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과민

어느 날은 매우 과민된 상태로 깨어난다. 너무 늦게 일어났다 싶어서 서둘러 핸드폰을 열어보면 새벽 다섯시가 조금 지났을 뿐이다. 밖에선 엄마가 출근준비로 소근소근… 이를테면 중간지대가 없다. 혼몽한 수면과 명료한 정신이 프레임 하나 차이로 바뀔 뿐이다.

그럴때면 많은 사람들이 머리 속에서 말을 건다. 일상적인 대화도 있고, 일과 관련된 내용도, 그냥 듣고만 있어도 우울해지는 자기고백 (혹은 자기기만) 같은 이야기도 있다. 그런 말들은 마치 직접 뇌를 콕콕 찌르는 것 같다. 말하자면 그렇다는 것이다. 사실 뇌에는 고통을 느낄 만한 수용체가 없다고 한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온 몸의 통각을 받아들이고 해석해서 고통스러워하는 주체는 통각이 없다.

이럴때는 수가 없다. 가만히, 퍼렇게 동이 트는 것을 지켜보며 스스로 다독이는 수 밖에 없다. 그리고 되뇌이는 것이다.

다시는 정글로 들어가지 말자. 거기엔 아무것도 없다.

떠올리고 싶은 과거가 있다면…

친구놈과 함께 ‘아귀레 – 신의 분노’를 보다가 사이좋게 잠들었던 기억.
밤새도록 음악을 듣고 이야기를 하던 것.
만다린을 처음 마셨던 일.
뽀드득뽀드득 눈이 내린 밤의 산길을 밟아 초소근무 교대하러 간 일.
나를 향해 미소짓던 얼굴들.
인터넷에서 만난 착한, 그러나 항상 어딘가 고장나 있던 사람들..

만세!
내일도 살아남자!

신경과민”에 대한 5개의 생각

    • 착한 규화목. 잘 지내고 있니?
      언젠간 마음의 얽힌 실타래도 자연스럽게 풀릴 날이 올꺼야.
      바람 한 점 없는 날, 유리같은 연못의 수면을 바라보듯이
      가만히 지켜보고 기다리면 돼.
      힘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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