춘을 좋아하는 이유는, 약간 과장된 모양이긴 해도 끊임없이 자기와 사회를, 세계를 생각하려고 노력한다는 것이다. 게다가 싱어-송 라이터라는 직업적 특성상 그가 가진 파괴력을 아낌없이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데 소비한다.

다 치우고, 그저 일관된 자세로, 적어도 방향 만큼은 바뀌지 않으며, 그러니까 변심하지 않을 자신이 우리에게 있다고, 아니 나에게 있다고 과연 강력하게 주장 할 수 있을까. 사장이 어느날 회식 자리에서 ‘좌빨새끼들’이라며 ‘그렇지 않나요 이대리?’하고 물으면 나는 어떻게 대답 할 수 있을까? 아마 한 밥 두 공기 정도의 칼로리를 소모하면서, 그토록 열심히 대가리를 굴려 본 적이 없을 정도로 맹렬하게 내가 견지하고자 하는 방향과 사장의 질문에 대한 답변의 간격을 최대한 좁힐 수 있는 최적의 문장을 만들어 내려고 노력하는 수 밖에는 없을 것이다.

실제로 노무현 발인이 있던 날 점심을 먹으면서 같은 팀의 사원 하나가 ‘여기에 혹시 노무현 지지자가 있을 것 같아서 일부러 말은 안하지만… 혹시 있으세요?’ 라고 던진 질문에 내심 속으로 ‘적어도 지지자는 아니었으니까’하고 말아버렸지 않는가.

나는 어떤 형태로 서 있는가. 나는 자신이 있는가. 목표는 분명한가.

매일이 자신에 대한 혐오로 가득하다. 그리고 나는 바란다. 제발 내일은 이 혐오가 다시금 에너지가 되기를.

멋진 징조들, Good Omens

 지구 대기를 이루는 층의 가장 높은 곳에 ‘인류의 잠재의식’이라고 불릴 만 한 것들이 떠다니고 있고, 가끔 그 의식이 내키는대로 한 개체에게 계시를 내린다는 이야기가 있다. 소설로부터 기억한 것인지 무슨 사상서나 아니면, 인터넷에서 누군가의 몽상으로부터 기억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그걸 꽤나 진지하게 믿고 있다.

 그래서 때로는 아주 대중적인 것이나 제대로 언급할 가치가 없는 생산물, 쓰레기 영화나 소설로부터도 나는 어떤 예감 같은 것을 느낀다. 인류의 잠재의식을 개인의 머리로 고스란히 인식할 수 있는 지적 천재들은 분명히 자신의 생산물이 가지는 모습을 명확하게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가끔은 놀라울 정도로 멋진 것들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만들어 놓고도 자기가 뭘 ‘발견’ 했는지 모르는 그런 것.

 멋진 징조들을 읽으면서, 잠시 행복했다. 제기랄, 운명이라던가 거룩함 같은건 높으신 양반들이나 열심히 섬기라고 하지. 지구에 남겨진 천사와 악마는, 그래서, 미워할래야 미워할 수 없는 인간을 구하기 위해, 정확히 말하자면 처연하게 느껴질만큼 악독한 인간성과 그것들이 이룩해 놓은 문화를 구하기 위해 그들의 ‘보스’에게 대적하기로 한다.

 ‘추락했다기보다는 어슬렁어슬렁 걸어 내려갔다고 할 정도의 타락천사’인 크롤리와 ‘천사이며, 부엌으로 희귀 서적상을 하고 있’는 아지라파엘이 고뇌하며 신의 계획에따라 적그리스도의 탄생을 보좌하며 아마겟돈을 통해 인류를 멸망에 이르게 해야 할 것인지, 아니면 초밥과 모짜르트를 위해 신에게 반기를 들어야할지 갈팡질팡하는 이야기들은 사실 그다지 불경스럽게 읽히지는 않는다. 차라리 너무 귀여워서 깨물어주고 싶어질지도 모른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것은 이야기 가운데 인용된, 신곡의 다음 구절로 압축된다.

지옥의 가장 뜨거운 자리는 도덕적 위기의 시대에 중립을 지킨 자들을 위해 준비되어 있다.

 존재의 본질이 ‘거짓과 반항’인 악마 크롤리 (이 웃긴 악마는 결국 사탄에게까지도 반항한다. 왜냐하면 그게 바로 그의 속성이기 때문이다. 이 얼마나 자기반성적인 존재란 말인가!) 는, ‘진실과 충성’이 본질인 천사 아지라파엘을 집요하게 (신의 계획에 반대하게 하기 위해) 꼬시는데, 에덴동산 시절에 뱀이 하와를 꼬시는 식의 교훈적인 이야기는 아니다. 크롤리는 계속 아지라파엘의 진심에 호소한다. 그의 결단을 촉구한다. 그게 신의 계획이므로 그것에 따르는 것은 무조건 옳다, 는 자신의 본질에 각인된 무반성적인 행위보다 스스로 판단으로 다음의 한 발을 내딛기를 요구한다.

 수상한 시절이다. 시대가 이야기를 만들지만, 이야기는 언제나 시대보다 앞서있다. 그것은 항상 엔트로피를 역전한다. 아지라파엘은 그가 수천년간 인류와 함께 지내오면서 쌓아 온 추억을, 결국 앞지르지 못한다. 그에겐 돌아가야 할 고서점이 있다. 그 서점은 책을 팔기 위한 곳이 아니라, 자신이 읽을 책을 보관하기 위한 서점이다. 그래서 때때로 손님이 가게 문을 열고 들어오면 그는 ‘혹시라도 책을 사갈까봐’ 안절부절 못하기도 한다. 그는 초밥을 사랑하고 모짜르트를 사랑하고 ‘사운드 오브 뮤직’을 사랑한다. 그래서 그가 선택한 것은 인간이었다.

 테리와 닐은 거의 농담처럼 주고 받으면서, 다 읽고 나면 ‘어, 이거 꽤나 두꺼운 소설이었잖아 (500페이지가 넘음)’
하고 고개를 갸웃거리게 될 긴 이야기를 완성했다. 분명 그 안에 억지로 의미나 가치를 구겨 넣으려고 노력하지는 않았으리라.
그래도 분명히 든든해지는 이야기다. 아마도 인류의 잠재의식이 그때에 잠깐, 그들을 주시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