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오랫만에 음악을 들으며 무언갈 한다. 만화책도 읽고 귤도 까먹고… 이런저런 생각도 했다. 도중에 갑자기 얀 가바렉의 울렁울렁, 마치 성수기가 지난 수영장에 씌워놓은 덮개같은 색소폰 소리를 듣는다. 내가 너무 많은 것들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고 하면, 그건 굉장히 미안한 일일까.

시미즈 레이코의 어느 단편 만화에는 식욕을 갖도록 프로그래밍된 인조인간에 관한 이야기가 나온다. 그는 나중에 열심히 돈을 벌어서 자신의 식욕을 제거한다. 왜냐하면 필요하지도 않은 식욕때문에 소중한 사람들을 많이 잃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식욕을 제거한 뒤로는 좀처럼 소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없었다.
사실 이 만화를 처음 읽었던 것은 십수년 전이었는데, 이토록 우울한 이야기를 너무 일찍 읽었던 것 같다.

텅 빈 바람을 마음 속에 꼭꼭 눌러 담는 것처럼 어리석은 일이 또 있을까.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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