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스에 대해 이야기하다

몇 달 전이었는데, 야동을 보다가 갑자기 엄마가 들어와서 그야말로 ‘오랫만에’ 깜짝 놀란 적이 있다. 뭐 나이 든 아들과 그런 문제로 얽히면 부모님 다들 그러실테지만, 서로 모른척 얼버무리고 넘어가긴 했는데 문제는 다음날부터 시작되었다. 대체 이 양반이 나하고 말을 안하려는거다. 뭐가 심통이 난건지 (물론 왜 심통이 났는지는 알지만) 내 옆만 지나쳐도 찬바람이 냉랭히 불었다.

그래서 솔직하게 깠다. 엄마, 엄마가 왜 그러는지는 알아. 어쩌구… 그랬더니 이 양반 왈, 내가 음란하단다. 아이고, 주여. 나이 서른에 대체 음란하면 그게 얼마나 음란해야 하는것이냐. 내가 야외 노출 플레이를 즐기는 사람도 아니고 방안에 온통 살색 포스터로 도배를 해 놓은 것도 아니고 그저 간간히 육체적 외로움을 홀로 달래려는 것 뿐인데, 나이 다 찬 아들 방문 벌컥벌컥 열어대는 양반이 더 문제가 있는게 아닌가, 하고 되 따지려고 했지만 그냥 엄마 좀 이해해줘. 엄마 아들도 벌써 나이가 꽉 찼수. 하고 말았다.

섹스는 음란하다, 는 것은 아직 이 사회의 통념인 것 같다. 후배들과 이야기를 할 때도 섹스 이야기를 할라치면 다들 손사례를 친다. 물론 상대가 원치 않는 주제를 강요하는 건 상당한 문제다. 하지만 지들도 친구들끼리는 다 그런 이야기 하지 않겠는가. 지들도 다 애인들이랑 한 두번씩 경험은 있을게 아닌가. 단지 섹스를 이야기하고 싶지 않아서라기 보다, 그것이 터부시 되는 것이기 때문에 이야기를 꺼리는 거라면 그거야 말로 음란한게 아닌가 싶다. 그러니까 우리가 그걸 ‘음란하다’고 여기기 때문에 그게 음란한 것인지, 그게 진짜 음란하기 때문에 우리가 그걸 ‘음란하다’고 여기는 것인지가 바뀌었다는 얘기다.

친구들이 대부분 결혼을 앞두고 있거나 몇몇은 이미 결혼을 했다. 녀석들을 만나면 은근슬쩍 섹스 이야기를 꺼낸다. 신혼부부는 대체 주당 몇 회나 하는지, 어디서 주로 하는지, 콘돔은 사용하는지, 어떤 체위를 가장 선호하는지. 그리하여 우리의 성생활은 얼마나 익사이팅 한 것인지, 그리하여 그것이 우리로 하여금 얼마나 살아가도록 하는 것인지. 그리하여,

우리는 언제쯤 친구가 풀이 죽어 있을때, 너 요즘 섹스는 잘 하고 있니? 라고 자연스럽게 물어 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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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크온섹스닷컴의 이벤트에 운 좋게(?) 당첨되어서 글을 씁니다. 첫경험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이었는데, 왠지 모르게 설교투로 하게 되어서 되게 찝찝합니다. 설교 별로 안좋아하는데… 그나저나 도메인 하나 참 잘 땄다는.