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에 한 잔 하고, 그 벌건 취기에 아무도 없는 골목길에서 아 씨발 한 번 욕해주고 가까스로, 달도 별도 없는 어둑한 골방에 처박혀 무사히 잠들어 아침이 되면 나는, 심지어 나도 믿지 않는 희망을 주머니에 꼭꼭 담아서 학교에 간다. 승해가 총회때 과방이 더러워 지는 것을 두고, 우주의 엔트로피가 항상 증가하는 것처럼 그건 필연적이라고 하더라. 물리적인건 그렇겠지. 그래서 난 더욱 가망 없는 꿈을 꾼다. 몽상 속에서만 현실의 저열함이 극복된다. 현실의 저열함, 이라고 말했지만 사실 그건 내 저열함이고…
끝도 없이 추락하는 꿈.
걸으면 걸을 수록 어깨가 무거워 진다.
내가 나를 벗어날 수 있었으면.
나 이번일 잘 안되면 좀 나가볼까 해. 여기에 있기가 싫어졌어.
지금 기분으로는 아는사람 하나도 없는데 가서 대마초나 키우면서 살고 싶다.
어느곳이라도 돌아오지 않아도되는 곳이 있다면 그리로 갈꺼야.
좀 더 비현실적인 공간에서 공상만 하면서 죽어가고 싶다.
너는 왠지 그거 해낼 것 같다. 나에게도 그런건, 역시 그냥 꿈일 뿐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