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 바이, 레닌.

얀 티어센(Yann Tiersen)의 굳 바이, 레닌 OST를 듣고 있으면 마치 한 꺼풀, 투명한 울음같은 엷은 막을 사이에 두고 세상을 보는 것 같다. 강이 보이고,
강변엔 드문드문 잎을 떨군 나무가 흉하게 서 있다. 하늘은 언제나 누런 황톳빛이다.
왠지모르게 그런 생각이 든다.

엄마가 쓰러지고 난 뒤에 처음으로
세상에 나왔을 때, 그녀는 레닌 동상이 커다란 헬기에 애처롭게 매달려 어디론가
실려가는 모습을 본다.
아빠는 커다란 수영장이 딸려 있는 집을 갖고 있다.
아무래도 우린 아빠를 용서할 수가 없을 것 같다.
왜냐하면,
엄마는 아직도 아빠를 잊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I
Saw
Daddy
Today.

기다림..

spacetag server mini는 언제쯤 릴리즈 될까..
오늘은 남는 시간 게임도 좀 하고 입대한지가 엊그제 같은 사촌동생놈 말년휴가 나온거까지 보고서야 일을 시작한다.
나 원 참.. 시간 정말 빨리 가네..

높은 곳으로 피신하세요

어젠가 그젠가.. 하도 이상한 꿈을 꿔서 내내 기분이 묘했다.
무슨 꿈인가 하면, 내가 어느 도시, 그러니까 해안도시인 것 같은 곳에 살고 있었다. 그리고.. 무슨 사건인가가 일어났고 갑자기 거대한 해일이 모든걸 집어 삼킨다.
그리고 반복해서 세번 같은 꿈을 꿨다. 그러니까 꿈 속에서 같은 사건이 세번 일어났다는 이야기다.

잠에서 깨어났을땐, 비는 커녕 날씨는 찌는 듯 무더웠고 온 몸이 땀에 흠뻑 젖어있었다.

장담하건데, 조만간 인도네시아에 닥쳤던 쓰나미같은 대해일이 어딘가에 또 발생한다.

(아 지금 생각났다. 그 해일은 미국에서 인위적으로 만든 것이었다. 이 나쁜 놈들!!)

일기 1

일기란 말 그대로 하루를 기록한다는 것이다. 어차피 이 카테고리에 쓰는 것은 하루 동안 일어났던 일이므로, 제목에까지 일기라고 붙이는 것은 중복이 된다. 그러나 그렇게 제목을 달지 않으면 견딜 수 없다. 오늘은 이런 날이다.

별 것 아닌 일로 저녁 나절을 보낸다. 학과 서버를 살펴보던 중에 해킹.. 까지는 아니고 그냥 깨작깨작대는 정도의 흔적을 발견했다. 정말 별 일이 아니므로, 그냥 그런 녀석의 IP를 다음부턴 접근하지 못하도록 BlackList에 올려 놓으면 끝나는 것이다. 그런데 BlackList 가운데 학교 내부 어딘가의 IP가 보여서 마음이 언짢다. 왜 이런 눈에 보이는 짓을 할까. 게다가 그 가운데 하나는 학교 컴퓨터 동아리였다. 그 곳 동아리 홈페이지까지 가서 뭐라고 한마디 해놓고 나서야 정신이 돌아왔다. 정말 별 일 아닌데 왜 이렇게 흥분했을까. 그리고 나서 시계를 보니 새벽 한시.

인터넷 뱅킹 보안카드를 잃어버려서 은행에 갔다. 다시 발급 받는데엔 10초도 안걸렸지만, 기다리는데 30분이 걸렸다. 돌아오는 길에 집에서 먼지를 뒤집어 쓰고 있던 오래된 컴퓨터 부품들을 네팔로 보냈다. 지금 네팔은 계엄령 상태다. 올 초에 네팔 왕이 정부를 해산했단다. 내가 보내 준 컴퓨터 부품은 과연 아이들에게 잘 전달 될까. 모르겠다. 이래저래 고생하는건 약자 뿐이다.

그래도 어젠 비가 와서 창문을 열어 놓아도 날벌레가 들어오질 않았다. 어젠 이상하게 굉장히 더웠다. 비가 와서 다행이다.

그냥

그냥 술을 조금 마신다.
그냥 담배를 조금 피우다가
그냥 땅콩을 조금 까먹고
그냥 모니터 멍하니 바라보다
그냥 자겠지.

어느 누구만 죽는다는 것은 불공평하지만,
모두가 다 죽는 다는 것은 의외로 공평하다. 그냥
지구를 단번에 파괴할 수 있는 미사일의 발사버튼을 누르는
악당의 마음을 이해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냥
어떤 날은 기분이 좋고 그냥
어떤 날은 까닭없이 눈물 나는거 이해 할 수 있을 것 같다.

피할 수 없다면
차라리 철저히 속아주는거
까짓꺼 희망, 삶, 사랑, 우정
뭐 이런거
속지 뭐.
속아주지.

뭐.

학과서버..

작년엔 그냥 쉬엄쉬엄 하다가, 올 초부터 학과 웹서버 관리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갖은 정전과 단 한번도 업데이트 하지 않은 울트라 구버젼 레드햇 6.2의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99년부터 올 해 4월까지 묵묵히 제 몫을 하던 서버였다. 불쌍하게도 놈은 이름도 없다.
정식으로 관리자 일을 시작하면서 서버가 하드웨어적으로 노후되어있으니 새로운 서버를 구입해야 할 시기가 왔다고 과사무실과 학과장님을 열심히 설득했으나, 다들 다른 일에 바쁘고 돈들어가는 일이라서 그런지 쉽사리 오케이 싸인이 떨어지질 않았다. 그러던 중… 한달 전부터 학과 홈페이지가 접속되질 않는 것이다. 종종 서버가 있는 과사무실 건물이 정전되는 일이 잦았기에 그런가부다, 얼마 안 있으면 다시 열리겠지 탱자탱자 하고 있다가 그게 한 주가 되고 한 달이 되고 말았다. 나도 일이 있으니 쉽사리 학교까지 가기도 쉽지 않았.. 다는 핑계로 그냥 그렇게 지켜보고만 있었다. 그리고 엊그제 다른 일로 과사무실에 걸어서 통화하다가 문득 생각이 나서 서버가 어떻게 된거냐고 물어봤더니, 얼마 전 정전된 이후로 완전히 시스템이 죽어버렸단다. 난 속으로 올 것이 왔다고 생각했다. 어차피 하드웨어야 버려도 누가 가져갈지 모를 정도로 구형이기 때문에 시스템이 죽어버렸다는 것에 대해서 별로 마음이 쓰이지 않았으나 (하면서도 결국은 내가 그 죽어버린 구형 시스템을 가져왔다. 취미생활) 중요한 것은 그 안에 담긴 데이터였다. 근 6년간 학생이며 교수님, 동문들이 소중히 적어 온 게시물들이 날아가버리면 그야말로 초유의 비상사태가 될 것이었다. 일단 맘 속으로 최악의 상황이 아니길 빌면서, 조교형에게 어떻게 할꺼냐고 물어봤더니 학과장님이 드디어 새로운 시스템을 위한 예산을 허가했다는 이야기와 함께 내일 (지금 시각으로는 어제) 용산에 갈 수 있으면 같이 가자는 말을 꺼냈다.

뭐 이렇게 저렇게 해서 빵빵한 새 시스템을 장만했다. 조교형과 함께 서버에 이름도 지어줬는데, 희랍어로 지혜를 의미하는 소피아(sophia)로 낙찰. 다행스럽게도 예전 서버에 달려 있던 하드의 데이터는 무사했다. 쿵짝쿵짝 백업을 하고 원격지에서 작업이 가능하도록만 설정해놓고 편안하게 집에서 서버를 만지고 있는 중이다.

그런데 다시 원상태로 홈페이지를 복원해 놓는 것도 일이다. 애초에 학과 홈페이지를 만들어 주었던 형이 파일기반의 데이터베이스를 사용하는 게시판을 사용해서, 수년간 쌓인 게시물의 용량만해도 200메가가 넘었다. 하드웨어가 넉넉하니 일단은 그럭저럭 사용한다고 해도, 시간이 흐르면서 데이터는 그만큼 더 늘어날 것이다. 이렇게 되면 백업도 힘들어진다.
그렇다고 다시 새로운 홈페이지를 만들자니 기존 게시물들을 연동할 수 없는게 아쉽다. 이래저래 딜레마에 빠져버렸다. 현재 실현 가능성이 높은 대안은, 새로운 홈페이지에 기존 게시판을 읽기 전용으로 연동하는 것이다. 이건 일단 과사무실과 상의해봐야겠다.

외계지적생명체

2007. 12. 29.

넷앤시스 모뎀은 제조사를 알 수 없는 와이드밴드 케이블 모뎀으로 바뀌었다. (딕시스 2.0b 지원)
MAX400PLUS는 그 이후로도 쭉 고생했으나, 최근 광랜으로 바꾼 뒤로 제대로 속도를 내지 못해 IpTIME q104 공유기에 바톤을 이어줬으며, 공씨디에 추가해 공DVD 미디어도 많이 생겼고, 영원과 하루 팜플릿은 테오 앙겔로풀로스 DVD셋트로 바뀌었다. 마우스와 모니터 키보드도 바뀌었다.

나만 그대로다.

—>

핸드폰. 큐브. 스피커. 넷앤시스 MNG-2005케이블모뎀, MAX400PLUS 인터넷 공유기. 메모박스. 밀레니엄맘보(아직도 다 못본). 2003년 세계댄스선수권대회 디브이디. 마이크로소프트 씨디 몇 장. 공씨디 대략 칠십장. 케이크통, 케이크통. 지갑. 담배. 유에스비메모리. 믹스너트 빈 캔. 재털이. 영원과 하루 팜플릿. 마우스. 키보드. 모니터.

휴. 재미없다.

새벽

왼쪽 어금니가 계속 아프다. 월요일에는 그냥 이상한 느낌이 스쳐 지나가는 정도였는데, 오늘은 확실히 자각할 정도로 욱신거린다. (가끔) 그런데 왜 이 글을 쓰기 시작하니까 거짓말처럼 괜찮아지는걸까. 한번 이를 갈고 금속의치를 박아 넣은 뒤로 치과와 관련된 치료는 빨리 받아야 겠다는 결심을 한 터였다. 그런데도 이 아픔은 뭔가 모호한 구석이 있다. 사실은 이가 아픈게 아니라 잇몸이 아픈 것에 더 가깝고, 잇몸이라기보다는 턱과 식도 근처 어림이 아픈게 더 정확하다. 이런저런 것 때문에 요즘 가끔 양치질을 하다 말고 거울을 통해 입 안을 들여다본다. 부끄러운 말이지만 온통 누렇다. 군대 다녀온 뒤로는 양치질도 하루에 두번씩 하는데(세번은 도저히 버거워서), 오히려 그 전보다 커피라던가 흡연량이 늘어서 그런 것 같다. 다행스럽게도 구취가 심하지는 않다. 구취는 오히려 양치질보다는 소화기관에 문제가 생겼을때 심해진다고 한다. 한동안 알콜섭취가 뜸해졌고 (정말 하는 말인데, 군대가기 전보다 술이 많이 약해졌다. 자주 마시기도 싫고..) 해서 그럴지도 모른다. 그러나 요즘엔 정말 괴상한 생활을 하고 덕분에 내 몸 어딘가가 틀어진 것 같기도 하고 그렇다. 증세는 이렇다. 하루에 밥을 한끼 이상 먹으면 몸이 견디질 못한다. (속이 좋지 않다.) 고기를 먹으면 영락없이 다음 날은 설사를 한다. 특히 삼겹살은 쥐약이다. 그래서 계속 식욕이 없다. 힘을 빼고 있으면 오른손이 간간히 떨린다. 이건 마우스를 하도 클릭해서 그렇다. (그래서 마우스도 새로 사고, 마우스 패드도 손목 받침이 되어 있는걸로 바꿨더니 좀 부담이 덜한 느낌) 가끔 눈물이 나는데 (심정적인 이유가 아니라) 눈이 너무 따갑다. 모래가 들어간 것처럼. 왼쪽 어금니 부근도 아프고. 어휴.

어제는 티븨에서 대관령 근처의 양목장을 구경시켜줬다. 보는 순간 “내가 양띤데” 하는 생각이 먼저 떠올랐고 양들이 무척 귀여웠다. 발정기가 되어서 숫놈끼리 싸우는걸 두고 리포터가 호들갑스럽게 “온순할 줄 알았던 양이 저렇게 사나워.. 어쩌구..” 하는 말을 하던데, 그마저도 귀엽게 느껴졌다. 모든게 유쾌하다. 그러나 기분이 썩 좋진 않다. 사실은 잘 모르겠다. 그러니까 한번에 두가지 상반된 감정이 들 때는 어떻게 해야하지? 유쾌하면서도 기분이 썩 좋지 않다. 비교적 적절한 묘사인 것 같다. 제발 날 때리지 말아주세요, 하고 마음 속으로 외쳤다, 지금 막. 그냥 그러고 싶었을 뿐이다. 수학시간때 배웠던 함수, 꼭 그런 기분이 든다. 인풋값이 있으면 특정한 아웃풋이 항상 있다. 그러나 왜 인풋값이 그렇게 아웃풋 되야 하는지는 며느리도 모른다. 캡슐화. 나 자신을 캡슐화하자. 누구도 날 건드리지 못하게. 내게서 인식의 문제는, 항상 내 자신이 인식 주체로서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이다. 교묘하게 조작된, 그러니까 두개의 나를 느낀다. 인식하는 나, 그 인식하는 나를 인식하는 나, 그리고 대상. 요즘 가끔 드는 생각인데, 인식의 대상이 주체성을 지닌다는 가장 간명한 사실이 대체 어떠한 심적 상태인지를 알 수가 없다. 그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 그러니까 이 말은 다음의 쉬운 비유로 치환된다. “남성으로서의 내가 포르노를 볼 때, 거기에 출연하는 여배우의 자기주체성”이다. 어떤(Some) 여성은 모든 상황에서 자기주체성을 긍정하는 존재여야만 한다. 물론 남성도 그렇다. 그러나 포르노에서 여성은 두번 자기주체성을 부정당한다. 한번은 상대배역의 남성(혹은 남성들), 두번째는 나에 의해서, 욕망의 대상으로써만 존재하는 것이다.  이건 어떤 의미에선 간단한 논리다. 그리고 이 논리는 광범위하게 적용될 수 있다. 자본 아래서 노동하는 노동자들은 노동생산성으로써의 대상으로 존재할 수 밖에 없는데, 까놓고 얘기하자면 그러면 안된다는 것이다. 아이는 귀여움받는 대상이 아니라 귀여운 주체여야하고, 장애인은 보살핌받아야 하는 대상이 아니라 자활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아주 쉽고, 간단하고, 단단한 논리. 그러나 난 왜 그 말이 잘 와닿지가 않는걸까, 앵무새처럼 외우긴 잘하면서. 왜 내게는 그 모든게 다 대상일까, 심지어 나조차도 말이다. 주체가 존재하기는 하는걸까? 나에 의해서 단 한번도 인식된 적이 없는 나는, 과연 한번이라도 존재하기는 했던걸까? 여기서부터 혼돈이 시작된다. 인식의 문제. 모든걸 주체와 대상으로 구분해버리는 서양 인식론의 사고기반. 포스트모더니즘조차도 여기서 자유롭지 못한 모습을 자주 본다. 대상의 주체성. 웃기는 말이죠. 말대로 하자면 대상은 대상이고 주체는 주첸데, 대상의 주체성이란 논리적 모순이 될 수 밖에 없다. 아예 이런 틀 자체를 부정해야한다. 자, 머리가 아파오기 시작하니까 여기서 이 얘긴 그만.

쓰기 시작했을때는 새벽이었는데, 이미 훤한 아침이 되었다. 원래는 새벽에 대해서 쓰려고 했다. 새벽, 이라는 부들부들거리는 힘찬 상상력이, 이제는 어떻게 내 내부에서 죽어가는지. 왜 새벽이 오는게 두려워졌는지. 나는 변할 수 있는지. 나는 변할 수 있는지. 정말 나는 변할 수 있는지. 갑자기 이 얘기 하니까 막 변하고 싶다. 오오, 이 말 한마디에 변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자고 일어나면 세상이 다 변해있을 것 같다. 갑자기 울컥 목이 메인다. 나는 변할 수 있다. 나는 변할 수 있다, 고 주문을 외운다. 이제 누구도 날 열어 볼 일이 없겠지만, 그래도 나는 변해야한다. 그렇지 않으면 살 수가 없다. 그렇게,

이, 도망자들의 나라에 잘 오셨습니다. 그런데 당신, 왜 멈춰있지요? 그러다간 잡혀요. 어서 뛰세요, 어서!

Absolut Mandarin

게토레이에 보드카를 조금 넣어서 마셨더니 가뜩이나 안돌아가는 머리가 더 안돌아간다. (아, 드디어 구했어요 앱솔루트 만다린! 혼자 야금야금 먹어줘야지) 생각같아선 한잔 찐하게 하고 푹 자버리고 싶지만, 내일 오전 아홉시까지 일을 끝내야한다. 그 동안 한건 많은데, 왜 이리 진행된게 없는지.. 젠장..
게토레이에 보드카를 조금 넣어서 마셨더니 가뜩이나 울렁거리는 속이 더 울렁거린다. 이제 술도 그만 먹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껏 소주 한 병에 맥주 조금 마시다, 보드카 두어잔 먹은걸 갖고 집에 오다가 중간에 한번 내려서 영등포 뒷골목에서 토하고.. 어떻게 또 집에 가는 버스를 잡아탔는지, 깨어보니 종점. 집에 와서 보니까 오른쪽 팔꿈치에 제법 흉하게 상처가 나있더군. 게다가 왼쪽 어금니가 욱신욱신한게, 제발 충지 뭐 비슷한게 아니길 바라는데, 그러면서 속으로는 어딘가에 부딪힌거야 부딪힌거야 자위하면서 담배를 문다.
게토레이에 보드카를 조금 넣어서 마셨더니 가뜩이나 추잡시러 보이는 내가 더 추잡시러 보인다. 정식으로 돈을 버는 것도 아니고, 졸업도 멀었고 나는 이제 어떻게 해야 하나 배운 기술이라곤 이것밖에 없으나, 이 길도 그리 순탄치만은 않다. 내가 없다, 내가 없어. 이주헌씨는 부재중. 달나라에라도 가버린 모양이다. 아무런 감정도 들지 않는게 이상하다. 이상하게 꺼억꺼억 조용하다. 나는 반드시 해탈했거나, 뇌의 중요한 부분을 크게 다친 모양이다. 아무런 욕망도 없어. 언젠가 누가 그랬지. 생존본능이 희박한 놈이라고. 그 말이 수년을 돌아서 이제야 내게 당도했다. 자기부정 끝에 남는건 부정된 자기 자신 뿐이라고. 아 씨발 그럼 어쩌라고. 이미 엎질러진 물인데. 하루에 담배 두갑씩 피우게 된 난데, 이제와서 어쩌라고. 너 이 새끼 절망을 본적 있냐. 난 딱 한번 봤다. 사람은 그렇게 사는게 아니다. 그렇게 사는게 아냐..
이젠 어제도 희미하다. 아주 엷게 어제가 오늘에 걸쳐있다. 아마도? 오늘은 내일의 어디쯤에 붙들려 가겠지. 한줌,

.. 한줌이다. 손에 붙달려 있는 한줌. 지지리도 떨어지지 않는 희망.
오늘은 여기까지.

아, 근데 너 그거 아나? 날치가 얼마나 아름다운 생선인지. 비린놈 주제에 어떤 놈은 1킬로미터도 넘게 날아다닌다더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