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룸펜의 서울나기

~나기, 에는 일정 기간을 보낸다는 의미가 있다. 좀 더 사부작거려 보자면, 이것은 영원히 정착한다는 것이 아니라 때가 되면 다른 곳으로 옮겨 간다거나, 현재 거하는 곳에 정착하려는 의도가 없음을 의미한다. 내가 처음 어느 룸펜의 서울나기가 썩 괜찮은 타이틀이라고 여겼을 때, 나는 어딘가에 정착하지 못할 것임을 이미 예감하고 있었을 것이다.

우리는 흔히 사람이 사는 것을 길에 비유한다. 다들 먼 길을 떠났다가 언젠간 다시 안온한 가정으로, 자신의 집으로, 제 소유의 어떤 것으로 되돌아 올 것임을 의심치 않는다. 길의 의미는, 단지 우리가 거기에 영원히 머물지 않는다는 것, 그리하여 안정된 거처의 소중함을 역설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이다.

나는 믿지 않는다. 길에 한 번 나선 자는 영원히 돌아오지 않는다. 나는 길의 역설을 수용한다. 어딘가에 닿기 위한 과정으로써의 길에 영원히 머물 것이다. 우리는 계속 떠나고, 계속 돌아 올 수 밖에 없다. 우리는 멈추지 못한다.

다시, 어느 룸펜의 서울나기. 내 서울나기가 끝나는 날, 나는 또 다른 나기를 고대할 것이다. 그리고 그 끝에서 또, 그리고 그 끝에서 또.

어느 룸펜의 서울나기”에 대한 2개의 생각

  1. 오랜만에 듣는 이름이네. 서울나기. 오빠야, 나 조만간 백수 예정이다. =ㅅ= ㅋㅎㅎ. 씁쓸하고마잉.

    • 에고고… 너무 오래 서로 소식 전하지 않다보니까, 뭐라 해줄 말이 없구마잉. 그래도 잘 해낼 수 있지? 아니, 오히려 조금 쉬면서 다른 생각을 해보는 것도 좋을듯한데. 나는 항상 네가 잘 버텨낼꺼라고 믿는다. 암, 그렇고말고. 흐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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