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막 플레이어에서 키스 쟈렛이 나와서 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사실은 맞다.), 언제였더라, 사당동 DJ가 권해서 듣게 된 그의 퀠른 콘서트 공연 실황은 정말 먹어주는 앨범이다. 이 앨범을 두고 공전절후의 즉흥 연주라던가, 육체적 한계를 극복한 아름다운 인간 승리라던가 (그의 ‘만성 피로 증후군’을 두고 하는 이야긴데, 사실 이 앨범하고는 관련이 없는 이야기다.) 하는 말을 하지 않더라도, 그냥 듣기만 하면 이게 얼마나 위대한 정신의 발현인지 단박에 알아 차릴 수 있는 것이다.
아무튼 이렇게 압도적인 곡으로 스타트를 끊었으니, 왠지 그의 다른 앨범들은 시시해서 못듣겠다는 등의 불상사가 생겨버렸는데, 뭐 어쩔 수 없지 않은가.
그렇게 맘 속에 고이고이 간직한 첫사랑의 짜릿한 기억처럼, 이건 정말 나만 (적어도 내게 이 곡을 소개 시켜준 두세명만 빼고) 좋아하는거야, 나만 알고 있는거야, 나만 이 아름다움을 즐기는거야 하고 있었는데, 지난 학기 ‘역사철학’ 수업 시간에 수업이 끝나고 선생님과 함께 강의실을 나서려다가 후배 하나가 선생님 곁으로 가더니, ‘선생님 이 앨범 선물로 드리고 싶어요.’ 하며 내미는 앨범이 바로 이 키스 쟈렛의 퀠른 콘서트 공연 실황이 아닌가!
야, 정말 맘 한 편으로는 우연히 길을 걷다가 헤어진 첫사랑이 배가 남산만해져서 왠 남자랑 즐겁게 걸어가는 모습을 목격하게 된 것처럼 아릿하고 답답해지기도 했지만 또 한 편으로는 아니 이 녀석이 이걸 알아? 하며 뭔가 뿌듯하달까, 으쓱하게 된달까 하는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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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번의 퇴짜를 맞고 난 뒤로 나는 이제 누구에게 음악을 잘 권하지 않게 되었다. 블로그에야 누가 알아보던 말던 내가 좋아서 글쓰고 하는거니까 상관은 없는데, 사람에게 좋아하는 것을 권했다가 그가 별로라는 표정을 지으면 정말 마음이 상한다는걸 깨달았다.
그러고 보면 내가 사당동 DJ를 만나 그에게 음악을 전수(?) 받는 그 순간, 나의 내면에 숨겨진 이 롹 스피릿을 발견해 내고 그와 공유할 수 있었다는 것은 참 대단한 확률이었지 않나 싶다. 그 놈은 얼마전에 결혼했지만 (그러니까 이젠 이야기해도 된다는 거), 사실 우린 한때 “왜 넌 여자가 아니냐?”를 두고 심각하게 고민을 했었더랬다. 이렇게 서로 코드가 맞는 사람을 만나기도 참 힘든 일인데, 만나 놓고 보니 이게 동성이라 뭔가 더 이상 발전이 없는거다. ㅋㅋ
참, 얼마전에 월드 뮤직에 빠져 있다는 선배에게 모 사이트를 알려줬더니 정말 좋아라 하더라. 내가 그에게 그 어떤 것보다 귀중한 것을 선물한 것 같아서 정말 기분이 좋았다. 흐흐.
전 일방적으로 (그 후배처럼 누군가에게) 주는 것이거나
당신의 추천음반은 뭐냐, 라는 물음에 역시 일방적으로 (듣거나 말거나) 답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음악을 권하지 않게 되었어요…
딱 하나는 공감할 수 있어도 두개 째부터는 공감이 어렵더라구요.
쾰른 콘서트는 들어봐야지 들어봐야지 하다가도 높은 가격과 재즈의 압박 때문에^^ 여태 듣질 못했어요.
보컬 없이 그 긴 시간을 들어야 한다는 걸 상상할 수가 없다는 게 더 크지만요. 큭.
역시 누구에게나 공감하는건 쉽지 않나봐요. 흐흐.
퀠른 콘서트 앨범이 다른 것에 비해서 약간 가격이 높긴 하죠… 그런데 역시 재즈는 좀 압박이신가보군요. ㅋㅋ 전 가끔 보컬 있는 음악 듣기가 힘든데, 주로 일 할 때에는 보컬 없는걸 들어요. 정신 사나워서.. ㅎㅎ
너 말은 똑바로 해라.
사실 우린 한때 “왜 넌 여자가 아니냐?”를 두고 심각하게 고민<-은 네놈이 자체적으로 고민했던거 아니었더냐? 머 여튼 이제 집들이도 그 긴 레이스를 끝내가는 즈음해서 조만간 집으로 홀홀 단신으로 오거라. 물론 예전같은 오디오가 없다만...ㅠㅠ
그런가…
그리구 씨댕 ‘즈음’, ‘조만간’ 이런 표현 쓰지마!
정확하게 날짜를 박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